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한 의원이 천안함 침몰사건을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폭침으로 단정하고 이와 다른 주장을 펴는 이들을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겠다는 특별법 제정을 발의했다.

정부가 발표한 사건의 원인에 과학적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전하고, 사건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견을 법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나아가 표현의자유 뿐 아니라 진실을 밝히겠다는 자유를 말살하고 양심의 자유까지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29일 오후 ‘천안함 폭침 사건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의 법안을 보면 법 제정의 목적을 “천안함 폭침으로 인하여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은 생존 장병 및 유족에 대한 심리상담 등의 지원을 규정하여 이들의 생활안정에 이바지함”으로 돼 있다. 문제는 사건의 정의와 처벌규정에 있다.

장 의원은 법안에서 천안함 침몰사건의 정의를 “2010년 3월 26일 백령도 서남방 해상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 중이던 해군 소속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 어뢰에 의한 공격으로 침몰함에 따라 천안함에 승조한 104명의 장병들이 사망하거나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사건”으로 규정했다. 장 의원은 “그 역사적 · 법률적 정의를 명확히 규정하였다”고 평가했다. 역사적 법률적 정의를 내리기엔 과학적 증명이 부족하다는 합리적 의문과 이견이 존재하는데도 사건을 단정했다.

장 의원이 발의한 법안 제5조는 벌칙조항으로 “천안함 폭침에 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신문, 잡지, 방송 등 출판물, 정보통신망법상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방법, 전시, 공연, 토론회, 간담회, 기자회견, 집회, 가두연설 발언 등의 방법으로 천안함 사건을 법의 정의와 다르게 주장하면 처벌하도록 한다는 규정하고 있다.

▲해군이 인양업체를 동원해 지난 2010년 4월24일 천안함 함수를 인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군이 인양업체를 동원해 지난 2010년 4월24일 천안함 함수를 인양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5조2항을 보면 허위사실 유포행위가 예술·학문, 연구·학설, 시사사건이나 역사의 진행과정에 관한 보도를 위한 것이거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예외조항을 뒀다.

장 의원은 “현행 형법 및 정보보호법 등에 명예훼손이나 모욕 등에 관한 규정이 있으나, 본 특별법은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였는지 불문하고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진실을 부인·비방·날조하는 행위에 대하여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존의 명예훼손 법리가 아닌 새로운 방식의 형법적 구성요건과 처벌을 마련한데 그 의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폄훼함으로서 발생하는 사회적 논란을 방지하고 국가가 보호하여야 마땅한 생존 장병과 유족들의 인격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어뢰공격에 의한 폭침으로 규정한 것은 2010년 정부 합동조사단의 발표일 뿐 과학적 증명의 부족과 폭발순간을 담은 CCTV나 TOD 동영상(열상감시장비) 등 명백한 증거의 부재 등의 의문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법으로 사실을 규정하고 다른 견해와 관점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진실탐구에 대한 자유의지를 말살하는 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천안함 명예훼손 사건을 변호하고 있는 김종귀 변호사(법무법인 중용)는 29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건 원인에 대한 천안함 사건의 역사적 검증과 토론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다른 목소리를 냈다고 형사적으로 처벌하겠다는 것 자체가 진실을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을 질식시키는 것”이라며 “이 같은 법률이 표현의 자유를 핵심가치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국가가 사실관계에 관해 형벌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강요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며 “또한 북한의 폭침이 아니면 생존장병의 명예가 왜 침해된다는 것인지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장제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진=장제원
▲장제원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진=장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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