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011년 전후에 중견 건설사인 삼부토건 조남욱 전 회장에게 수차례 골프 접대와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겨레는 조 전 회장의 비서실 달력 일정표를 입수했는데 2011년 4월2일 윤 전 총장뿐 아니라 그의 장모 최아무개씨와도 함께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9년 7월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답한 취지와도 다르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조 전 회장은 윤 전 총장과 배우자 김건희씨를 소개한 인물로 알려졌다. 

보수 매체에서 윤 전 총장의 행보가 불안하며 밑천이 빨리 드러났다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중앙일보 정치에디터가 쓴 칼럼 “위기의 윤석열”에서 “말이 좋아 제3지대지 허허벌판”이라며 “지금 하는 거로 봐선 밖에 계속 있다간 지지율 다 까먹기 십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에 접어든 윤 전 총장이 정치 신인으로서 한계를 보인다는 평가의 일환이다. 

LG전자 신입 채용과정에서 고위공무원, 부장판사, 서울대 교수 등 유력 인사들이 개입해 자녀 등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드러났다. 세계일보는 LG전자 채용팀이 2014년 3월 무렵 최고인사책임자 주도 아래 ‘GD(관리대상) 리스트’라는 문건을 생산 관리한 사실을 보도하며 LG전자 외 다른 LG계열사 임원들도 청탁자로 등장한 것을 이유로 그룹 차원의 개입 의혹도 제기했다. 

▲ 19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 19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삼부토건, 윤석열 꾸준히 관리해왔나 

삼부토건 조 전 회장의 일정표를 보면 윤 전 총장은 2006년 10월, 2011년 8월 등에도 조 전 회장과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명절선물 명단에도 윤석열이란 이름이 다섯 번 등장했다고 한다. 

한겨레는 “조 전 회장은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아내 김씨와 장모 최씨와도 각별했던 사이였다”며 “조 전 회장의 비서실 일정 기록을 보면, 최씨를 뜻하는 ‘최 회장’도 여러 차례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삼부토건이 2007년 추석 선물로 과일 두 상자씩을 ‘김명신(김건희씨 개명 전 이름) 교수’와 ‘미시령 휴게소 최 회장’에게 보냈다는 메모가 있다고 보도했다. 삼부토건은 2012년 김씨의 회사인 코바나컨텐츠가 기획한 마크 리부 사진전을 후원하기도 했다. 

▲ 19일 한겨레 5면 기사
▲ 19일 한겨레 5면 기사

 

이 신문에 따르면 2012년 3월11일 조 전 회장 일정 기록에는 ‘윤석렬 검사 대검찰청 별관 4F’라는 메모가 있는데 이날은 윤 전 총장의 결혼식 날이었다. 삼부토건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조 전 회장은 이날 화환을 보내고 직접 참석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검찰 출신 변호사의 말을 전하며 조 전 회장이 윤 전 총장을 꾸준히 관리해왔다고 의심했는데 다만 김영란법이 시행된 2016년 9월 이전의 일이라고 했다. 관련해 조 전 회장 측과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이 신문에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중앙 “요즘 윤석열의 행보 불안해”

중앙일보 신용호 정치에디터의 칼럼을 보면 야권주자로서 윤 전 총장에 대한 불안감을 읽을 수 있다. 신 에디터는 “요즘 그의 행보도 불안하다. 출마를 선언하고 나면 ‘컨벤션 효과’라는 게 있어 상승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했다”며 “오히려 하락세가 심상찮다”고 지적했다. 

이어 “밑천이 빨리 드러난 느낌이다. 중도를 잡기 위해 입당을 미룬다면서 반문 행보만 주로 했다”며 “대선주자가 가져야 할 생명돠고 같은 비전과 공감을 보여주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 19일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 19일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악평이 이어졌다. “외교와 경제 메시지는 거칠었다. 특히 전언정치, 회동정치가 구식이었다. 평생 검사였던 그가 무슨 자신감인지 주변에 무게 있는 정치인 멘토나 참모를 두지 않는다.” “당내에서 정치 경험이 있는 인사에게 손을 내밀고 자신의 비전도 보여야 가능성이 있다. 윤 전 총장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해낼 수 있는 길로 가야 할 거다.” 

중앙일보는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는 보수매체다.

지난 13일 사설에선 “윤 전 총장이 장모·아내 의혹 관련해 구체적으로 소명하지 않고 비껴가려는 모습을 보인다”며 “부인 논문 표절 의혹은 제목의 영문 번역부터 상식적이지 않은 허점이 발견되는데도 ‘이재명·정세균·추미애 등 민주당 후보들의 표절 의혹을 더 엄격히 보라’는 식으로 어물쩍 넘겨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 “두 후보는 변할까, 안 변할까”란 칼럼에선 “윤 전 총장의 출마 회견을 본 많은 이는 ‘마치 검찰 직원 조회에서 훈화 말씀을 하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며 “디지털 4차 산업 혁명, 인공지능이 세상을 지배하는 요즘 시대에 ‘공정’을 도돌이표처럼 외치는 것도 뭔가 구시대적”이라고 평가했다. 

온도 차는 있지만 19일 조선일보 칼럼에서도 윤 전 총장 전략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류근일 칼럼을 보면 “윤석열이 최근 자신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단일화를 제안했다. 단일화는 그러나 막판에 가서 할 일이다. 그때까지의 흥행을 위해선 단일화보단 윤·최 ‘경쟁 속 협력’이 더 적절하다”고 했다. 

▲ 19일 세계일보 4면 기사
▲ 19일 세계일보 4면 기사

 

LG, 고위층 자녀 합격 후에도 관리해

세계일보 보도를 보면 LG의 ‘GD 리스트’에는 청탁 대상자의 신상정보가 구체적으로 적시됐는데 특히 청탁 대상자 아버지의 이름과 현재 직함이 빠짐없이 기록돼있다. 장부만 보면 LG그룹의 어느 임원이 유력 인사의 누구를 어느 시점에 합격시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일보는 “청탁자가 LG 임원이 아니라 조직 혹은 팀 단위로 기록된 경우도 있다”며 “LG가 사업 이해관계에 따라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준 정황”이라고 해석했다. 

해당 문건에선 입사자의 이름, 성별, 소속, 입사시점, 학력, 출신학교 등 신상정보를 자세히 정리했고, 원청자(최초 청탁자), 관계(청탁자와 채용자의 관계) 등 채용비리를 암시하는 항목도 적시됐다. 또한 입사자 중 상당수는 입사 후 승진과 전보 등 인사변동 내역이 반영돼 있었는데 세계일보는 “청탁을 받아 채용하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이들을 특별 관리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LG전자의 부정채용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이 정식 재판으로 전환해 오는 22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 검찰이 기소 과정에서 공소장에 GD리스트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을 뻔한 것이다. 

LG 측은 세계일보에 기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기업 채용재량 측면에서 업무방해가 성립될 요인이 없다”는 입장이다. 무죄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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