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30일자 28면 전체를 할애해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 연속 기사와 관련 없는 조국 전 장관 부녀와 문 대통령 일러스트 사용으로 논란이 된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자세히 밝혔다. 조선일보 윤리위원회는 이번 논란이 조선일보 윤리규범 2개 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책임 소재 규명을 사측에 요청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책임 소재를 밝히고, 합당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이어지는 가운데 충분한 해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해온 여론에 답한 것으로 보인다. 

▲30일자 조선일보 28면.
▲30일자 조선일보 28면.

조선일보는 30일자 28면에 “독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라는 세션을 달고 “조선일보 윤리委(위) ‘부적절한 일러스트 사용, 본사 윤리규범 2개항 위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를 보면 조선일보 윤리위원회(위원장 손봉호)는 지난 28일 조선닷컴에서 조국씨 부녀 일러스트 등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문제를 놓고 회의를 열어 상세한 경위 설명, 책임 소재 규명 및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조선일보에 권고했다. 윤리위원회는 “조선일보 디지털 시스템 확장 과정에서 허점이 다수 드러났다. 이번 일을 심각한 사안으로 여겨 독자들에게 자세한 경위를 설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는 위원장인 손봉호 고신대 석좌교수,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와 안덕기 조선일보 부국장, 김인원 노조위원장 등 6명이 참석했다.

윤리위원회는 이번 사안이 조선일보 윤리규범 2개 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제11장 3조 1항은 ‘과거에 촬영한 자료 사진이나 영상을 사용할 경우 과거 이미지임을 표시한다’고 규정한다. 제11장 3조 2항은 ‘과거에 촬영한 자료 사진이나 영상을 당사자에게 불명예스러운 자료 화면으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조국 전 장관 부녀를 연상하는 일러스트가 인터넷에 게재된 경위를 자세히 밝혔다. 기사를 보면 이아무개 조선일보 사회부 대구취재본부 기자는 지난 20일 오후 3시54분쯤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턴 3인조”라는 제목의 기사를 작성했다. 20대 여성 1명과 남성 2명으로 이뤄진 3인조 혼성 절도단이 18차례 걸쳐 성매매를 시도한 남성들의 금품을 훔친 혐의로 기소돼 대구지법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이다.

해당 기사는 지난 21일자 조선일보 12면에 일러스트 없이 게재됐다. 지난 21일 오전 5시 이 기사가 조선닷컴 홈페이지에 올라갈 당시에도 일러스트는 없었다. 조선일보는 “하지만 지면에 텍스트만 나간 기사가 그대로 온라인에 게재되면 주목도가 떨어지고, 잘 노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자들이 나중에 관련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덧붙일 때가 종종 있다. 이 기자도 같은 이유로 나중에 일러스트를 붙였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조국 전 장관 부녀를 연상케 하는 일러스트가 삽입돼 논란된 지난 21일자 조선일보 기사.
▲기사 내용과 관련없는 조국 전 장관 부녀를 연상케 하는 일러스트가 삽입돼 논란된 지난 21일자 조선일보 기사.

이아무개 기자는 기사와 관련된 일러스트를 찾기 위해 조선일보 디지털 미디어 운영 시스템에 들어가 ‘3인조’ ‘혼성’ ‘절도’ 등 단어를 입력했지만 적당한 일러스트를 찾지 못했다. 그는 검색어로 ‘일러스트’를 입력해 400여개를 차례대로 살펴보던 중 해당 일러스트를 발견했다. 일러스트를 추가한 시각은 지난 21일 오전 6시27분쯤이었다. 이 기자는 사측에 “기사와 일러스트 속 남녀 숫자가 비슷해 이미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삽입했다”고 했다.

이 기자가 일러스트 논란에 대해 알게 된 시점은 기사에 일러스트를 추가하고 2시간30여분이 지난 오전 9시쯤이다. 이 기자는 조선일보 동료 기자로부터 “기사에 붙인 일러스트가 조국, 조민을 연상시키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기자는 곧바로 5만원권 지폐를 지갑에서 빼가는 ‘금품 사기’ 일러스트로 교체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4시19분쯤 다른 동료 기자가 조선일보 페이스북에 문제의 일러스트가 바뀌지 않은 해당 기사 링크가 게시됐다는 이야기를 이 기자에게 해줬다. 이 기자는 이때까지 조선일보 페이스북에 기사 링크가 게시된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이 기자는 담당자를 찾아 오후 4시30분쯤 해당 기사 링크에 대해 삭제를 요청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이 기자는 기사 일러스트 교체와 SNS 링크 삭제 사실을 담당 데스크나 회사 측에 바로 보고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크게 논란이 되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기사를 보면 일러스트를 교체한 지 이틀이 지난 23일 이 기자는 오전 6시쯤 이메일을 확인하다 욕설이 섞인 제목의 메일 3~4통을 봤다. 그는 “이메일 내용 중 ‘조국, 조민’이란 단어가 있어 조국씨 페이스북을 확인했고, 이 일러스트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기사를 보면 이 기자는 지난 21일 일러스트 교체 후 46시간쯤 지난 뒤인 지난 23일 오전 7시37분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에서 해당 사항에 대한 내용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 이후 사건 경위를 담은 1차 보고서를 작성해 오전 8시52분쯤 담당 데스크에게 제출했다. 이 기자는 “(항의) 이메일을 받기 전까지 외부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줄 몰랐다. 이전에도 일러스트를 교체한 적이 있었지만 따로 보고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48시간 동안 사회부 담당 데스크는 일러스트 교체와 문제 발생 사실을 몰랐다. 취재 데스크와 디지털 콘텐츠 책임자들이 온라인 기사에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온라인 관리·감독 시스템 상의 결함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디지털 팩트체커제 도입, 과거 일러스트 사용 전면 금지, 출고 전 관련 부서에서 이미지 사전 점검 의무화, 디지털 기사도 팀장급 이상 간부 최종 출고 책임 원칙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고 알렸다.

조선일보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디지털 팩트체커는 온라인 기사뿐만 아니라 사진·영상·일러스트(삽화)·그래픽 등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적정성 여부와 언론 윤리 저촉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험이 풍부한 언론인을 중심으로 구성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힌 뒤 “이미 출고된 기사 내 이미지 수정 시 취재 기자가 해당 부서 책임자에게 사전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수정 내용과 근거를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디지털 기사에 대한 콘텐츠 관리도 강화했다. 지면뿐만 아니라 온라인에 출고되는 기사도 각 부서 팀장급 이상 간부가 최종 출고 책임을 지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현장에 있는 일선 기자가 송고하는 속보의 경우에도 출고 직후 기사와 이미지 내용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이어 “언론윤리를 위반했다는 윤리위의 권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조국씨 부녀와 문재인 대통령, 독자 여러분께 다시 사과드린다. 이번 일을 계기로 독자들께 더 신뢰받는 언론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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