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방되면 페이도 지급 못 받는데 정상 출근 시키는 걸 이해 못하겠어요. 결방이니까 이때 미리 스톡 촬영분(예비용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합니다. 당장 도쿄올림픽으로 인한 결방 때도 정상 출근하고 스톡 촬영분 만들자고 해서 갑갑하고 막막합니다.”(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 결방대책 마련 긴급설문조사 내용 가운데 인용)

오는 23일 ‘제32회 도쿄 올림픽’이 개막하는 가운데 방송계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올림픽 중계으로 인한 결방 시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지부장 김기영)는 20일 성명을 내고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들이 방송 스태프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쿄 하계올림픽 엠블럼.
▲도쿄 하계올림픽 엠블럼.

방송스태프지부는 이날 성명에서 “방송업계가 올림픽이나 월드컵, 명절 등과 같은 시기에는 기존 편성한 방송을 유보하고 특별편성으로 대체한 후 용역계약이나 구두계약을 맺고 일하는 제작진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방송업계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이미 노동을 했음에도 미방영 시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관행이 지배하고 있는 노동권 사각지대”라고 비판했다.

월드컵,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가 2~3주에 걸쳐 특별편성 되면, 주1회 방송하는 기존 편성 프로그램은 월 1회 정도 밖에 방송이 되지 않는다. 그때 방송 스태프 제작진 다수는 월 50~70만원 밖에 받지 못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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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 결방대책 마련 긴급설문조사 내용. 

실제 방송스태프지부가 시행한 긴급 설문조사(7월1일~11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381명(작가 279명·PD 102명) 모두 참여 프로그램 결방 시 임금 미지급을 경험한 적이 있고, 미지급이 연 3회 이상의 경우도 70% 가까이 나타났다.

또 응답자 90% 가까운 수가 방송 편당(건별)으로 임금을 받고 있으며 이 가운데 편성이 취소될 경우 93.5%가 아무런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모든 응답자의 73.5%는 결방 이유가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라고 답했고 약 45%는 명절이라고 밝혔다.

임금 미지급 기간 노동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방송사가 결방 시기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도 일명 ‘스톡’이라고 부르는 예비용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참여해야 하고 다음편 준비를 미리해야 한다”며 “무임금 기간에도 무휴식으로 지속적으로 업무를 강요받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스태프지부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 63%가 결방이 돼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무료 노동으로 착취를 주도해온 것은 공영방송인 KBS를 비롯한 지상파 3사”라며 “이제 대부분 종편 방송사들로 이어져 대한민국 모든 방송 제작사들은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못한 채 방송 제작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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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연대 방송스태프지부 결방대책 마련 긴급설문조사 내용. 

방송스태프지부는 ‘결방대책 촉구’를 위해 21일부터 23일까지 KBS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고 예고했다.

이들은 “도쿄 올림픽 방송 등 방송사 사정으로 결방하는 프로그램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생존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미 제작된 프로그램의 방송 스태프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도쿄올림픽으로 인한 결방이 방송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무늬만 프리랜서’인 방송작가들이 방송사로부터 ‘유노동 무임금’을 강요받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인류 축제인 올림픽이 열리는데도 방송계 노동자들이 노동 대가를 지급받지 못하고, 오히려 생계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는 현실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이제 방송사는 올림픽 동안 결방하는 비정규직 방송 스태프들에게 노동 대가를 정당하게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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