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필도 해주나요?” 

“저희 대행사 직원 중에 전문 기자 출신이 있어요. 저희한테 요청서만 주시면, 대필 진행한 후 전화 주신 고객님에게 확인받고 바로 송출 진행합니다.”

포털 사이트 노출을 겨냥한 ‘기사형 광고’ 시장은 오늘도 바삐 돌아간다. 상품을 생산하거나 사업하는 기업 대표라면, 당장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을 홍보가 필요할 터. 광고가 아닌 것 같은 저렴한 기사형 광고는 구미를 당기기 충분하다. 업체 대표와 언론사(포털 사이트)를 연결해주는 곳이 바로 광고대행사다. 

한 광고대행사는 ‘상품 홍보’를 하고 싶다는 상담 문의에 친절하게 매체별 단가표를 전해주고는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언론사 기사를 상품처럼 파는 것이다.

“기승전‘광고’로 작성하시기보다 기사 형태를 갖춰주셔야 해요. 우리 고객님이 상품을 이제 막 출시하셨다면, 중앙일보나 동아일보 같은 메이저 언론과 포털 검색이 가능한 인터넷 언론사를 섞어서 기사를 최대한 많이 배포하시는 게 좋아요.”

“중앙일보, 동아일보 같은 언론사가 부담스러우시면 ○○일보와 같은 언론도 추천해요. 한국경제도 20만원인데, 저희 대행사가 현재 프로모션 중이라 다른 곳보다 훨씬 저렴해요. 인터넷 언론사는 최저가 4만원으로 모십니다.” 

▲ 최근 광고대행사 단가표를 확인한 결과,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각각 건당 30~35만원으로 단가표 상위에 있었다. 편집=안혜나 기자
▲ 최근 광고대행사 단가표를 확인한 결과,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각각 건당 30~35만원으로 단가표 상위에 있었다. 편집=안혜나 기자

다수 광고대행사 단가표를 확인한 결과,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각각 건당 30만~35만원으로 단가표 상위에 있었다.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우 조선비즈, IT조선, 조선에듀, 땅집고 등 자회사·계열사가 상단을 차지했다.

광고를 대행하는 A사는 중앙일보 참고사항으로 “검수 까다로움, 편집 심함”을 적시했고, B사는 “인터뷰 35만원, 창업 28만원, 칼럼 형식 의료기사 32만원”이라고 적었다. 해당 매체에 인터뷰를 싣기 위해서는 35만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편집 성향 강함’ 또는 ‘편집 심함’이라는 설명에 대행사 관계자는 “고객님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주시는 경우 아무래도 홍보성이 짙다 보니 해당 매체 가이드에 맞게 기사가 임의로 수정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예방하려면 ‘대필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는데 대필료는 건당 2만원이다. 

가격표는 매체에 따라 4만원에서 35만원 수준으로 포털 제휴 등급이 영향을 미친다. 포털 언론사 제휴(네이버 기준)는 ‘검색 제휴’, ‘콘텐츠 제휴’ 등으로 나뉘는데 검색 제휴는 포털이 전재료를 지급하지 않고 검색 결과에만 기사가 노출되는 낮은 단계의 제휴다.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다.

반면, 콘텐츠 제휴는 포털이 언론사 기사를 구매하는 개념으로 금전적 대가를 제공하는 최상위 제휴다. 포털 검색 시 언론사 사이트로 이동되지 않고 포털 사이트 내 뉴스 페이지에서 기사가 보인다. 단가표 상단을 차지하는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조선비즈,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 유력 언론들은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있다.

실제 기사형 광고 서비스를 이용한 적 있는 한 업체 관계자는 “기사형 광고 단가표를 보면 알 수 있듯 일단 가격이 저렴하다. 싼 비용으로 브랜드를 알릴 수 있어서 선호한다”며 “기본적으로 언론은 독자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에 브랜드 광고 효과가 크다. 포털을 통해 전송되기 때문에 더 널리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홍보성 기사를 작성해 전달하면, 감수가 이뤄지고 언론사 측에서 직접 수정하기도 한다”며 “단가표에서 저렴한 언론사를 택해 기사 횟수를 늘리고 노출을 늘리는 방식의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사는 광고대행사로부터 월 단위로 수백만원을 받고, 대신 기사 작성과 전송 권한을 넘기는 식으로 계약을 맺기도 한다. 언론사가 판(플랫폼)을 깔고 대행사가 기사형 광고(콘텐츠)를 채우는 식이다.

기사형 광고에 대한 문제 제기는 오래됐다. 2009년 네이버 뉴스캐스트 시절에는 기사형 광고를 뉴스캐스트에 올려주고 시간당 500만원(이 가운데 70%는 언론사 몫)을 받는 대행사도 있었다. 수백, 수천만원을 받고 병원 홍보 기사를 써준 조선일보, 사진기자가 업체 홍보 사진을 찍어 포털에 전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 연합뉴스 등 관련 사례는 부지기수다.

기사형 광고의 문제 가운데 하나는 뉴스 수용자의 ‘오인’이다. 광고인지 알지 못한 독자가 언론사를 신뢰해 상품을 잘못 구매했을 경우 입게 되는 피해다. 특히 정확한 정보 전달이 요구되는 의료 영역의 경우 현행 의료법이 ‘기사 또는 전문가의 의견 형태로 표현되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기사형 광고는 규제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A 언론사와 B 홍보대행사가 맺은 계약서. 디자인=안혜나 기자
▲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A 언론사와 B 홍보대행사가 맺은 계약서. 디자인=안혜나 기자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단가표를 보더라도 “의료전문매체로 양방만 가능”, “의료 단가 10만원”, “의료 전문지로 칼럼 형식의 의료기사만 송출 가능”, “칼럼 형식 의료기사 32만원” 등의 추가 설명이 붙은 매체가 적지 않았다. 

네이버·카카오 뉴스 제휴 및 제재 심사 규정을 보면, 기사로 위장한 광고 전송은 조치 대상이 되는 ‘부정행위’다. 그러나 언론사가 기사형 광고를 일반 기사와 섞어 대규모 전송하고 있는 현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기사형 광고에 대한 규제는 쉽지 않다. 2009년 신문법이 개정되면서 기사형 광고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처벌 조항이 삭제돼서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기사형 광고에 광고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을 경우 최대 2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신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은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 의해 매년 2000건 이상의 기사형 광고가 적발되고 있다”며 “기사와 광고를 구분해 편집하지 않은 자를 처벌할 수 있는 과태료 규정을 신설해 규제 실효성을 높이고 기사형 광고로 인한 독자 피해를 최소화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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