포털사이트 댓글 순위조작 혐의로 4년째 재판을 받아온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법원이 징역 2년형을 확정판결했다. 이로써 김 지사는 지사직을 박탈당했고, 조만간 교도소에 재수감된다.

대법원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21일 ‘드루킹(김동원)’ 일당의 댓글 순위조작에 관여해 업무방해(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지사에 대한 검찰측과 피고측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드루킹 등과 공모하여 인터넷 포털사이트 뉴스 기사의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일명 ‘킹크랩’)을 이용해 댓글 순위 조작 작업을 함으로써 피해자 회사들의 댓글 순위 산정 업무를 방해(‘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한 혐의를 유죄(일부 이유무죄)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지사가 지난 2018년 6월13 실시될 예정인 제7회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운동과 관련해 드루킹에 이익 제공의 의사표시를 했다는 ‘공직선거법위반’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드루킹 일당과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를 공모했는지와 선거운동 관련 이익제공 의사를 표시했는지 등이다. 업무방해 관련 재판부는 김 지사와 김씨(드루킹) 등 사이에 킹크랩을 이용한 댓글 순위조작 범행에 관한 의사가 존재하고,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한다며 공범(공모공동정범)으로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2016년 11월 킹크랩이라는 프로그램의 시연을 김 지사가 참관했느냐에 대해 1,2심 재판부와 대법원 재판부 모두 김 지사가 참관했다고 본 것이 공범으로 판단한 근거다. 김 지사는 댓글 조작을 전혀 몰랐고, 시연도 없었다고 부인했으나 이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최후진술문을 통해 “실제로 당시 김동원 측이 킹크랩을 통한 댓글 순위 조작을 해 보자며 제안을 했다면 그 날로 그들과의 관계는 끝났을 것”이라며 “그들의 제안에 조금이라도 솔깃해 했다해도, 최소한 그들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인지 다양한 방법으로 확인을 했어야 정상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지사는 “그런 과정 하나도 없이 그냥 믿고 범행을 공모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느냐”며 “그렇게 제대로 알아보고 김동원과 경공모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면 오히려 이번 사건은 아예 생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번째 쟁점인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재판부는 김 지사가 김동원씨에게 이익 제공(센다이 총영사 자리 제공)의 의사를 표시했을 때 지방선거에 특정 후보자가 존재한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선거운동과 관련해 이익제공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21일 경남도청에서 입장 표명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경수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안타깝지만 법정을 통해 진실을 밝히려 했던 노력은 더 이상 진행할 방법이 없어졌다”며 “제가 감내해야 할 몫은 온전히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하지만 법정을 통한 진실 찾기를 부득이하게 여기서 멈춘다 해도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며 “무엇이 진실인지 그 최종 판단은 이제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 드려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저를 믿고 기다려주신 많은 분께 특히 지난 3년 도정을 적극 도와주신 경남도민께 좋은 결과로 응답하지 못해 진심으로 송구하고 안타깝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하지만 진실은 아무리 멀리 던져도 반드시 제자리로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에 나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에서 “참으로 유감이며 할 말을 잃게 된다”며 “2심에서는 1심과 달리 혐의 중 일부만 유죄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좋은 소식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 지사는 “그동안 같은 당의 동지로서 이런저런 고민을 함께 나눠왔는데...너무도 안타깝다”며 “힘겨운 시간 잘 견뎌내시고 예의 그 선한 미소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박성준 대변인도 “대법원의 판단이 아쉽다”며 “진실은 하나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대법원 확정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선 예비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날 대변인실을 통해 출입기자 단체SNS메신저에 올린 글에서 “사법부에서 장기간 심도 있는 심리를 거쳐 판결한 결과에 대하여 존중한다”며 “‘국정원 댓글사건’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규모의 여론조작, 선거공작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비난했다. 윤 전 총장은 “결국 현 정권의 근본적 정통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사법부 판결로 확인된 것”이라며 “이번 대선에서도 다양한 방법의 여론 조작이 이어지고 있는데, 국민들께서 ‘민의를 왜곡하는 어떠한 시도’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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