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가 스포츠 종목 단체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당사자 입장을 취재하지 않고 일부 사실관계도 틀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논란의 보도는 지난달 30일 “경기단체연합 ‘세팍타크로협회 내 갑질과 조직 사유화 심각’”이라는 제목의 기사다. 경기단체연합회가 여러 종목 관련 협회에 “갑질 행위”와 “조직 사유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고발하고 있다면서 대한세팍타크로협회 사례를 전한 내용이다.

기사는 △국가대표 지도자·선수 경력이 없는 이아무개를 경기력향상 위원장으로 선임 △2019년 국가대표 선수 무단 외출·외박 관련해 ‘엄중 경고’ 받았던 코치진을 재차 징계 △지도자 선발 시험에서 점찍어둔 지원자에게만 정답 유출 등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을 제기하는 대목은 대체로 기자의 서술로 이뤄졌고, 일부 익명 취재원의 발언이 인용됐다. 예컨대 이아무개 경기력향상 위원장을 국가대표 무경력자라 전하며 “‘선거를 도운 자신의 측근에 대한 보은으로 사사로이 자리를 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칭한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의 전언에 따른 의혹 제기가 주를 이루는 형식이다.

그러나 세팍타크로협회 측에 대해서는 확인 취재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가대표 경력 없이 ‘보은 인사’ 혜택을 받았다고 거론된 이아무개 경기력향상 위원장의 경우 실제로는 2004년 국가대표 선수, 2019년 국가대표 지도자 활동 경력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제기된 의혹들도 기사에서 제기한 의혹과 세팍타크로협회 측 반박 주장이 충돌하는 상황이다. 

▲KBS 뉴스 기사 갈무리
▲KBS 뉴스 기사 갈무리

그러나 KBS 기사에는 일방의 주장 외에 의혹을 뒷받침할 근거가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협회측 입장은 한 줄도 전해지지 않았다. KBS 방송강령 제8조는 “공공의 문제에 관한 논평이나 해설은 정확한 분석, 평가에 바탕을 두어야 하며, 의견이 찬반으로 갈라져 있는 쟁점에 관해서는 쌍방의 의견을 대표하는 논평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스포츠국 소속 KBS 김아무개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세팍타크로)협회에 연락해서 취재를 하면 본질을 흐리게 된다고 생각했다”며 “저를 찾아왔던 분들 이야기를 교차 검증했는데 그 내용들이 사실인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주장했다. 김 기자는 이어 “언론이 조사나 수사 권한은 없지 않느냐”며 “취재 경험상 사실에 가까운 의혹에 대해서는 넣어도 되겠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아무개 경기력향상 위원장의 국가대표 선수·지도자 자격과 관련해서는 “(선수로 합류한 대회는) A조 대회가 아닌 B조 대회여서 정식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해 출전한 대회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며 “2019년 (지도자로 참가한) 대회는 해당 대학팀이 단일팀으로 출전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선임에서 탈락한 지도자들은 협회 안에서 이씨와 국가대표로서 함께 활동한 적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기사가 나간 뒤 세팍타크로협회가 보낸 반박자료를 토대로 사후에 이뤄진 취재에 따른 입장이다.

세팍타크로협회 관계자는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면서 관련된 사람들로부터 팩트 확인을 하지 않나. 그런데 한쪽 말만 듣고 그렇게 쓴다는 게 가능한가”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한 주장을 여러 번 반복적으로 들으면 사실이 되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그는 “경기력향상 위원장 경력과 관련해서도 ‘이력이 어떻게 되느냐’ 한마디만 물어봤으면 당연히 확인을 해줬을 것”이라 밝혔다.

세팍타크로협회는 KBS를 대상으로 정정 및 반론보도를 청구하는 조정신청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한 상태다. 김 기자는 “(중재 기일에 출석해) 제기된 의혹에 대한 정보를 협회가 공개할 의향이 있는지를 현장에서 다시 되물으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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