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탁틴내일’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플랫폼을 모니터링해 아동·청소년 성착취 게시물이 간단한 해시태그(#)로도 여전히 손쉽게 검색되는 실정을 확인했다. 3개 SNS 중 트위터의 규제 사각지대가 가장 심각하다며 트위터의 표현의 자유 원칙만큼 성착취물 예방·근절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탁틴내일은 지난 4월5일부터 27일 간 3개 SNS를 대상으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게시 실태를 조사해 ‘SNS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실태 보고서’를 발간했다. 관련 해시태그 문구 122개를 선별해 이를 기준으로 검색한 결과다. 해시태그는 탁틴내일 등이 지난해 만 11세~18세 1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디지털 성범죄 피해 실태조사를 토대로 선별했다.

그 결과 트위터에서 가장 많은 게시물이 발견됐다. 성착취 관련 글이 검색된 해시태그가 전체 122개 중 94개다. 탁틴내일은 “성착취물 교환·판매, 사진합성, 성매매 등과 관련된 구인 모집 글이 대다수였고, 성착취물이나 해외 포르노 영상을 함께 게시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청소년 대상 성매수 제안, 분양, 노예 구함, 성착취 관련 텔레그램방 공유 등 다양한 성범죄와 관련된 게시글이 나타나 트위터 상의 성착취가 심각했다”고 분석했다.

▲탁틴내일 발간 'SNS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실태 및 현황 리포트' 내용 일부 갈무리.
▲탁틴내일 발간 'SNS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실태 및 현황 리포트' 내용 일부 갈무리.
▲SNS 해시태그 모니터링 결과. 탁틴내일 발간 'SNS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실태 및 현황 리포트' 내용 일부 갈무리.
▲SNS 해시태그 모니터링 결과. 탁틴내일 발간 'SNS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실태 및 현황 리포트' 내용 일부 갈무리.

페이스북은 29개 해시태그에서, 인스타그램은 18개 해시태그에서 관련 게시물이 검색됐다. 검색량이 트위터보다 적은 이유는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운영 결과다. 탁틴내일은 인스타그램 경우 “104개의 해시태그는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해시태그가 비활성화돼 게시물이 보이지 않도록 차단돼 있었다”며 “문제 태그를 검색할 때 ‘일부 게시물이 인스타그램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다고 판단돼 #해시태그 검색어의 최근 게시물이 숨겨졌습니다’라는 안내 메시지와 함께 ‘최근 또는 인기 있는 게시물’이 보이지 않도록 차단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자율규제에도 불구하고 규제 사각지대는 발견됐다. 이른바 ‘섹코드’라 불리는 ‘변종 해시태그’가 예다. 특수기호나 이모티콘을 활용한 태그로 “#sëxचतtâç○○○” 등의 문구가 활용됐다. 자율 규제 강화로 특정 문구를 사용할 수 없으니 이를 피할 수 있는 다양한 해시태그가 개발되고 있다.

‘월 구독제’ 애플리케이션, 방송 애플리케이션 등도 신종 유포 경로다. 탁틴내일은 “월 구독제 앱은 ‘스타’가 되라고 하면서 팬과 1:1로 음성, 사진, 영상을 판매할 수 있는 구조”라며 “트위터를 이용하던 성착취 가해자들이 월 구독제 어플로도 성착취물을 판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방송 애플리케이션도 1:1 폐쇄적인 대화 방식을 이용한 ‘온라인 그루밍’ 수단이 됐다. 그루밍은 경제적·정서적으로 취약한 아동·청소년과 심리적 유대 관계를 형성해 성적으로 착취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탁틴내일은 “이런 앱들은 초등학생도 방송을 운영하거나 시청할 수 있다”며 “온라인을 통해 일어나는 성착취는 점차 폐쇄적으로 1대1 관계에서 일어나며, 각종 전문화된 플랫폼을 통해 일어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탁틴내일 발간 'SNS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실태 및 현황 리포트' 내용 일부 갈무리.
▲탁틴내일 발간 'SNS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실태 및 현황 리포트' 내용 일부 갈무리.

트위터 양적·질적 모두 심각 “범죄 예방도 고려해야”

조사단은 모니터링에서 확인된 성착취 게시물을 각 SNS에 신고해 그 결과도 분석했다. 삭제·차단 조치율은 인스타그램이 52.9%로 가장 높았다. 신고 17개 중 9개에 삭제·차단 조치가 취해졌다.

페이스북은 총 27개 중 8개가 삭제되거나 차단돼 29.6%의 신고 조치율을 보였다. 트위터도 28개 중 8개에 조치가 취해져 조치율은 28.5%로 나타났다. 미조치된 페이스북 게시물은 대부분 성매매 업소나 조건만남 사이트 홍보글이었다. 탁틴내일은 트위터와 관련해 “대부분 계정 일시정지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활동할 수 있으며, 게시글이 삭제되지 않아 적절한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트위터의 경우 질적인 측면에서도 성착취물 유포 실태가 가장 심각했다. 다른 2개의 SNS 모니터링 결과와 달리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대량으로 판매하는 글부터 아동·청소년 자위영상, 지인능욕 사진 합성 및 지인 박제 등 게시물이 다양하게 적발됐다.

탁틴내일은 “(트위터 서비스는)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보호’가 핵심 가치로, 사용자 발언권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보공유의 투명성 또한 중요하게 여긴다”며 “‘검열’의 성향을 띌 수 있는 기업의 자율적 조치보다 사용자의 주도적 신고를 더 중시한다. 문제 콘텐츠도 미리 민감 콘텐츠로 표기하면 사용이 가능하고 사법기관 조치에도 사용자가 어떤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지 제공해줬다”고 차이점을 분석했다. 또 이를 성착취물이 광범위하게 유포됐던 텀블러, 텔레그램과도 구조적으로 유사하다고 밝혔다.

탁틴내일은 이에 “서비스 제공자의 선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마약거래, 무기밀매, 인신매매 등 여러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외면할 수 없다”며 “온라인이 또 다른 하나의 ‘사회’가 되는 지금, 범죄를 예방하고 서비스 제공자의 선한 의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자율적 모니터링과 엄격한 제재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고서는 향후 과제로 △아동 성착취 범죄 수법, 동향 및 위험요인 분석 △기업 차원의 범죄 예방·관리 시스템 확립 △시민·이용자들의 적극적 모니터링 등을 제안했다. 탁틴내일은 “마약 공장처럼 조직적으로 타인을 협박, 강요, 착취하고 결과물을 공급책과 유통경로를 통해 수백, 수만 명에게 판매하는 온라인 아동 성착취물 범죄는 그 심각성과 확산성에서 마약범죄와 다르지 않다”며 “마땅히 같은 수준의 엄격한 조치가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 기사 수정 : 2021년 07월12일 오후 14시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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