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전북 전역에 호우 특보가 발효됐다. 최대 150mm가 넘는 강우량이 예고됐다. 서윤덕 KBS 전주총국 기자는 곧장 비가 쏟아지고 있는 임실로 향했다.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영상을 송출하는 무선중계시스템 MNG(Mobile News Gathering)에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통상 녹화하는 영상이라면 ENG 카메라(Electronic News Gathering)에 영상을 담은 뒤 나중에 편집하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ENG 카메라는 우리가 흔히 아는, 카메라 기자들이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는 카메라를 의미한다.

그러나 생중계 현장에서 MNG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ENG 카메라로 현장을 담아도 송출이 불가능하다. 서 기자는 임기응변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약 2분가량의 현장 리포트를 무사히 마쳤다. 현장 모습 역시 스마트폰을 거쳐 아무런 탈 없이 송출됐다.

▲지난 7일 서윤덕 기자가 전북 임실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현장 리포트를 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 갈무리
▲지난 7일 서윤덕 기자가 전북 임실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해 현장 리포트를 하고 있다. 사진=KBS 뉴스 갈무리

폭우 현장서 작동하지 않던 MNG 대신 스마트폰 활용

서 기자는 15일 미디어오늘과 서면 인터뷰에서 “취재 당일 미리 준비해간 MNG가 일시적으로 작동하지 않았고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대처하게 됐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통상 방송 기자들은 ‘그림’에 대한 고민이 펜 기자들보다 높은 편이다. UHD, QHD 등 TV 화질도 더욱 고품질화하는 상황에서 송출되는 영상의 질까지도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스마트폰을 활용한 영상 송출은 쉽지 않은 선택이다. 실제 서 기자 리포트 영상을 보면 화질이 평소 KBS 화면에 비해 고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다.

서 기자는 “기본적으로는 화질이 더 뛰어난 중계차나 MNG를 사용한다”며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중계 장비의 순간적 기능 이상이나 중계 장비 없이 급하게 재난방송을 해야 할 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영상 송출이 불가능한 긴급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임기응변이 필요한 법. 서 기자는 KBS에서 자체 구축한 Vmix call의 힘을 빌려 재빠른 대응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Vmix call은 영상 송출 기능을 탑재한 소프트웨어다. PC 등을 활용하는 작업시에 용이하지만 스마트폰과 연동도 가능하다.

서 기자는 “KBS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로 각종 화상 인터뷰 체계 Vmix call을 구축했다”며 “스마트폰을 활용한 영상 송출이 화질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기술 자체로만 본다면 제약은 없다”고 전했다.

▲사진=Getty Images Bank
▲사진=Getty Images Bank

“지난해에는 한 기자가 ‘페이스톡’으로 대응하기도”

전문 방송 송출 장비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송출하게 되면 기술적 결함이 생기지 않을까. 서 기자는 아무래도 스마트폰 촬영 도중 돌발상황이 생길 수도 있기에 다른 대안이 없을 경우가 아니라면 스마트폰 활용을 우선순위에 두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 기자는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스마트폰 촬영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며 “일례로 휴대전화 중계 중 전화가 온다거나 재난 문자가 들어오면 방송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은 기본적으로 송출 안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MNG 등의 장비가 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상황이 아니면 휴대전화를 사용할 이유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또 화질 등을 고려하면 시청자에게 재난현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서 기자는 스마트폰 영상 촬영이 생중계만 아니라면 취재 현장에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서 기자는 “보도국 내부에서도 스마트폰 촬영 취재에 거부감은 없다”며 “생중계가 아닌 현장에서는 자주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급박한 사건, 사고 현장일 경우 취재기자가 먼저 도착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기도 한다”며 “지난해의 경우 폭우 상황 생중계를 전주총국 소속 오정현 기자가 ‘페이스톡’을 활용해 진행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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