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 박사논문을 취재하던 MBC 취재진의 취재윤리 위반에 윤 전 총장이 10일 ‘기자의 단독행위가 아닐 가능성 있다’고 의심하며 취재진을 경찰에 고발하고 나섰다. 사실상 윗선이나 정치적 배경까지 전모를 밝히라는 공세로 보인다.

이에 MBC는 취재윤리 위반에 윤 전 총장측에도 사과드린다면서도 마치 윗선이나 정치적 배경 또는 의도가 있는 행위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무리하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전날 MBC는 뉴스데스크에서 승용차 주인과 시청자에 사과한다면서 윤 전 총장측엔 사과한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장원 MBC 보도국장이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윤 전 총장에도 사과한다는 뜻을 밝혔다.

MBC는 지난 9일 저녁 ‘뉴스데스크’에서 왕종명 앵커가 “본사는 본사 취재진이 윤석열 전 검찰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의 박사 논문을 검증하기 위한 취재 과정에서 취재 윤리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김 씨의 박사 논문 지도 교수의 소재를 확인하던 중 지도 교수의 과거 주소지 앞에 세워진 승용차 주인과 통화 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경찰이라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왕 앵커는 “이에 본사는 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은 취재진 2명을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고 사규에 따라 책임을 묻기로 했다”며 “피해를 입은 승용차 주인과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0일 오전 11시42분경 출입기자 단체SNS메신저에 대변인실 명의로 올린 ‘MBC 불법취재에 대한 진상규명과 철저한 수사를 촉구합니다’라는 입장에서 “MBC 기자 2명이 경찰관를 사칭해 일반 시민을 속이고 겁 주는 방법으로 불법취재를 한 것이 확인됐다”며 “MBC 불법취재에 대한 신속하고도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왕종명 MBC 앵커가 지난 9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에서 윤석열 전 총장 부인 취재과정 중 취재윤리 위반에 사과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왕종명 MBC 앵커가 지난 9일 저녁 MBC 뉴스데스크에서 윤석열 전 총장 부인 취재과정 중 취재윤리 위반에 사과방송을 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갈무리

 

윤 전 총장은 “‘경찰을 사칭’해 일반 시민을 심문한 뒤 정보까지 얻어낸 것으로서, 강요죄와 공무원자격사칭죄라는 중대 범죄가 범해진 것”이라면서도 “불법취재까지 동원한 정치적 편향성도 드러났으므로, 현장 기자들의 단독행위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의심했다.

윤 전 총장은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에도 “과거 채널에이 등 다른 사례에서 그랬던 것처럼 불법취재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즉각 진상규명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윤 전 총장은 “윤석열 캠프는 불법취재의 전모를 규명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MBC 양 모 기자 등 해당 기자 2명과 그 지시 또는 책임자를 오늘 서초경찰서에 형사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MBC 측은 취재진의 취재윤리 위반을 인정하고 사과하지만 다른 정치적 의도와 배경이 있다는 의심은 무리하며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최장원 MBC 보도국장은 10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전날 입장에서 윤 전 총장에게는 사과하지 않은 이유가 있느냐’는 질의에 “취재윤리를 위반한 것에 대해 다시 피해자와 시청자, 윤 전 총장측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경찰 고발과 함께 현장 취재기자의 단독행위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며 윗선이나 외부의 연관성을 의심하는 주장을 편 것을 두고 최장원 국장은 “취재과정에 정치적 의도나 배경이 있다는 식의 주장은 무리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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