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SKB)와 ‘망 사용료’ 소송에서 패소한 넷플릭스가 항소장을 제출했다.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취재진에 배포하며 벌써부터 치열한 신경전에 돌입했다.

넷플릭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판결과 관련해 항소를 제기한다고 15일 밝혔다. SKB는 이와 관련해 넷플릭스가 일반 이용자와 국내 콘텐츠제공(CP)사 모두가 지급하고 있는 망 사용료를 홀로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9년부터 이어져 온 갈등

넷플릭스와 SKB 간 공방은 지난 2019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SKB는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달라며 재정 신청을 제기했다.

망 사용료 갈등은 SKB·KT·LG유플러스 같은 인터넷 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유튜브·페이스북·넷플릭스·네이버 같은 CP사간의 이용요금 분쟁을 의미한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 해외CP사는 망 사용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 반면 국내CP사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국내ISP에 지불하는 망 사용료는 연간 1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또 구글과 넷플릭스는 프랑스의 오렌지, 미국의 버라이즌·AT&T·컴캐스트 등 해외 ISP를 상대로는 망 사용료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무임승차’라는 비판도 일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차전은 SKB가 승리를 거둔 것. 1심 재판부는 “망 이용 대가를 제공할 의무가 없다”는 넷플릭스 주장을 기각했다. 협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주장은 각하했다.

▲사진=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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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주장은?

넷플릭스는 항소에 나선 배경을 설명하며 세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법원은 SKB가 넷플릭스에 ‘연결’(인터넷 접속 서비스)이라는 역무를 제공하고 있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가운데 넷플릭스는 SKB로부터 연결을 받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넷플릭스는 SKB가 이용자들에게 콘텐츠를 더욱 원활하게 전송하는 것을 돕고자 SKB가 원하는 가까운 위치에 연결점을 마련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이유로 전 세계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CP사의 망 이용대가 지급을 강제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대가 지급 의무를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넷플릭스는 1심 판결대로라면 한국 이용자가 미국 CP사 콘텐츠를 이용하고 싶어도 해당 CP사가 한국 ISP에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았다면 콘텐츠 이용이 불가능한 것 아니냐고 주장 중이다. 다시 말해 망 중립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망 중립성 원칙이란 ISP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폐기된 망 중립성 원칙 복원을 지시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망 중립성 원칙은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법원 판결에 대해 한국 CP사나 이용자보다 국내 ISP 이권 보호만 우선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넷플릭스는 마지막으로 당사자 간 분쟁 해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가 자체 개발한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오픈 커넥트’를 SKB에 설치하면 넷플릭스 콘텐츠 관련 트래픽을 최소 95%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먼저 SKB에 오픈 커넥트 무상 설치를 제안했지만 SKB가 이를 거부했고 금전적 대가만 요구했다는 게 넷플릭스 주장이다.

▲사진=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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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B의 반박은?

SKB는 즉각 반발했다. 재판부가 판결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의 ‘유상성’,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지급 채무를 명확하게 인정했다는 것이다. 유상성이란 특정 행위에 대해 보상이 따른다는 의미다.

망 중립성 원칙을 든 넷플릭스에 대해서는 1심 판결에서 망 중립성과 망 이용 대가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넷플릭스가 법원이 국내 ISP의 이권 보호만을 우선시했다고 우려를 표한 것에 매우 유감이라고 전했다. 1심 판결은 누구나 망을 이용하면 대가를 지급한다는 기본원칙을 확인했을 뿐 특정 사업자 이권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

SKB는 또 앞서 언급된 오픈 커넥트를 설치하더라도 국내 CP사와 마찬가지로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OCA를 국내에 설치하고 국내 망을 무료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통신사업자의 기본적 비즈니스 모델을 부정한다는 이야기다.

SKB는 “1심 판결문을 근거로 2심에서도 빈틈없이 대응할 것”이라며 “넷플릭스가 1심 판결에도 지속해서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적절한 시기에 구체적으로 망 이용 대가를 청구하는 반소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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