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신문 부수 인증기관 ABC협회가 주무부처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총체적 부실”을 지적받은 사무검사 이후 106일이 지난 6월30일 ‘사무검사 개선권고사항 조치결과’를 문체부에 제출했다. 문체부는 3월16일 사무검사에서 6월30일까지 권고사항을 이행하고 그 결과를 회보하라 했으며, 권고사항 불이행 시 ABC협회 인증결과를 정책적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미디어오늘은 ABC협회가 7월1일 직원들에게 배포한 ‘사무검사 개선권고사항 조치결과’를 입수했다. 협회는 모두 21개 항목의 문체부 권고사항에 대부분 ‘조치 완료’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요한 내용을 뜯어보면 기존 부수인증 방식에서 달라진 것이 거의 없어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ABC협회는 ‘표본지국 선정 가이드라인 설정’ 권고에 ‘조치 완료’라고 밝혔지만 협회의 개선안 및 추진현황을 보면 기존의 표본지국 선정방식을 설명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대신 “문체부에서 ABC부수공사와 관련해 통계의 유용성 제고를 위한 방안을 주시면 언제든지 표집에 반영하겠다”고 적었다. 바뀐 것은 없지만 문체부가 개선안을 내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조치 완료’라고 표현한 대목이다. ABC협회는 신문사가 신고한 유료부수에 따라 지국을 상·중·하로 3등분, 이후 무작위로 표본지국을 선정한다는데 지난해 조선일보 표본지국 24곳의 상·중·하 비율은 8:8:8이 아닌 4:13:7이었다. 최종안에선 이에 대한 해명도 찾을 수 없었다. 

▲ABC협회.
▲ABC협회.

‘공동 조사단 참여 및 현장 실사 등 추가 조사 추진 협조’ 권고에 대해서도 ABC협회는 ‘적극 참여’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체부는 사무검사 발표 이후 추가 현장조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ABC협회가 비협조적이었다고 밝혔다. ‘표본지국 실사 통보 시점을 기존 7일 전에서 1~3일 전으로 조정’하라는 권고에 대해서는 “적극 검토하겠다”며 ‘단계적 시행’이라 밝혔지만 역시 매체사들이나 신문지국과 합의된 결과는 아니었다. ABC협회는 “2022년 상반기 부수공사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통보 시점은 매체사와의 협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그 협의를 하라고 3월16일부터 100일 넘게 시간을 줬음에도 결론은 “매체사와 지국장 설득”이었다. 

신문지국 실사 과정에서 ‘각종 증빙 확보 의무화’ 권고에 대해선 ‘개선 수용’이라고 밝혔는데 추진현황을 보면 역시 이전과 달라진 개선안은 없고 “지국 자료는 지국장의 영업 자료인 만큼 강제할 수 없다”는 해명이 눈에 띄었다. 앞서 문체부는 “공사원이 지국의 유료부수 증빙을 확인했는지, 어느 범위의 자료까지 확인했는지 알 수 있는 증거자료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신문사 직원의 개입 가능성 차단’ 권고에 대해서도 ‘개선 수용’이라 답했지만 “(실사에서) 본사 직원의 협조가 절대로 필요하다”, “본사 수금 관련 자료는 지국에서 보관할 수 없다”, “본사 직원 참여를 금지시킨다는 것은 어렵다”고 적었다. 

ABC협회는 다만 “실사 당일만이라도 제한적으로 불참하는 방안 등을 매체사와 협의해 보겠다”고 했는데, 문체부 입장에선 권고에 대한 ‘개선 수용’ 조치라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의 답변이다. ‘ABC협회 인증위원회의 실질적 검증기구 역할 수행방안 마련’ 권고도 ‘조치 완료’라고 답했으나 “문체부 개선안은 언제든지 수용하겠다”고 적은 것이 사실상 전부였다. 개선안을 내놓으라고 했는데 개선안을 수용하겠다는 엉뚱한 답변을 한 셈이다. 앞서 문체부는 인증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지금껏 단 한 번도 재인증이나 인증보류 결정 사례가 없다며 ‘형식적 운영’을 지적했다.  

‘지국 공사방식의 근본적 개선 검토’ 권고에 대해서도 “향후 문체부와 수시 협의를 통해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답한 것이 전부였다. ‘신문협회, 광고주협회, 제3자(언론학회, 광고학회, 언론재단 등)가 동등한 비율로 참여하는 이사회 구조 개선’ 권고에 대해서도 ABC협회는 ‘개선 수용’이라 밝히면서도 “제3자 참여가 옳은지 여부는 ABC협회에서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 “회원사와 감독부서 의견을 존중하겠다”며 동의도, 거부도 아닌 어정쩡한 답변만 내놨다. 

이번 ABC협회의 ‘사무검사 개선권고사항 조치결과’를 받아본 ABC협회 내부 관계자는 “말로만 조치 완료라 해놓고 거의 개선한 내용이 없다. 내부는 여전히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이다. 현 상황에 대한 반성이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한 뒤 “최근 공사에서도 (협회는) 조선일보 유가율을 94%로 인정해줬다. 이런 결과를 내놓고 문체부 권고 조치를 완료했다고 한 건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하겠다는 것”이라며 현 이성준 회장 체제에서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실제 ABC협회는 논란이 된 부수 조작 의혹에 대해 시종일관 제대로 된 반박도, 반성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조선일보 유가율(발송부수 대비 배달부수 비율)은 95.94%였으나 문체부는 올해 초 12개 지국 현장점검에서 이 신문의 유가율이 67.24%였다고 밝혔다. 신문지국 성실률(신문사가 밝힌 유료부수 대비 현장 실사를 통해 인증한 유료부수 비율)도 협회는 조선일보 98.09%, 한겨레 94.68%로 발표했으나 문체부 조사에선 조선일보 55.36%, 한겨레 50.07%로 나왔다. 이 같은 차이에 대해 ABC협회는 지금껏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나 보완책을 내놓지 않았다. 당연히 사과도 없었다. 

문체부는 오는 8일 이 같은 ABC협회의 사무검사 개선권고사항 조치에 대한 점검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앞서 황희 문체부장관은 6월22일 국회에서 “ABC협회가 (추가) 조사에 불응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는 게 문체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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