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 구성을 위한 추천이 정치권의 반년 가까운 지연 끝에 마무리 수순이다. 정부와 여야는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추천을 마쳤지만 국민의힘 추천 인사를 두고 연합뉴스 구성원의 반발이 강하다. 방통심의위의 경우 야당 추천만 남은 가운데 정부·여당은 현재 추천 몫만으로 위촉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정부와 국회 여야 교섭단체는 지난 9일 차기(6기)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추천을 마쳤다.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의 대주주이자 경영감독기구인 진흥회는 총 7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법에 따라 청와대 2인, 국회의장 3인, 방송협회·신문협회가 각 1인을 추천한다. 국회의장 몫은 관례상 의장과 여야 몫으로 각각 나뉘어, 전체로 보면 정부 여당 4인, 야당 1인, 언론단체 2인 구조다. 

청와대는 김주언 전 기자협회장과 5기 진흥회 보궐이사였던 김인숙 변호사를 추천했다. 국회 3인 몫으론 박병석 국회의장이 전종구 전 중앙일보 중부사업본부장을, 더불어민주당은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국민의힘은 조복래 전 연합뉴스 콘텐츠융합 상무를 추천했다. 신문협회는 강홍준 신문협회 사무총장을, 방송협회는 임흥식 MBC C&I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충성 문자’로 연합뉴스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던 조복래 전 연합뉴스 콘텐츠융합담당 상무는 2016년 7월 장충기 전 사장에게 다음과 같이 문자를 보냈다. 사진=뉴스타파 화면 캡처
▲뉴스타파에 따르면 ‘충성 문자’로 연합뉴스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던 조복래 전 연합뉴스 콘텐츠융합담당 상무는 2016년 7월 장충기 전 사장에게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 성매매 보도를 가리켜 다음과 같이 문자를 보냈다. 사진=뉴스타파 화면 캡처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복래 전 상무는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편향·불공정 보도 책임자로 꼽힌다. 조 전 상무는 2016년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에게 보낸 문자로 비판을 받았고, 2012년 공정보도 파업을 주도한 노조 집행부 기습 지방발령의 책임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언론노조는 2017년 조 전 상무 등 3명을 연합뉴스 ‘언론부역자’로 선정한 바 있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연일 기수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현재까지 23~33기 총 137명이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 입사한 33기 31명은 “(조 전 상무는)인사 전횡, 공정 보도 훼방도 모자라 ‘장충기 문자 사건’을 일으켜 연합뉴스 구성원들이 고개 들고 다니지 못하게 만든 자신의 과거를 잊었단 말인가”라며 “누구라도 써야할 것을 쓰지 못하게 하고, 쓰지 않아야 할 것을 쓰게 하는 부당한 개입을 행한 자라면 사장 선출권을 가진 진흥회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국민의힘의 조복래 전 연합뉴스 상무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추천 철회를 촉구하며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 1인 시위에 들어갔다. 박성민 연합뉴스지부장. 사진=연합뉴스지부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국민의힘의 조복래 전 연합뉴스 상무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추천 철회를 촉구하며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 1인 시위에 들어갔다. 박성민 연합뉴스지부장. 사진=연합뉴스지부

23·24기 구성원 27명은 “도대체 얼마만큼 연합뉴스를 욕보여야 성에 차는가”라며 “당장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내정자) 자리에서 사퇴하라. 사퇴한 이후에도 연합뉴스 주변에는 얼씬도 하지 마라”고 했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는 12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연합뉴스지부는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에 동조한 부적격 인사를 추천하는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국민의힘에 추천 철회를 촉구했다. 

방통심의위의 경우 총 9명의 위원 가운데 정부·여당 몫 6명에 대한 추천이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이 야당 몫 3명 추천을 기약 없이 미루고 있다. 청와대는 정부 몫으로 정연주 전 KBS 사장과 옥시찬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김유진 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을 추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성옥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를 추천했고,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광복 전 연합뉴스 논설주간을,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민영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를 추천했다. 국민의힘은 이상휘 세명대 교수와 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황성욱 변호사(현 방통심의위원)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식 추천은 미루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뉴스통신진흥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뉴스통신진흥회

이상휘 세명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새누리당 원외대변인을 지냈고,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출마한 정치인 출신이다. 김우석 부소장은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 상근특별보좌관을 지냈고 2008년과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탈락한 바 있다. 방통심의위원이 정당 추천으로 이뤄지지만 기존엔 정치권과 거리를 둔 인사를 추천하는 게 관례였다. 

방통심의위는 대통령과 국회의장,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3인씩 추천한다. 국회의장 몫은 통상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여야 대표가 1명씩 추천한다. 과방위 몫은 여당이 1인, 야당이 2인을 각각 추천한다. 여야 6대3 구조다.

국민의힘은 특히 심의위원장에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거론되는 데 반발하며 추천을 미루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미디어오늘에 “아직 추천하지 않았다. 구체적 일자는 아직 확정 짓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2일 “정연주 내정자는 언론인 시절 노무현 후보의 경쟁자인 이회창 후보 병역비리 의혹을 집중 제기했고 노무현 정권에서 KBS 사장까지 올랐다”며 정부편향 인사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정부·여당 추천으로만 방통심의위를 꾸릴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말 국민의힘이 추천을 계속 미루면 정부·여당 측 추천만으로 방통심의위를 꾸려 출범하겠다고 경고해왔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월29일 4기 위원회 임기 만료 뒤 6개월째 ‘업무정지’ 상태다. 방통심의위는 내년 3월9일 20대 대통령 선거일 240일 전인 12일까지 선거방송심의위를 구성해야 했으나, 본 위원회 추천마저 완료되지 않아 정시 출범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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