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휩싸였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1심 법원에서 무죄(강요미수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기자가 무죄를 받은 다음날인 17일 신문들은 각기 다른 양상으로 보도했다.

채널A와 같은 그룹인 동아일보는 이 소식을 건조하게 다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법원이 이 전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에 무죄를 내렸지만, 그가 취재윤리를 위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검언유착이 아닌 정언유착을 강조했다.

▲17일 동아일보 6면.
▲17일 동아일보 6면.

이 전 기자는 지난해 2~3월 사기 행각으로 구속 수감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옥중 서신을 보내고 대리인 지모씨를 만났다. 이 전 기자는 이 전 대표에게 “유 이사장 등의 비리 정보를 제공하면 검찰 고위층을 통해 선처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편지를 전했다. 검찰은 이 전 기자가 검찰 고위층과 연결돼 있음을 암시하며 협박했다가 미수에 그쳤다는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폭행 또는 협박에 해당할 정도의 구체적 해악의 고지가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그의 취재 행위가 명백한 취재 윤리 위반이라며 “특종에 대한 과도한 욕심에 수감된 피해자를 압박하고 가족 처벌 가능성까지 운운하며 정보를 얻으려 했다”, “검찰 고위 간부를 통한 선처 가능성 등을 거론하면서 취재원을 회유하려고도 했다”고 했다.

홍 판사는 피고인들에게 “판결이 잘못을 정당화하고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명심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참된 언론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음은 17일 주요 종합일간지 지면에 관련 소식을 다룬 기사들 제목이다.

경향신문 6면 “취재 방법, 윤리적으론 부적절…처벌에는 신중”
국민일보 1면 “검언유착 없었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1심 무죄”
국민일보 사설 “‘검언유착’ 1심 무죄… 대선판 악용 말라”
동아일보 6면 “‘신라젠 사건’ 前 채널A 기자 무죄… 재판부, 검언유착 의혹 인정 안해”
세계일보 1면 “前 채널A기자 1심 무죄 … 法 ‘면죄부 아니다, 비난받아 마땅’”
조선일보 1면 “검언유착 없었다”
조선일보 3면 “‘채널A사건 검언유착 몰더니…MBC·이성윤·秋 권언유착 드러난셈’”
조선일보 3면 “이동재 ‘사건 누가 기획했는지 수사해야’…한동훈 ‘거짓 선동·공작 책임 꼭 묻겠다’”
조선일보 사설 “채널A 사건 무죄 판결, 정권의 조작 의혹 규명은 지금부터”
중앙SUNDAY “취재원 강요미수 전 채널A 기자 무죄…‘검언유착 실체없다’”
한겨레 6면 “‘취재원 강요미수’ 이동재 1심 무죄, 법원 ‘명백한 윤리 위반…단죄는 신중해야’”
한국일보 1면 “검언유착 요란했던 1년4개월, 실체 없었다”
한국일보 3면 “한동훈도 무혐의 땐 尹징계 명분 실종…檢수사 정당성 무너지다”
한국일보 3면 “이동재 ‘누가 의혹 기획했는지 밝혀야’ 한동훈 ‘추미애 이성윤 등 책임 묻겠다’”
한국일보 3면 “취재윤리 위반, 비난받아 마땅, 李 호되게 꾸짖은 법원”
한국일보 사설 “채널A ‘검언유착’ 아니나 취재윤리 위반 인정한 법원”

동아일보는 해당 소식을 건조하게 다뤘다. 사건 이름도 ‘채널A 사건’이 아닌 ‘신라젠 사건’이라고 불렀다. 동아일보는 해당 기사를 6면에 배치하고 법원 판결과 이 전 기자 입장, 기자협회 채널A지회 입장 등을 건조하게 다뤘다. 사설은 쓰지 않았다.

▲17일 경향신문 6면.
▲17일 경향신문 6면.
▲17일 한겨레 6면.
▲17일 한겨레 6면.

경향신문, 한겨레도 이 사건을 건조하게 다뤘다. 다만 법원이 무죄를 내렸다고 해서 취재윤리 등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제목 등에서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6면 “취재 방법, 윤리적으론 부적절…처벌에는 신중”에서 법원이 무죄를 내렸지만 이 전 기자가 취재 윤리를 어겼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6면 “‘취재원 강요미수’ 이동재 1심 무죄, 법원 ‘명백한 윤리 위반…단죄는 신중해야’”에서 재판부 선고 위주로 간결하게 다루며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무리한 취재 행위를 지적했다고 전했다.

▲17일 조선일보 3면.
▲17일 조선일보 3면.

이 이슈를 비중있게 다룬 것은 조선일보와 한국일보였다.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모두 이 이슈를 1, 3면과 사설로 다뤘다. 특히 조선일보의 1면 제목은 “검언유착 없었다”였다. 조선일보는 사건 당시에도 해당 사건이 ‘검언유착’이 아니라 여권과 MBC의 ‘정언유착’이라는 논조였다.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채널A 사건은 정권과 사기꾼, 정권 방송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을 공격하기 위해 억지로 꿰맞춘 것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며 “정권과 MBC가 ‘검언 유착’을 조작하는 데 공모했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썼다.

▲17일 조선일보 사설.
▲17일 조선일보 사설.
▲17일 한국일보 3면.
▲17일 한국일보 3면.

한국일보도 1면에 “검언유착 요란했던 1년4개월, 실체없었다” 기사에서 “법원이 이날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해 실체가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비판도 커질 전망”이라고 썼다.

3면 기사에서는 검언유착 실체가 없다고 판단됨에 따라 한동훈 검사장 역시 무혐의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짐을 짚었다. 한국일보는 “한동훈 검사장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하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 청구를 주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당시 이 전 기자 수사를 주도한 검찰 수사팀은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 영역에서 공방할 사안을 사법기관에 넘겨 의혹을 키우는 정치의 사법화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의혹 공방이 난무하는 지금은 더욱 그렇다. 검찰도 무리한 수사로 더는 정치 공방에 휩쓸려선 안 된다”고 밝혔다.

▲17일 한국일보 사설.
▲17일 한국일보 사설.

다만 한국일보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이 전 기자의 행동이 취재윤리를 위반한 점은 분명하다”며 “홍 부장판사가 무죄 선고가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 점을 언론은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도 사설에서 “이 사건은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며 국론 분열을 불러왔었다. 그랬던 만큼 향후 최종심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국민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아울러 사건 초기부터 MBC와 여권의 ‘권언유착’ 의혹도 제기됐었는데 향후 이에 대한 사실 규명이 이뤄질 필요도 있겠다”고 썼다.

이어 “공교롭게 여야 대선 주자들이 연루된 사건이어서 선거판이 이번 일로 시끄러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하지만 아직은 1심 결과인 만큼 이를 선거에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선 주자들이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면 지난해 못지않은 국론 분열을 야기할지도 모른다. 대선 주자들과 여야가 ‘검찰개혁 싸움 시즌2’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자제하기 바란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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