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방노동위원회가 울산방송(UBC)의 아나운서 이미연씨(30·가명)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울산지노위 심판위원회는 지난 1일 이미연 UBC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용했다. 이씨는 지난 4월4일 해고됐다. 한 달 뒤인 지난 5월4일 UBC를 상대로 울산지노위에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금액을 지급하라”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미연씨(30·가명)가 UBC 아침 뉴스인 모닝와이드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UBC 유튜브채널 화면 갈무리.
▲이미연씨(30·가명)가 UBC 아침 뉴스인 모닝와이드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UBC 유튜브채널 화면 갈무리.

2015년 12월10일 이씨는 UBC 보도국 소속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입사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6일부터 뉴스 진행 아나운서로 직무가 바뀌었다. ‘기상캐스터’라는 직무가 없어지자, ‘아나운서’ 역할을 맡게 된 것. 그는 기상캐스터와 아나운서 업무를 하면서 라디오 진행, 리포트 제작(취재 및 기사 작성), 프로그램 출연, 회사 행사(UBC 글로벌 기자단, UBC 아카데미 3기) 등 업무를 수행했다. 이 같은 업무에서 상사의 지시가 있었다.

프리랜서 신분이라는 이유로 ‘근로계약서’ 한번 받은 적 없지만, 이씨는 회사 ‘직원’처럼 일했다. 프리랜서는 자유계약에 의해 일하는 사람인데, 이씨는 회사 일만 하기도 바빠 UBC에 재직하는 동안 단 한 번도 다른 곳에서 소득 활동을 하지 못했다.

▲미연씨는 기상캐스터와 아나운서 업무뿐 아니라 취재, 리포팅, 기사 작성 등의 업무도 했다. 사진=UBC 유튜브채널 화면 갈무리.
▲미연씨는 기상캐스터와 아나운서 업무뿐 아니라 취재, 리포팅, 기사 작성 등의 업무도 했다. 사진=UBC 유튜브채널 화면 갈무리.

하지만 지난해 11월30일 이씨의 상사인 이아무개 취재팀장은 “앞으로 뉴스(모닝와이드 앵커) 업무를 줄 수 없다. 뉴스를 하지 않으면 경제적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다른 데로 옮길 수 있어? 혹시 결혼 계획은 없니? 나한테만 솔직히 말해봐”라는 말을 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이후 이 팀장은 지난해 12월2일 이씨에게 “내년 3월까지 다시 평가하겠다. 그동안 못 보여준 게 있다면 더 보여달라”라는 말을 반복했다.

입사한 지 5년이 되던 날인 지난해 12월10일 박아무개 당시 UBC 이사는 분장실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방송 녹음을 하려고 대기 중인 이씨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가 “너도 대전MBC 아나운서들이랑 같은 처지라고 생각해?”라고 물은 뒤 “내년 7월까지 너를 재평가하겠다. 다른 평가 요소들은 주관적이니 일단 오늘부터 오독 개수를 셀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의 대화 내용을 모두 노트에 기록했다.

대전MBC 여성 아나운서들은 2019년 6월1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여성 아나운서들이 남성 아나운서와 같은 회사 업무를 하지만 프리랜서로 고용됐다는 이유로 임금과 연차 소진 등을 차별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해 6월17일 인권위는 대전MBC에 성차별 채용 관행 해소 대책을 마련할 것과 여성 아나운서들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유지은 대전MBC 아나운서는 현재 복직해 회사를 다니고 있다.
 
김승현 노무법인 시선 노무사는 2일 “UBC는 노동위원회 준비서면부터 심문 회의까지 방송업무 본연의 특성을 이용해 신청인의 노동자성을 부인했다”고 지적한 뒤 “방송사 업무라는 것이 특정한 시간에 출근해 퇴근하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이 담당한 프로그램의 업무를 완성해 내는 것이 주요 업무이기 때문에 근로시간 측정이 사실상 어렵고 업무의 재량이 있다”고 말했다.

김승현 노무사는 이어 “하지만 정규직 방송 노동자 역시 똑같이 일하고 이점을 울산방송 측도 심문 회의 과정에서 인정하기도 했다. 더 이상 방송업계의 부조리한 노동자 지위 박탈의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라는 차원에서 지노위가 노동자 측의 손을 들어 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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