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중소기업 가지 마라? ‘좋좋소’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중소기업 가지 마라? ‘좋좋소’가 진짜 말하고 싶은 것은
[인터뷰] 중소기업 현실 적나라하게 보여준 웹드라마 ‘좋좋소’
총감독 유튜버 빠니보틀 “평범한 우리가 사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

“미생이 판타지라면 좋좋소는 다큐멘터리다.”(‘좋좋소’ 왓챠 평가글 가운데 인용.)

중소기업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호평을 받은 웹드라마 ‘좋좋소’(감독 빠니보틀·제작지원 왓챠) 시즌3가 지난 10일 막을 내렸다. 좋좋소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29세 사회초년생 조충범 등 주인공들이 현실 중소기업의 쓴맛을 보며 성장하는 오피스 드라마다.

드라마 이름은 ‘좋소좋소 좋소기업’을 줄인 ‘좋좋소’이지만 중소기업을 욕하면서 부르는 ‘X소’를 표현한 것으로 이름부터 이 드라마가 중소기업의 어떤 모습을 비출지 알 수 있다. 

실제 좋지 않은 처우로 직원이 하루아침에 도망 간다거나 성의 없고 황당한 질문만 가득한 신입사원 면접 장면이 그려진다. 일의 체계가 없음은 물론이고 인사도 주먹구구식이다. 대표 친인척이나 지인이 직원인 경우도 허다하다. 직원들은 탕비실에서 커피 믹스와 간식을 훔치다 사장에게 걸리거나 주식 이야기로 하루를 보낸다.

직원이 도망을 가도 상사의 관심은 직원의 퇴사보다 그의 조끼에 들어있는 회사카드다. 포트폴리오가 엉망인데도 학원 선생님 도움을 받아 입사한 직원은 회사에서 출근 브이로그를 찍겠다며 하루종일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고 갑자기 시작한 사업이 회사의 정체성을 바꾸기도 한다.  

▲'좋소좋소좋소기업' 포스터. 사진출처=왓챠.
▲'좋소좋소좋소기업' 포스터. 사진출처=왓챠.

좋좋소가 보여준 놀라운 현실적 이야기는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1화 조회수가 200만 이상을 기록했고, 시즌3까지 각 회차 조회수 평균은 120만회를 유지하고 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가 투자를 결정한 후 왓챠 안에서도 인기 드라마가 됐다. 

좋좋소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는 공감과 함께 씁쓸함, ‘이러니까 중소기업 가면 안 된다’, ‘노력해서 대기업을 가야 한다’는 시선이 공존한다. 좋좋소를 기획·제작한 유튜버 빠니보틀은 이런 반응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는 왜 ‘X소’를 적나라하게 비춘 것일까. 미디어오늘은 시즌3을 마지막으로 좋좋소 감독에서 물러나는 유튜버 ‘빠니보틀’을 지난 14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좋좋소의 감독 유튜버 빠니보틀. 사진출처=빠니보틀 제공.
▲좋좋소의 감독 유튜버 빠니보틀. 사진=빠니보틀 제공.

- 좋좋소 시즌3가 막을 내렸다. 좋좋소는 계속되는 건가?

“좋좋소 시리즈는 높은 확률로 계속될 것 같다. 다만 나는 여행 유튜브 재개와 출국 일정으로 향후 시즌에는 참여하기 어렵다.”

- 좋좋소를 만들게 된 계기는?

“첫 계기는 내가 해외여행을 다닐 때 정말 감명 깊게 본 드라마 ‘미생’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희로애락을 그린 드라마를 보며 큰 울림이 있었고, 중소기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좋좋소는 중소기업 현실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굉장히 디테일하게 연출했다. 캐릭터나 대사, 회사원들의 의상이나 행동 등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무엇을 참고했나?

“한국 드라마 ‘미생’, 미국 드라마 ‘오피스’, 유튜브 ‘피식대학’과 ‘뷰티풀 너드’ 등을 참고했다. 특히 유튜브 세계에서는 ‘공감’이라는 키워드가 굉장히 부각되고 있다.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면 디테일한 요소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디테일을 넣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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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정승네트워크에 입사해 청소를 하고 있는 조충범씨(남현우 배우). 사진출처='좋좋소'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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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충범이 입사 이후 얼마되지 않아 퇴사를 하기 위해 도망가는 장면. 사진출처='좋좋소' 유튜브. 

- 각 연기자 연기도 호평을 받았다. 특히 조충범 캐릭터를 연기한 남현우 배우의 찌질한 연기가 극찬을 받았는데 각 캐릭터 섭외는 어떤 방식이었는지?

“사실 내가 섭외한 배우는 정 사장 역을 맡은 강성훈 배우 한 명이다. 나머지 배우분들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 경험이 많은 촬영 감독님이 캐스팅하셨다. 특히 남현우 배우(조충범 역)님은 처음에는 소위 말하는 ‘찐따’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아 연출하며 특별히 주문을 한 부분이 많았다. 남현우 배우 본인의 엄청난 연구 끝에 ‘조충범’을 완성해 온 케이스다. 배우 분들 각자가 본인 역할에 몰입하고 연구해 각자가 그 자신이 돼준 덕분에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나지 않았나 싶다.”

- 좋좋소 에피소드 중 가장 기억에 남거나 추천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26화 마지막 씬, 7년 전 술자리에서 각오를 다지며 건배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장면만 봤을 때는 희망을 얘기하고 있고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임하고 있는데도 이야기 맨 마지막에 나오기 때문에 씁쓸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이중적인 씬이다. 이 과장님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그 씬 덕분에 저의 ‘좋좋소’ 마무리가 후회 없이 끝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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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좋소' 26회 마지막 장면. 사진출처='좋좋소' 유튜브. 

- 좋좋소 피드백 가운데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

“사실 좋좋소는 업로드되기 2~3주 전에 미리 촬영이 끝나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다만 6~15화가 끝나고 백진상 차장이 더 안 나오는 것 아니냐는 시청자들의 걱정 어린 의견을 받아 다음 시즌에서 등장시키고, 그러다가 이야기 끝에는 결국 이과장과 백 차장이 다시 만나는 스토리로 귀결됐다. 이러한 스토리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것은 시청자들의 의견이 컸다고 볼 수 있다.”

-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멸시나 ‘열심히 해서 대기업으로 이직하라’라는 말이 많다. 좋좋소에 대한 반응 가운데 ‘이러니까 절대 X소기업 가지 마라’는 평이 많았다. 이 반응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가장 강조했던 것은 좋좋소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중소기업에 가지 마라’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 사회 직장인들은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TV를 틀면 나오는 상위 0.1%들의 삶,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자기 자랑과 과시가 범람하는 시대다. 우리같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반인들에게 귀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좋좋소 등장인물 중 그 누구도 완전한 악인도, 완전한 선인도 없다. 그것은 곧 우리들을 의미한다. ‘너 잘하고 있어’, ‘넌 좋은 사람이야’ 같은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1차원적 위로는 더 사람들에게 와닿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타인이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된다고 본다. 좋좋소는 그저 우리를 보여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자체로 많은 분, 특히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실제로도 좋좋소 유튜브 댓글로 ‘내 주변에도 저런 사람 있다’, ‘나도 저런 식으로 당했다’ 등의 본인 경험담을 적어놓는 시청자들이 많다. 본인에게 일어난 힘들었던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만 해도 위로가 된다는 반증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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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가 자신의 친인척을 입사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한 중소기업의 특징을 잡은 장면. 사진출처='좋좋소' 유튜브. 

- 능력주의 담론도 유행이지만, 동시에 최근 많은 이들이 투자에 뛰어들면서 회사에 열정을 잃어가는 현상도 있다. 투자 열풍이 이를 부추겼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좋좋소에서도 주식하는 직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지훈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능력은 있지만 작은 회사에서 편하게 다니려는 모습’을 짚기도 했다. 이런 현상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 시대에서 무언가가 일어나는 것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상 어쩔 수 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가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100년 전에 태어난 사람과 지금 태어난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빠니보틀에게 회사 생활이란?

“(모든 일을) ‘내 일이다’ 라고 생각해야 서로에게 좋은 것 같다. 회사 일이 다른 사람 일처럼 느껴지고, 잘 되든 안 되든 내 알 바 아닌 상태가 된다면 과감히 그만두는 게 회사와 본인 모두에게 이득인 것 같다. 제가 그래서 퇴사했다.”

- 구독자들이나 이 기사를 보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대한민국의 평범한 우리들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좋좋소에 대단한 철학적 가치나 깊은 뜻은 없다. 그렇지만 우리 드라마가 해주는 공감이 많은 분께 위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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