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유가부수 대비 정부집행 광고액 봤더니…本紙보다 동아 2배, 중앙 1.9배…한겨레는 4배 더 많았다”(조선일보 7월10일자 기획기사 제목)

제목만 보면 뭔가 대단히 잘못된 것 같다. 여기엔 ‘기적의 계산법’이 숨어있다. 이 신문은 유료부수 1부당 정부광고 수주액을 계산했다. 2019년 유료부수와 2020년 정부광고액을 분모와 분자로 대입해 “조선일보는 6552원인 반면 동아일보는 1만2983원, 중앙일보는 1만2342원으로 조선일보의 두 배에 육박했고, 한겨레의 1부당 광고액은 2만6393원으로 조선일보의 4배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유료부수 대비 정부 광고액이 가장 적었고, 오히려 일부 신문이 유료부수에 비해 정부 광고는 더 많이 받아갔다”는 게 결론이다. 

이 계산법은 반박하기 민망할 정도로 허술하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4년 조선일보 유료부수는 129만4931부, 2015년 정부광고액은 79억7300만원으로 ‘기적의 계산법’을 대입하면 이 신문의 1부당 정부광고 수주액은 6157원이다. 같은 조건으로 같은 해 동아일보는 1만2773원, 중앙일보는 9599원이 나왔다. 5년 전에 비해 조선일보는 약 395원, 중앙일보는 약 2743원 올랐고, 동아일보는 210원 떨어졌다. 조선일보 논리대로라면 문재인 정부는 중앙일보와 조선일보의 1부당 광고 수주액을 올려준 것인가.

▲조선일보 7월10일자 기사.
▲조선일보 7월10일자 기사.

오랜 기간 신문시장을 연구해온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정부 광고든 기업 광고든 광고 집행 기준은 어느 나라나 하나의 지표만 쓰지 않는다. 도달률, 영향력, 신뢰도, 이용자구성 등을 본다. 부수 외에 다른 지표도 참고한다”면서 “집행 기준은 광고주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부처·공공기관·지자체에서 어떤 기준으로 단가를 측정해 집행했는지 역시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신문사별 영업전략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동아일보는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 내내 정부광고 집행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두 정부에서 작정하고 동아일보를 밀어줬다고 믿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정부 광고를 부수가 많은 신문에 몰아주는 게 맞는지, 다양한 신문에 많이 나눠주는 게 맞는지는 정부의 철학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현재는 최대한 많은 신문에 정부광고를 집행하며 여론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유럽의 방식이 통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광고 집행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심영섭 교수는 “가장 큰 리스크는 신뢰도다. 신뢰도가 낮아 광고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면 부수가 많아도 광고 집행을 안 할 수 있다”면서 “지자체와 공공기관들은 불신도에 특히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디지털 뉴스리포트 2021’에 따르면 한국 주요 매체 뉴스 불신도에서 조선일보는 39.5%로 1위였다. 2019년 같은 조사에서도 조선일보는 42%로 1위였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8일 ABC협회 부수공사 결과에 대한 정책적 활용 중단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8일 ABC협회 부수공사 결과에 대한 정책적 활용 중단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ABC협회 부수결과를 정책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ABC협회의 위상을 한순간에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위상을 무력화시킨 주체는 조선일보를 포함한 신문사들과 ABC협회다. 이 신문은 “지난 3월 문체부는 ABC협회에 부수 조사 표본지국 선정 과정에 공무원이나 언론재단 관계자 등 제3자가 참관할 것을 요구했다. 민간단체인 ABC협회가 활동하는 어느 국가에서도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진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유례없는 요구, 조선일보 때문이다. ABC협회는 신문사가 신고한 유료부수에 따라 지국을 상·중·하로 3등분 한 뒤 무작위로 표본지국을 선정하는데 지난해 조선일보 표본지국 24곳의 상·중·하 비율은 8:8:8이 아닌 4:13:7이었다. 

문체부가 새로운 정부 광고 집행 근거로 사용할 열독률·구독률 조사를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맡기는 것을 두고 조선일보는 “정부가 언론 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 기관에 앞으로는 매체에 대한 평가 업무까지 맡기겠다는 것”이라 주장했다. 지나친 해석이다. 언론재단은 정부광고 집행을 대행하는 공공기관으로, 정부광고 집행 기준이 가장 필요한 곳이다. 때문에 이에 맞는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며, 이미 매년 언론수용자조사를 통해 열독률 조사 등을 해왔기 때문에 경험도 축적되어 있다. 무엇보다 언론재단이 하는 일은 매체 평가가 아닌 ‘구독자 조사’이며 매체 평가의 실질적 주체는 뉴스 이용자다. 

문체부 결정에 다양한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문체부가 부수공사 사망선고를 내리기 전에 신문업계가 선제적으로 유명무실한 제도를 개선했다면 이번 사태에 이르렀을까. 업계 스스로 자정할 기회를 놓치면서 아예 제도가 소멸하는 파국을 자초했다”(전국언론노동조합 7월12일 성명)는 지적에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조선일보는 ABC체제의 최대 수혜자였다. ‘국내 유일 100만 부 신문’ 타이틀과 함께 2020년에도 2848억원의 매출액, 37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신문업계 1위를 유지했다. 지난 6월 ABC협회 부수공사 결과에서 조선일보 유료부수는 100만546부였다. 이번에도 유가율은 ‘기적의’ 93.9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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