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등장하는 ‘청년’ 목소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질문하는기자들Q’는 “언론이 소비한 ‘청년’”을 주제로 한 11일 방송에서 언론 보도에 등장한 ‘청년’의 특성을 분석했다.

취재팀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 동안 8개 신문사(경향신문·동아일보·매일경제·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한국경제·한국일보)가 보도한 ‘청년’ 관련 기사 2만5000여건을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빅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빅카인즈’로 분석했다.

그 결과 언론에 등장한 청년 70% 이상이 서울에 살고 있는 청년이었다. 인터뷰에 등장한 청년의 평균 나이는 26.5세, 절반 이상은 대학생이거나 직장인이었다.

직접 인터뷰가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나 댓글, 게시판을 인용한 기사는 분석 대상 기사의 17.1%에 달했다. 커뮤니티 인용이 1270여건으로 가장 많고, 댓글 인용이 650건, 게시판 인용이 550건 등으로 나타났다.

▲11일 방영된 KBS 미디어비평프로그램 '질문하는기자들Q' 갈무리 ⓒKBS
▲11일 방영된 KBS 미디어비평프로그램 '질문하는기자들Q' 갈무리 ⓒKBS

‘평범한 청년’의 목소리가 소위 서울 명문대 대학생들의 의견으로 채워진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분석을 진행한 김효신 KBS 기자는 “(언론이) 서울의 명문 4년제 대학생을 보통 인터뷰 한다. 서울 사대문 안에 있는 대학생들이 전체 10%가 채 안 된다”며 “빈곤 때문에 고통 받고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내용에는 ‘지방대’ 학생을 소비하고 그 나머지의 것들은 서울의 대학생을 소비하는 식으로 왜곡되고 선별적으로 보도하는 양태”를 지적했다.

이는 궁극적으로 취재기자들이 접하기 쉬운 청년이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맞닿는다. 최근들어 언론계에도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고 학벌주의가 완화되는 경향이 있으나, 전국 단위로 뉴스를 전하는 언론사 기자들이 특정 지역, 특정 학력 출신에 치우친 사실은 여전하다. 알음알음 주위 청년을 찾아 인터뷰하는 취재 편의주의 관행도 떼어놓을 수 없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김선기 신촌문화연구그룹 연구원은 “청년을 만 19세에서 34세까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연령대에 해당하는 인구는 1000만 명이 넘는다. 굉장히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을 수 있는데 한 가지가 선택돼서 납작하게 나온다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라고 지작했다.

청년담론이 기성세대에 의해 자의적으로 소비되는 문제도 있다. 최근 4년간 소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태생)를 키워드로 한 보도량 추이를 살펴본 결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둔 올해 4월 관련 보도가 폭증했다는 분석이다. ‘MZ세대’ 관련 기사가 보도된 영역 가운데 ‘정치’ 비중이 30%를 넘겼다.

▲11일 방영된 KBS 미디어비평프로그램 '질문하는기자들Q' 갈무리  ⓒKBS
▲11일 방영된 KBS 미디어비평프로그램 '질문하는기자들Q' 갈무리 ⓒKBS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정치권이 이 세대 담론을 여러 ‘핑계’와 ‘타협’에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청년 문제를 보도함에 있어서 첫 번째 인식이 바뀌어야 할 지점은 청년은 단수가 아니라 복수인 것이다. 특정한 사례를 가지고 청년 모두를 대표하듯이 섣부르게 단순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으며 “두 번째는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할 때 과연 이게 세대의 문제인가, 아니면 다른 사회적 문제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정성 있는 공감”이라 조언했다.

김선기 연구원은 “청년 문제도 그렇고 노년 문제도 그렇고 중년, 장년 문제도 그렇고 우리 사회 전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 타협을 하고 논의를 해야만 풀릴 수 있다”며 “그런 점들을 계속해서 생략하고 청년과 기성세대 갈등을 부추기거나, 남성과 여성의 갈등을 부추기거나 하는 식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는 건 사실 모두가 알 것 같다. 그 방향으로 언론에서도 많이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얘기하고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날 방송에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언론이 외면한 청년’ 주제를 여는 영상은 특수청소부 김완의 저서(죽은 자의 집 청소) 일부를 읽는 내레이션에 슬픈 배경음악이 깔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대기업 부품공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여성 청년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다. 과대표되는 청년 보도를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하다 감성을 자극하며 ‘안타까운 청년’의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그 역시 청년에 대한 납작한 해석과 더불어 도덕적 관념을 강요하는 시각으로 비춰질 수 있다.

▲KBS 미디어비평프로그램 '질문하는기자들Q' 로고 이미지 ⓒKBS
▲KBS 미디어비평프로그램 '질문하는기자들Q' 로고 이미지 ⓒKBS

스튜디오 대담의 경우 KBS 기자들을 제외하면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이 출연했다. 김선기 연구원은 청년 담론에 대한 연구와 활동을 이어온 인물이고, 두 패널 모두 전문 분야에 대한 식견을 토대로 청년 보도·담론의 문제를 분석했다. 다만 40여분의 러닝타임 동안 20대 청년층의 목소리는 기자의 전언, 미리 제작된 짧은 VCR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었다. 방송 내용과 별개로 ‘평가하는 사람들 중에 20대 청년이 없다’는 반응이 예상된 구조였다.

한편 이날 방송에선 청년 세대가 직접 취재에 나서거나 목소리를 내는 사례들도 전해졌다.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로 자주 인용되는 ‘트루스포럼’ 검증 취재를 탐사전문매체 뉴스타파와 함께 진행했던 홍석영·배지현씨가 일례다. 이 밖에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20여개 청년단체가 발표한 ‘청년 시국선언’, 2009년 이래 청년 미디어로서 명맥을 잇고 있는 ‘고함20’ 등이 소개됐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