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 시민소통담당관이 이재수 춘천시장 비판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에 “역겹다”라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기자단은 즉각 반발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ㅈ담당관은 공개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ㅈ담당관이 불만을 표출했던 기사는 강원 CBS 기사다. 강원 CBS는 지난 13일 “[단독]춘천시장 ‘최악 단수 사태 속’ 결혼식 참석했다 자가격리까지”라는 보도를 했다.

강원 CBS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11시 춘천에서 단수가 발생했다. 이 시장은 다음날인 10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지휘 현장을 벗어나 자택에 머물었고 이후 지인 결혼식 참석을 위해 원주로 향했다. 강원 CBS의 1차 비판점은 여기서 나온다. 단수 사태를 지휘해야 하는 책임자가 지휘 현장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이재수 춘천시장이 7월15일 단수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재수 춘천시장이 7월15일 단수 사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두 번째 비판점은 이 시장이 참석했던 결혼식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강원 CBS와 ㅈ담당관의 시각차가 드러났다. ㅈ담당관이 불만을 표출한 지점은 강원 CBS가 자가격리라는 표현을 쓰며 보도했다는 것이다. 이 시장이 이미 두 번이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상황이기에 확진만 아니라면 자가격리도 없다는 것이 ㅈ담당관의 설명이었다.

ㅈ담당관은 강원 CBS 측에 정정을 요구했으나 해당 요구는 수용되지 않았다. 이후 ㅈ담당관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시장이 결혼식장 방문 이외에 새벽부터 현장을 찾은 점, 일정 자료 위주로 기사가 작성된 점을 문제 삼았다. 취재 과정에서 구체적인 경위 파악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고 신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종교 방송을 표방하는 매체의 기자가 하는 짓을 보면서 난 역겨움을 느꼈다”며 “시장의 스케쥴을 요청해 그것을 자신이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교묘히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통상적인 상식까지 넘어서는 자가격리라는 표현으로 시장을 모욕하고 있다”고 적었다. 해당 게시글은 같은 날 오후 ‘나만 보기’로 변경됐다.

ㅈ담당관의 글이 알려지자 춘천시청 출입기자단은 15일 성명을 발표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기자단은 “(ㅈ담당관이) 글을 올린 공간이 개인 SNS이지만 그는 시청 입장을 대변하는 공인”이라며 “시장 일정은 공식적인 것으로 이를 보도한 기사에 대해 입에 담기도 힘든 말을 SNS를 통해 쏟아낸 것은 심각한 인격 모독이자 명예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가 기자 개인에 대한 불만을 넘어 시정에 비판적인 언론사나 기자에 대한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공보담당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SNS 글로 모욕을 주고 명예를 훼손한 해당 언론사와 기자, 춘천시청 출입 기자단에 자신이 글을 게재했던 페이스북이나 서면을 통해 공식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3일 강원 CBS 보도. 사진=CBS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13일 강원 CBS 보도. 사진=CBS 홈페이지 갈무리

비판이 일자 ㅈ담당관은 16일 공개적으로 입장문을 냈다. 사과 의사를 담았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페이스북 글을 올리게 된 경위, 향후 닥칠 명예훼손 소송전 등에도 성실히 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강원 CBS 측과 오갔던 내용 등에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ㅈ담당관 입장문에 따르면 그는 보도가 있던 당일 오후 8시33분 기사를 작성한 취재기자와 보도국장에게 “자가 격리와 검사 후 대기는 다른 상황이라 오해할 수 있으니 구분해서 써야한다”는 취지로 정정을 요구했다. ㅈ담당관은 취재기자로부터 보도국장과 통화하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도국장은 통화에서 “자료가 있으니 내일 통화하자”며 통화를 끊었다고 한다. 보도국장은 다음날 ㅈ담당관에게 수정 대신 “이재수 춘천시장, 코로나19 검사 ‘음성’”이라는 기사를 내겠다고 전했다.

ㅈ담당관은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서도 “제가 쓴 글이 분명히 해당 기자에게 인격적으로 모욕감을 주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그에 대한 처벌은 달게 받겠다. 저는 해당 기자에게도 당일부터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해도 되고, 저는 언론중재위를 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의 소통 책임자로서 문제를 일으킨 것에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아울러 저에게는 새로운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춘천시를 위해 공직자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일은 제 개인의 문제니, 시와 연결시키지 않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