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씨의 논문 표절 의혹을 두고 대통령 후보 가족에 관한 검증을 왜, 얼마나 혹독하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나온다.

대통령 배우자는 정부조직이 배치되고 예산이 투입되는 공인이며 대선후보 도덕성은 더욱 폭넓게 검증돼야 한다는 것이 가족 검증론의 주요 논리다. 후보 가족의 주변 보다는 본인의 도덕성과 정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김건희씨 논문 표절 어느정도인가

열린민주당의 강민정 김의겸 의원은 지난 8일 오후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김건희씨 논문 3건의 표절 내역을 조목조목 지목하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강민정 의원은 첫째 김건희씨가 2007년 8월 ‘기초조형학연구’라는 논문지에 제출한 논문의 경우 △부제가 ‘관상·궁합 아바타를 개발을 중심으로’로 한눈에 봐도 비문이며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2007년 발행한 보고서 ‘세계 문화콘텐츠산업 전망’에 나온 ‘개조식’ 문장에 조사와 술어를 붙여 평서문으로 바꿔 한 단락을 채웠다고 지적했다. 그는 둘째로 2007년 12월 ‘한국디자인포럼’ 논문지에 제출한 김씨의 두 번째 논문의 경우 △논문 제목에서 ‘회원 유지’를 ‘member Yuji’라고 영작한 것 외에도 △전자신문과 조선일보로 추정되는 3개의 기사를 조합해 논문을 복제했다고 지적했다. 기사를 복제한 논문의 해당 절에 쓰인 낱말(319개) 가운데 87.8%인 280개가 기사와 동일했다는 설명이다.

세 번째로 강 의원은 지난 2008년 2월 당시 김명신 명의 박사학위 논문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콘텐츠 개발 연구’의 경우 한 절을 다른 사람의 글(구연상씨의 ‘디지털 컨텐츠와 사이버문화’라는 논문)을 출처조차 기재하지 않고 ‘복사 붙여넣기’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74.9%의 낱말(487개)을 다른 사람의 논문에서 출처 표기 없이 발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참고문헌 정리가 세 논문 모두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강 의원은 교육부 유관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의 관리를 받는 KCI 등재 학술지의 논문 심사를 거쳐 게재된 점을 두고 “정상적인 경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유독 김건희씨에게는 여러 번 나타난다”고 의심을 제기했다.

김의겸 의원도 김씨가 이사와 감사로 있었던 ‘H컬쳐테크놀로지’라는 회사가 ‘애니타’라는 관상 어플을 만들었는데, 김건희씨의 박사 학위 논문(2008년)은 이 회사의 ‘사업계획서’를 그대로 논문 형태로 탈바꿈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또한 에이치컬쳐가 제작한, ‘아바타를 이용한 운세, 관상 어플’의 경우 콘텐츠진흥원에서 2007년에 7000만원을 지원했고, 2009년에도 추가 지원금 2000여만원이 들어갔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 의원은 “9000만원짜리 국가예산이 투입된 어플의 내용을 자기 박사논문으로 만들었다”며 “‘9000만원짜리 관상어플’인 셈”이라고 했다.

김의겸 “막대한 정부예산투입 영부인 엄밀히 검증해야, 사생활 검증차원 아냐”

김의겸 의원은 윤석열 전 총장을 향해 “조국 장관의 가족 멸문지화에 이를 정도로 혹독한 수사 펼쳤다”며 “윤 총장이 조국 가족에게 했던 철저한 조사를 윤 총장 스스로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미디어오늘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지난 8일 오후 국회 본관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미디어오늘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김 의원은 ‘배우자의 도덕성 문제인데, 부인의 논문 표절을 밝히는 것이 대통령 후보로 자질 검증하는데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질의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데, 이대로 가면 김건희씨가 대한민국 영부인이 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청와대 제2부속실의 경우 수많은 고위급 관료가 보좌하고, 막대한 예산을 쓴다”며 “대통령 해외 순방했을 때 같이 동행하면서 국가의 얼굴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단순히 일 개인의 부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역할과 권위, 위신, 품격에 관한 문제이며, 혈세가 투입된다. 철저하게 심하다 싶을 정도로 (검증)해도 모자라지 않는다”고 답했다.

대선 후보 배우자를 검증한 적은 없지 않았느냐는 질의에 김 의원은 “그런 적이 없었다”며 “김건희씨 같은 영부인 후보도 이런 적이 없었다. 예외적인 경우이기 때문에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통령 배우자가 정책 결정이나 집행의 권한이 없지 않느냐고 묻자 김의겸 의원은 “법적 제도적으로야 엄격하게 해놓지는 않았다”면서도 대통령 부인 주관 행사의 예를 들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의 경우 도서관(사업을 하는데에 정부예산을 집행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은 한식 사업을 하는데에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지 않았느냐. (김윤옥 여사) 한식의 경우 얼마나 많이 했느냐”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배우자 없음에도 제 2부속실을 운영하면서 거기 인력도 배치, 예산도 투입하면서 운영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부인이라는 자리가 국모라고까지 추앙을 받는 자리”라며 “약간 비공식적이지만 격식없는 외교도 펼치는데, (이런 자리에 오를 사람의 검증을) 어떻게 개인의 사생활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엄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 책임과 관련해 김 의원은 “당연히 질문 던진 것이고, 윤총장과 캠프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답했다.

윤석열 “이재명 추미애 정세균 본인 논문표절부터 밝혀야”

이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여당 대선후보 본인부터 논문표절 입장을 밝히라고 역공을 폈다. 윤 전 총장의 대변인실은 9일 오전 단체SNS메신저에 올린 글을 통해 “김건희씨 결혼 전 논문 문제는 해당 대학교의 조사라는 정해진 절차를 통해 규명되고 그 결과에 따를 문제”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윤 전 총장 대변인실은 “여당의 대선후보와 최고위원 등은 결혼하기도 한참 전인 2007년도 배우자 논문을 직접 평가하면서 ‘검증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며 “공당이라면 배우자가 아닌 이재명 정세균 추미애 등 자당 유력 대선후보들 본인의 논문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명확한 입장 표명과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용진 “얼마나 정책이 없으면 그럴까…주변보다 윤석열 본인·정책으로 무자격 검증해야”

여당 내엔 김건희씨 논문표절 등 윤 전 총장 배우자 검증을 보는 다소 다른 시각도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국회 소통관 백브리핑에서 부인 논문표절 등 부인 검증에 대한 의견을 묻는 미디어오늘의 질의에 “‘이게 다 윤석열 탓’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정책을 내놓아야 정책검증을 하지, 검증할 정책이 하나도 없으니 자꾸 시끄러워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설마 윤 전 총장이 탄소중심과 탄소중립을 구분하지 못하리라 생각지 않지만 뭐가 본인의 정책인지조차 밝히지 않는 대선주자라면 본인과 대한민국도 모두 불행해질 것”이라며 “윤 총장은 행보나 이벤트로 보여주려 하지 말라. 비겁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국회 소통관 프레스라운지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국회 소통관 프레스라운지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박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서도 “민주당도 자신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핵심 본질이 아니라 페라가모 생태탕 비비케이 등 자꾸 주변의 문제에 매몰되면 안된다. 정책으로 얘기하거나 정책이 아니더라도 윤 후보가 자격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는 것에 저는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윤 전 총장이 민주당 대선 후보의 논문표절 입장부터 밝히라고 역공을 편 것에는 “그런 말싸움을 할 때가 아니라 자기 정책 가다듬고, 자기 생각을 밝혀야 한다”며 “정책을 중심으로 논쟁이 붙어야지, 말싸움으로 정치를 배워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말싸움 잘한다고 정치 잘 끌어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외교 안보 노동 교육 환경 각각의 모든 분야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밝히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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