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 주자로 나선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입당 직후부터 자녀에 아파트 헐값임대 의혹에 휩싸였다. 연일 해명에 나서고 있으나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제공했다면 그것 역시 증여에 해당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논란이다. 무엇보다 미담제조기로 알려진 최 전 원장이 자녀에게 헐값 전세를 내준 것 자체가 감사원장으로서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의혹은 경향신문이 첫 보도를 했다. 경향신문은 지난 19일 8면 기사 ‘[단독] 최재형, 자녀에 아파트 헐값 임대 논란’에서 “야권 대권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65)이 2018년 감사원장에 취임한 후 서울 목동 소재 아파트를 자녀에게 시세보다 최소 5억원 이상 싼 가격에 임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최 전 원장의 재산신고 내역 분석결과 배우자 이모씨(61) 명의의 서울 목동의 A아파트를 2018년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임대했고, 이 아파트 면적은 134.77㎡(전용면적 기준)로, 당시 전세 시세는 2018년 6억~8억원, 현재 시세는 8억~10억원 수준이라고 경향신문은 설명했다. 이 신문은 이씨와 전세계약을 맺은 세입자가 최 전 원장의 차녀인 최모씨(34) 부부로, 전세 계약은 적어도 지난해 말까지 유지됐다며 A아파트는 현재 내부공사 중이라고 썼다.

경향신문은 최 전 원장이 2018년부터 지난 6월까지 감사원장을 지낸 점을 들어 “최 전 원장 본인이 2018년 관사에 입주하면서 자녀에게 집을 시세보다 5억~6억원 낮은 가격에 내준 것으로 보인다”며 한 변호사의 말을 빌어 “돈을 주고받는 것도 증여이지만 받아야 할 돈을 안 주고 안 받는 것도 증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최 전 원장은 경향신문에 관사에 집기가 다 있어서 살던 집에 그대로 두고 올 수밖에 없었고, 그곳에 방에 (가구를) 몰아넣은 탓에 둘째딸이 들어와 실질적으로 사용한 방은 4개 중 2개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전체 평수에 대한 임대료가 아닌, 일부 부분에 대한 월세를 책정했다”면서 “월세 100만원에 반전세였다”고 해명했다.

이에 검사 출신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 전 원장이 ‘반 전세를 준 것이고 월세 100만 원을 받았고, 관사에는 집기가 있어서 가구를 놔두고 가기 위해서 방 2개에 가구를 넣어두고 간 것’이라고 해명한 것을 들어 “최재형 전 원장의 주장만으로도 지금 허위 재산신고를 한 것은 확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1억2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을 받아야 된다고 신고를 해야 되는데 전세 1억2000만원만 신고했다”며 “또한 누구보다도 도덕적으로 엄격해야 하는 감사원장의 신분에서 자신이 살던 집을 자녀에게 시세보다 싸게 전세를 줬다는 것 자체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국민의힘 대변인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국민의힘 대변인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변호사 출신의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어 “최재형 전 원장이 자녀에게 대여한 4억원의 대여금 이자 및 아파트 임대 월세 수입이 공직자재산신고 내용상 명확하지 않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2018년 재산신고액과 올해 퇴직 전 신고액을 비교한 결과 부동산 가격이 올랐는데도 전체 재산액수가 크게 늘지 않은 주요 요인으로 지난해 자녀에게 4억원을 대여한 것을 꼽았다. 이 의원은 “올해 기준 감사원장의 연봉은 1억3973만원으로 그렇다면 지난 3년간의 급여를 대부분 자녀에게 대여해준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자녀에게 월세 100만원을 받고 내준 반전세라는 최 전 원장의 주장에 “국세청에 따르면, 증여대상 월세환산액은 (보증금+월세×100)으로 정해진다”며 “이에 의하면, 결국 자녀에 대한 아파트 임대 보증금은 2억2000만원에 불과하다. 언론(경향신문)이 밝힌 전세계약 당시인 2018년 전세 시세 6~8억원에 한참 못미치는 금액”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재산신고가 누락됐거나 자녀로부터 받은 월세나 이자 수입이 애초에 없는 것일 수 있다”며 “자녀에 대한 대여금 이자 및 월세 수입의 증빙, 이와 관련한 증여세 납부 사실을 명확히 밝혀 검증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이 같이 의혹이 쏟아지자 최 전 원장은 해명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난 뒤 가진 브리핑에서 ‘목동 아파트 자녀 편법증여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감사원장이 돼서 감사원장 공관으로 입주하게 됐는데, 해당 공관에는 이미 중요한 가구들이나 가전제품들이 다 있어서 집에서 사용하던 것을 가져갈 상황이 아니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임대 줄 형편이 아니었다”며 “전세살고 있던 둘째 딸에게 사는 게 어떠냐고 얘기해 보증금을 아내 명의로 송금했다. 또 증여세 문제가 생길 것 같아 매달 100만원씩 월세를 받는 것으로 해결했다”고 해명했다.

최 전 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변인단 간담회 이후 백브리핑에서 ‘임대료(월세) 송금내역을 공개하라’는 민주당 요구에 어떤 입장이냐는 질의에 “공개 못할 게 없다”며 “둘째 아이가 전에 지급하던 전세보증금을 그대로 저희가 받고, 그 당시에는 적절한 가격으로 생각한 월세를 받는 반전세 형태로 했다.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다면 해결 하겠다”고 해명했다.

▲경향신문 2021년 7월19일자 8면
▲경향신문 2021년 7월19일자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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