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시민사회가 요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약속했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의 6월 국회 처리가 끝내 무산됐다.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와 당대표가 뒤늦게 법안 추진을 선언했으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내에서 한 차례도 관련 법안이 논의되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을 향한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으로 구성된 ‘방송의 정치적 독립과 국민 참여 방송법 쟁취를 위한 시민행동(방송독립시민행동)’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참여 공영방송 법안에 대해 대국민 ‘립서비스’로 끝난 6월 국회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고 밝혔다.

이달 임시국회는 오는 7월1일 본회의로 막 내린다.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는 지난 17일 ‘6월 통과’를 목표로 정치권 중심 KBS·MBC(방송문화진흥회)·EBS 이사 추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같은 날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의 추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좌석들이 비어있다. 사진=노컷뉴스
▲13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좌석들이 비어있다. 사진=노컷뉴스

언론노조는 이에 민주당에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에 대한 시민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의 법개정안 단독처리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작 소관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 등에서 한 차례도 공영방송 관련 법안이 논의되지 않았다. 100명 시민이 사장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는 정필모 의원의 방송법 개정안이 법안소위에 상정됐지만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송영길 당대표가 말했듯 지난 4년 간 민주당의 ‘말’이 신뢰를 잃었다. 그걸 아는 이들이 또 식언을 반복하느냐”며 “당대표가 국민 앞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6월 입법을 얘기했다. 그런데 소관 상임위는 처음부터 이 문제를 해결할 의사 없는 국민의힘 핑계대며 아무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곧 EBS와 KBS 이사 추천이 시작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옛날 법대로 추천 절차를 시작한다면, 민주당이 ‘이번까지는 우리가 하고, 다음에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부턴 내려놓겠다’는 치졸한 말장난한다면 언론노동자와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오는 7월 KBS 이사 공모를 시작으로 E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 절차가 시작돼, 언론노조는 여야 당대표가 공영방송 이사 추천 불개입 선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참여 공영방송 법안에 대해 대국민 ‘립서비스’로 끝난 6월 국회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고 밝혔다. 유튜브 갈무리
▲방송독립시민행동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참여 공영방송 법안에 대해 대국민 ‘립서비스’로 끝난 6월 국회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고 밝혔다. 유튜브 갈무리

방송독립시민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국민의힘 불참은 처음부터 핑계가 될 수 없었다. 이미 그들은 불참이라는 행동으로 현재의 정치권 추천 관행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라며 “대체공휴일법 등을 야당 반대를 무릅쓰고 전광석화처럼 처리한 민주당의 모습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의 6월 처리 불발이 야당 탓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에 △7월 임시회를 개원해 시민참여 공영방송 법안을 최우선 처리할 것 △민주당 지도부는 ‘정치 기득권 포기’ 선언을 차기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과정에서 실천할 것을 요구했다. 방통위를 향해서는 7월 임시국회 기간 동안 방문진과 KBS 이사 후보 공모를 중지하고 이사추천 심사 절차의 기준과 투명성을 보장할 대책을 발표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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