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취재진 ‘기자 사칭’ 옹호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연이어 고개를 숙였다. 이어지던 논란은 김 의원의 사과로 일단락되는 모습이다. 

29년간 기자 생활을 했던 ‘대선배’의 깜짝 발언에 언론계는 비판을 쏟아냈다. 심지어 김 의원의 친정인 한겨레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논문 표절 및 사업계획서 도용 의혹 관련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논문 표절 및 사업계획서 도용 의혹 관련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앞서 MBC 취재진은 지난 8일 야권의 대선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했다. 김씨 논문을 지도한 교수의 과거 주소지를 찾은 MBC 취재진은 해당 집 앞에 주차된 차량의 주인이자 현재 집주인인 A씨와 통화하며 교수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려 했고, 이 과정에 자신들의 신분을 ‘경찰’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지난 9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본사는 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은 취재진 2명을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고 사규에 따라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를 입은 승용차 주인과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외부위원 1인과 내부위원 3인 등 총 4인으로 진상조사위를 꾸리고 15일 조사에 착수했다. 

기자의 경찰 사칭은 가벼운 이슈가 아닌데도 김 의원은 지난 12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기자가 수사권이 없으니까 경찰을 사칭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이가 든 기자 출신들에게는 사실 굉장히 흔한 일이었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제기되고 언론계에서도 반발이 일자 김 의원은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내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보다는 MBC 취재진을 고발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에 방점을 뒀다.

한겨레도 김 의원을 비판했다. 정환봉 한겨레 소통데스크는 14일 2면 칼럼(‘김의겸의 감수성’)을 통해 김 의원 논란을 짚었다. 

정 데스크는 “적어도 내가 지난 10년 동안 한겨레에서 함께 일했던 기자들은 그의 말과 달랐다”며 “한겨레 기자들은 경찰을 사칭하는 빠르고 쉬운 방법 대신 밤 서리 맞으며 쓴 긴 편지로 누군가를 설득했고, 흔한 사건 기사 한 문장에도 곡해가 있을까 다섯 번씩 다시 써 무엇이 가장 적당한지 물어왔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같은 날 관련 기사를 읽었다고 언급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정인 한겨레 후배로부터 질책을 들으니 가슴 한쪽 구석이 와르르 허물어진다”고 적었다.

이어 “윤 전 총장의 의도를 선명하게 부각하려고 아주 오래전 언론계의 그릇된 취재 관행까지 끌어 오고야 말았다”며 “가볍게 던진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겨레 후배들의 마음에 이토록 상처를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이 재차 사과 의사를 전했지만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언론단체들의 비판 논평도 이어졌다. 논평 자체는 MBC를 비판하는 것이었지만 김 의원을 향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언론인권센터는 “김 의원의 윤리의식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매우 안일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공익적 목적이라고 할지라도 적법하지 않은 비윤리적 취재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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