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의 대변인을 하다 열흘만에 사퇴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금품수수 사건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수많은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개인의 신상에 관한 문제라고만 답한채 여러차례 질의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대선 행보 첫날부터 본인 의혹에 대한 질문공세를 받았으나 속시원히 답변하지 않고 넘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윤 전 총장은 30일 오전 10시50분경 대선 출마 선언후 첫날 일정으로 국회 소통관 기자실을 찾아 기자실마다 돌며 기자들과 인사했다.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소통관 프레스라운지(간이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통해 언론의 협조를 부탁하는 인사말을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동훈 대변인이 사퇴한 배경이 부장검사 금품수수 사건에 연루돼있기 때문이 아니냐, (이 대변인도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수수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를 알고 있었느냐’, ‘이것이 사퇴의 배경이 된 게 맞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질의에 “본인의 신상에 대한 개인문제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뭐 거기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냐’는 이어진 질의에 윤 전 총장은 “본인의 신상 문제라서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두겠다고 해서 그렇게 해서 서로간에 양해했다”고 답했다.

이어서 ‘그러니까 사전에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인가’, ‘사퇴 전에 모르셨다는 것이냐’, ‘이동훈 대변인이 사퇴전에 이 사실을 윤 전 총장에 보고했느냐’는 질의가 이어졌으나 윤 전 총장은 아무런 답변하지 않은채 프레스라운지에서 빠져나왔다. 이어 쫓아가는 기자들이 ‘사퇴할 때 이동훈 대변인이 윤 전 총장께 말씀드렸느냐’고 묻자 윤 전 총장은 “본인의 개인 신상에 관한 거니까”라는 말만 반복하고 일체 입을 닫았다. ‘그런 내용까지 보고를 안드렸다는 뜻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백브리핑을 한 뒤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쫓아온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백브리핑을 한 뒤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쫓아온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윤 전 총장을 따라가면서 기자들이 ‘인사실패라는 평가는 어떻게 보느냐, 처음 열흘 밖에 안된 상태에서 그만둔 것은 인사실패 아니냐’, ‘이동훈 대변인 경질이 맞느냐’는 질의가 이어졌지만 윤 전 총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최근 사기와 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수산업자 A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현직 부장검사를 입건했는데, 이 A씨가 유력인사들과 친분이 있다고 진술한 명단에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윤석열 캠프 전 대변인)이 포함돼 있다는 SBS와 JTBC 보도로 알려졌다. SBS는 A씨가 “금품을 이 전 기자에게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SBS는 “이 전 기자는 대변인으로 업무를 시작한 지 6일 만인 지난 20일 돌연 자진사퇴했는데,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사퇴 배경이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방송했다. JTBC는 현직 부장검사에게 금품을 줬다는 김모 회장(A씨로 보임)을 국회의원에게 소개해준 사람이 이동훈 전 대변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JTBC는 “경북 지역을 지역구로 둔 한 국회의원은 ‘이 전 대변인이 김 회장이 추진하려는 지역 행사를 도와달라는 요청도 했다’고 말했다”며 “김 회장이 구속됐다는 걸 알려준 것도 이 전 대변인이라고 말했다”고 방송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록 윤석열캠프 대변인은 29일 밤 출입기자 단체SNS메신저에 올린 글에서 “이동훈 전 대변인 사퇴 사유와 관련해 오늘 JTBC 등이 보도한 내용은 윤석열 캠프에서는 알지 못했고, 이 전 대변인은 지난 19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30일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에게 자신의 말을 전한 사람의 범죄 의혹에 대해서 무작정 몰랐다는 말로 넘어가는 것은 부족하다”며 “유력 대권 주자의 인사문제는 주요한 지도자의 덕목으로 일컬어진다. 이동훈 전 대변인의 금품수수 관련 보도로 인해 국민은 윤석열 캠프에 대한 신뢰도 의혹의 눈초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오 대변인은 “윤석열 전 총장이 직접 이 전 대변인 사퇴에 대한 상세한 배경 설명과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길 촉구한다”며 “이제 공식적으로 정치참여 선언을 한 만큼 국민 앞에 ‘정치인’ 윤석열로 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실을 방문해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이밖에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뉴스버스라는 인터넷매체와 인터뷰에서 유튜브 등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을 부인한 것과 관련해 사전에 충분히 논의하고 인터뷰한 것이냐는 질의에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건희씨는 서울 강남 유흥주점 접객원 ‘쥴리’로 일하면서 검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윤 전 총장을 유흥주점에서 만났다는 소문에 “기가 막힌 얘기”라며 부인했다.

윤 전 총장은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을 봤느냐는 질의에 “제가 아침에 나오느라.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사모님 인터뷰 챙겨보겠다고 했는데 사후에 입장 낼 생각인가’라는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가면서 기자들이 ‘사모님이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나온 의혹에 대해 부인했는데, 댁에서 이런 내용 대화를 나누거나 사전에 들으신 적은 없느냐’ ‘사모님 인터뷰 듣고 말씀하셨는지 궁금하다’, ‘사모님 인터뷰 사전에 알고 있었느냐’고 물어봤으나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을 방문, 출입기자 등과 인사를 마친 뒤 돌아가고 있다. ⓒ 연합뉴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을 방문, 출입기자 등과 인사를 마친 뒤 돌아가고 있다. ⓒ 연합뉴스

이밖에 어느 기자가 “장성철씨가 X파일에 구체적인 액수가 나와있다고 했는데 확인 하고 해명할 생각은 없느냐”고 질의하기도 했고, 다른 기자는 “윤호중 원내대표가 윤 전 총장의 정부비판을 넋두리라고 한 것에 대해 의견 있느냐”고 질의했다.

“공개행보 시작했으니 뭐라도 한 말씀 해주시면 안되겠느냐” “의혹에 대해 답변을 부탁드린다” 등의 질의에도 윤 전 총장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차로 이동해 탑승한 후 국회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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