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는 1980년 12월19일 연합통신 이름으로 창립했다. 연합뉴스는 “진실을 신속 정확 자유롭게 보도하며 공정한 논평을 통해 정론의 초석이 된다”를 사시(社是)로 한다. 연합뉴스 윤리헌장은 “종합 뉴스·정보 매체로서 공정하고 정확한 뉴스와 정보를 국내외에 신속히 공급하며 특정세력의 뉴스와 정보의 독점·왜곡을 배격한다”고 돼 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지위를 갖고 있는 연합뉴스의 힘은 공정성과 정확성에서 나온다.

이런 연합뉴스에서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연합은 ‘기사형 광고’를 작성해 포털로 전송하고 대가를 받았다. 미디어오늘은 홍보대행사와 언론사 매체가 거래한 내역 중 실제 돈거래가 이뤄져 연합뉴스 이름으로 포털에 전송한 기사를 파악했다.

‘기사형 광고’를 쓰는 사람을 특정할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홍보사업팀 소속의 임시직 사원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홈페이지엔 바이라인도 기자 페이지도 없는데 포털에 전송한 기사엔 기자라고 나온다. 포털에 전송할 기사의 홍보 효과를 키우려면 일반기사 섹션으로 묶여야 한다. 포털에 전송한 기사에 정상적으로 기사를 작성했다는 의미로 기자 이름이 박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연합은 기사형 광고를 포털에 전송하면서 기자가 아닌 홍보사업팀 소속 직원 이름으로 내보낸 것이다. 이 같은 편법은 원칙상 ‘포털 퇴출 심사’를 피하기 어려운 제재 사유에 해당한다.

▲ 위 기사가 사업팀 소속 박○○이 작성한 기사. 포털에는 바이라인(기자 이름)이 있지만, 연합뉴스 홈페이지에는 찾아볼 수 없다. 아래 기사는 일반적인 연합뉴스 기사. 기자 이름과 프로필 등이 뜬다.
▲ 위 기사가 사업팀 소속 박○○이 작성한 기사. 포털에는 바이라인(기자 이름)이 있지만, 연합뉴스 홈페이지에는 찾아볼 수 없다. 아래 기사는 일반적인 연합뉴스 기사. 기자 이름과 프로필 등이 뜬다.

[관련기사 : 연합뉴스에 기자페이지도 이메일도 없는 ‘기자’가 있다]

하지만 연합의 후속 조치는 상식 밖이다. 연합은 홍보사업팀 직원 이름으로 작성한 2000여 건의 기사를 삭제했다. 공영언론에서 이렇다 할 해명 없이 수천 건 기사가 삭제된 상황을 뭐라고 해야 할까. ‘사태’라는 표현 외엔 찾기 힘들다.

수차례 해명 요청에도 연합은 공식 입장조차 내지 않았다. 연합은 대신 기자협회보에 기사 작성 송고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로 돈을 받거나 광고를 기사로 위장해 포털에 전송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편법 없는 기사 작성이었고, 이에 따른 수익 창출도 정상적이었다는 게 연합 입장이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연합은 ‘기사형 광고’로 지목된 광고에 관한 거래 내역, 홍보사업팀 직원이 ‘기사형 광고’ 제작 과정에 참여한 이유, 특히 전혀 하자가 없다면 왜 수천 건 기사를 삭제했는지 해명해야 한다. 이런 해명 없이는 ‘기사형 광고’를 비(非)기자 직군이 작성하고 포털에 전송해 대가를 받았다는 의혹을 비껴갈 수 없다. 지금도 인터넷을 검색하면 광고대행사 각종 단가표에 연합뉴스가 포함돼 있다. 연합은 2000년대부터 비일비재했던 광고대행사와의 거래 여부를 해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로 기존 수익모델이 악화해 그와 같은 편법이 궁여지책이라 하더라도 공영언론의 지위와 책무를 고려한다면 이런 짓은 관둬야 한다. 연합뉴스가 한 인터넷 매체는 아니지 않은가.

연합뉴스 보도 한 줄은 다른 매체 후속 취재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연합이 파급력 면에서 남다른 이유는 국내 최대 규모인 600명 기자가 열심히 한국사회를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오늘이 만난 많은 연합뉴스 기자들이 ‘부끄럽다’, ‘굳이 이렇게 돈을 벌어야 하나’라며 쓴소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그렇지 않아도 공정성 뉴스 논란을 일으키며 매년 세금 300억여원이 연합뉴스 공적 기능 지원금 등 명목으로 투입되는 것에 여론이 곱지 않은데 ‘기사형 광고’ 문제가 불거지고 해명마저 석연치 않다면 공영언론 자격에 시비가 붙을 수 있다.

마침 연합뉴스 최대주주이자 경영감독 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가 출범했다. 임기를 다한 연합뉴스 사장 공백 상태를 해결하는 것이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의 첫 번째 과제지만 이번 ‘기사형 광고’ 논란에 책임 있는 후속 조치를 기대한다. 이사진은 이번 논란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 청구 권한을 갖고 있다. 뉴스통신진흥회는 이번 사태를 연합뉴스를 새롭게 출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