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출마 사흘만에 장모 최씨가 의료법 위반 및 사기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구속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최씨가 1심 판결에서 법정 구속된 것을 두고 죄질이 안좋았다는 뜻인데, 그동안 어떻게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었는지, 윤 전 총장이 뒤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의 공개적인 검증 요구가 나온다.

윤 전 총장과 윤석열 캠프 측은 법적용에 예외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할 뿐 윤 전 총장의 장모 사건을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 어떻게 판단했는지, 관여한 일이 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정성균 부장판사)는 2일 의료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총장의 장모 최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한 뒤 그 자리에서 법정구속했다. 최씨는 지난 2012년 11월 의료기관 개설 자격이 없는데도 동업자들과 의료재단을 설립하고 2013년 2월 경기 파주의 요양병원 개설과 운영에 관여하면서 모두 22억9400만원의 요양급여를 불법으로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문제는 장모의 실형과 법정구속 보다 왜 동업자들이 사법처리될 때 장모만 법망을 피했느냐에 있다는 지적이다. 하승수 변호사는 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장모사건 자체도 중요하지만 공범은 다 기소되거나 처벌받았는데, 윤 전 총장의 장모는 왜 기소도 되지 않고, 법망을 빠져나갔느냐에 있다”며 “더 큰 문제는 특수부 검사 출신인 윤 전 총장이 장모 사건에 대해 위법소지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었을텐데, 그동안 두둔하는 발언 계속 해 왔다는데 있다”고 비판했다. 하 변호사는 “검사출신으로서 적어도 자기 가족에는 다른 잣대 갖고 있었다는 것으로, 남이 하면 문제고 내가 하면 문제가 없다는 이중잣대가 문제”라며 “다른 사람에 엄격하고 내 가족엔 관대한 (내로남불식) 이중잣대를 가진 자가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된다. 철저히 검증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소통관을 방문해 기자들과 간략히 일문일답을 한 뒤 빠져나가는 길에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국회 소통관을 방문해 기자들과 간략히 일문일답을 한 뒤 빠져나가는 길에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특히 윤 전 총장이 장모 사건을 두둔해왔다는 근거를 두고 하 변호사는 “그동안 별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10원 한 장 피해를 안줬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해도 적어도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두둔을 했으니 그런 말을 전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 변호사는 “윤 전 총장이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검사로서 자신 가족에 범죄혐의가 있다면 응당의 조치를 취해야 했는데, 과연 지금까지 어떤 태도를 보여왔는지, 본인은 이 사건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며 “검경의 초기 수사과정부터 다시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그 당시 검경이 왜 윤석열 장모를 입건하지 않고 수사하지 않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75세의 노인이 무슨 도주우려가 있느냐, 검찰이 강압적으로 수사했다는 취지의 장모 최씨 변호인 주장을 두고 하 변호사는 “그 얘기는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죄질이 안좋다는 뜻도 된다”며 “재판부가 근거없이 법정구속시키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오후 논평에서 “윤 전 총장 장모의 동업자 3명은 이러한 의료법 위반 행위가 발각되어서, 4년 전에 이미 구속되거나 사법적 판결을 받았음에도, 정작 윤 전 총장의 장모인 최씨는 검찰총장 사위의 힘으로 구속되지 않고 빠져나갔다는 의혹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가려져왔던 장모의 비리 진상이 세상에 낱낱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을 보면,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국민의 철저한 검증을 피해갈 수는 없다”며 “장모의 문제이지,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하며 얼렁뚱땅 넘어가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회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한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 의혹이 최초로 제기됐을 당시, 최씨는 동업자들이 ‘병원 운영과 관련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작성한 소위 ‘책임면제각서’를 제출했는데, 검찰은 동업자들만을 기소하고 최씨는 불기소처분했다”며 “지난 총선 기간 열린민주당 후보들의 재고발에 이어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라인에서 배제되고서야 (최씨가) 기소됐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번 사법부 판결로 검찰의 최씨 불기소 처분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며 “법무부는 즉각 감찰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어떤 경위로 누가 ‘책임면제각서’를 제안하고 작성했는지, 당시 검찰 수사팀은 무슨 근거로 사문서 한 장에 불기소 처분을 했는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불법적인 부분이 있다면 처벌하라고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및 박정희도서관에 방문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변인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일 오후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및 박정희도서관에 방문해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윤석열 대변인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2일 오전 의정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2일 오전 의정부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윤 전 총장 사전 인지 여부와 관여여부, 책임론 등에 대한 의문이 쏟아졌지만 윤 전 총장과 윤석열캠프는 묵묵부답이었다. 윤 전 총장이 최씨에 대한 1심 판결 직후 “저는 그간 누누이 강조해 왔듯이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것이 제 소신”이라고 밝힌 것 외엔 아무런 답변이 없다.

윤석열 전 총장과 이상록 대변인 등에 수차례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SNS메신저 등을 통해 질의를 남겼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김기흥 부대변인은 2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여러 질문을 주셨지만 공지한 것 외에는 답변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윤 전 총장 관여의혹, 책임론이 제기된 것에 대한 입장도 답변할 것이 없느냐고 묻자 “동일한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윤 전 총장과 대변인단에게 △윤 전 총장이 그동안 장모 최씨 사건에 법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윤 전 총장이 공범(동업자)만 기소하고 최씨만 기소하지 않은 이유를 알았는지 △윤 전 총장이 최씨 행위가 특수부 검사 출신으로서 문제가 있다고 보는지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봤는지 △장모수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직간접적으로 비호하거나 관여한 일이 있는지 △윤 전 총장이 장모 유죄판결과 법정구속에 책임이 있는지 등을 질의했으나 윤 전 총장 등은 오후 4시40분 현재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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