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광고를 국민 참여 방식으로 배분하는 김승원 의원의 ‘미디어바우처법’의 근간이 지역 풀뿌리 언론 지원에 놓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반면 정부 광고 집행 기준으로 미디어바우처를 도입하는 방식이 적절치 않다는 우려와 함께, 언론사가 받은 지원을 취소시키는 ‘마이너스바우처’가 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반발도 제기됐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독과점 언론시장 개선과 분권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바우처법의 제정 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했다. 바른지역언론연대와 지역신문발전기금 주간지 우선지원선정사업회가 행사를 주관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대표발의한 ‘미디어바우처법’은 ‘국민 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과 정부광고법 개정안으로 나뉜다. ‘국민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란 블록체인기술을 이용해 각 시민에게 자신이 지원코자 하는 언론사에 제공할 수 있는 증표인 ‘미디어바우처’와 비선호 의사표시에 쓰는 증표인 ‘마이너스바우처’를 지급하고 언론사를 평가하도록 한 제도다. 정부광고법 개정안은 언론사마다 이 바우처 최종 산정 결과에 맞춰 정부광고비를 배분하도록 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독과점 언론시장 개선과 분권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바우처법의 제정 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했다. 바른지역언론연대와 지역신문발전기금 주간지 우선지원선정사업회가 행사를 주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독과점 언론시장 개선과 분권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바우처법의 제정 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했다. 바른지역언론연대와 지역신문발전기금 주간지 우선지원선정사업회가 행사를 주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발제와 토론에 나선 패널들은 정부가 예산을 들이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풀뿌리 언론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에 모두 지지를 표했다. 발제한 이영아 바른지역연대 대표는 “미디어바우처 제도는 (수도권 외) 지역에 가장 절실하며, 매체 영향력 평가 기준이 달라진다면 건강한 지역신문을 육성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도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두고 “풀뿌리언론을 육성하는 제도로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풀뿌리 언론은 위로는 중앙지로부터, 아래로는 사이비언론으로 시달려왔다. 조중동이 능력에 의해 발전한 게 아니라 소수 언론이 언론시장을 독과점하도록 한 정부의 체제 아래서 성장했음을 누구나 인정한다. 반면 자치단체의 광고를 받기 위해 보도자료만 받아쓰는 사이비 언론사가 지역 언론의 70%로 난립해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 법이 지역신문 육성을 위한 투자법이 되길 바란다”며 “법의 전문에 이 법안이 ABC 부수조작 실태에 대한 반응 성격으로 나왔다는 점보다는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 성장을 위해 이 법이 필요하다고 당당하게 법안의 가치와 목적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영아 바른지역언론연대 대표가 5일 ‘독과점 언론시장 개선과 분권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바우처법의 제정 방향’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영아 바른지역언론연대 대표가 5일 ‘독과점 언론시장 개선과 분권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바우처법의 제정 방향’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반면 ‘마이너스바우처’ 제도엔 발제자와 토론자가 입모아 우려를 표했다. 마이너스바우처는 언론사가 기존에 받은 미디어바우처의 효과를 취소시키는 기능이다. 김승원 의원 발의안은 마이너스바우처 수를 미디어바우처의 4분의1로 제한했다. 김승원 의원은 “기자가 극단적인 기사를 쓰는 것을 꺼리도록 하기 위함이다. 극단적 기사는 허위 왜곡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중도의 주장, 또는 발로 뛰는 기사를 쓰리라는 의도”라고 했다.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발의안의 가장 큰 문제는 마이너스 바우처”라며 “마이너스바우처로 (지원이 상쇄 조치되면) 건강한 신문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정파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 특정 언론에 마이너스바우처 운동이 시작되는 등 정쟁과 혼란이 올 수 있다”고 했다. 이영아 대표도 “언론 규제보다는 대안언론 육성에 초점을 줘야 한다. 재고의 여지가 있다”며 “손배로 인한 정정보도를 하면 미디어바우처를 환수하는 조항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정부 광고비와 연계하는 방안에는 이견이 다수 나왔다. 정부가  미디어바우처를 기준 삼아 광고를 배분하면 정부로부터 독립된 저널리즘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과, 광고집행 기준 바로 세우기와 미디어바우처 언론 지원은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갈렸다.

김선호 언론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정부광고를 미디어바우처 재원으로 삼는 건 제도의 기본 취지와 다소 간 거리가 있다”며 “언론 광고비는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판단할 문제다. 예컨대 지방 유명 행사를 국민에 홍보하려면 중앙 언론에도 광고를 집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은 “시민 신뢰를 많이 받는 언론사는 높은 단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광고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고 언론사에 일정 혜택도 돌리는 방법”이라고 했다.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독과점 언론시장 개선과 분권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바우처법의 제정 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했다. 바른지역언론연대와 지역신문발전기금 주간지 우선지원선정사업회가 행사를 주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독과점 언론시장 개선과 분권민주주의를 위한 미디어바우처법의 제정 방향’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개최했다. 바른지역언론연대와 지역신문발전기금 주간지 우선지원선정사업회가 행사를 주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준형 언론노조 정책위원은 “미디어바우처의 핵심은 구독과 후원문화 저변을 확대하는 데 있다”며 “단순히 (광고를 통한) 재원 공급 이상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준형 위원은 “정부광고 기준은 지표를 따로 마련하고, 미디어바우처는 자기 기능에 충실하게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광고는 오히려 줄이고 더 나은 언론 지원정책, 이를테면 미디어바우처 정책으로 장기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이영아 대표는 “전국 일간지 한 곳에 집행되는 정부광고가 70억원인데, 지역신문발전특별법에 의한 지역신문 지원액은 70곳에 총 70억원”이라며 “더 광범위하게 건강한 지역신문을 육성하려면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동시다발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황민호 옥천신문 상임이사는 “법안에 여러 가지가 혼재하는데 정확하게 분리하자. 광고는 정성·정량 평가해 정확한 원칙으로 집행하도록 하고, 미디어바우처는 전국민에 구독 문턱을 낮추는 차원에서 좋은 언론 후원에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김승원 의원은 “처음엔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정부 광고가 아닌 후원금과 연계하도록 계획했다. 정부 광고비가 지난해 1조800억원 집행된 것을 감안하면 18세 이상 국민 1인당 2만원”이라고 전한 뒤 “그런데 실제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면서 그것(예산 마련)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기재부는 반대 입장을 표했고, 언론지원 할 테니 1000억 예산을 달라고 국민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며 “발의안은 여러 반대에 부딪히면서 타협안으로 나온 것이 맞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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