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협회, ‘사망 선고’만 남았다?
ABC협회, ‘사망 선고’만 남았다?
문화체육관광부, ABC협회 개선권고 이행안 검토 후 7월 중순까지 입장 발표 
ABC협회 개선 가능성 희박…정부광고법 등 개정하고 대안 지표 마련 나설 듯  

국내 유일의 신문부수인증기관 ABC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개선 권고 이행 마감일(6월30일)을 맞이했다. 문체부 개선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앞으로 ABC협회 자료의 정책적 활용은 중단된다. 문체부 고위관계자는 향후 ABC협회에 대한 입장 발표와 관련, “7월 중순은 넘기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ABC협회 부수 활용은 중단된다고 봐야 한다. 현재까지 상황을 봤을 때 ABC협회는 개선 가능성이 적다. 신문협회와 신문사의 개선 의지도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문체부 내부도 전망은 비슷해 보인다. 무엇보다 지난 3월 사무검사 발표 이후 문체부의 신문지국 추가 현장조사 과정에서 ABC협회의 협조가 부족했던 점이 컸다. 신문사들은 정부 부처를 상대로 작전하듯 조사 방해에 나섰다. 

ABC협회가 지난 5월31일 문체부에 제출한 ‘개선권고 이행 여부 체크리스트’는 ‘사망 선고’만 남았다는 전망을 가능케 한다. 미디어오늘이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해당 문건에 의하면 ABC협회는 지국 실사 통보 시점을 현행 1주일 전 통보에서 1~3일 전 통보로 조정하라는 개선 권고에 대해 “매체사 입장과 지국장 설득이 관건인 만큼 단계적 시행이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고 밝히는가 하면 신문사 직원의 실사 개입 가능성 차단 권고에 대해서도 ‘단계 시행’하겠다면서 “본사 직원 참여 금지는 불가능하다. 본사 직원의 협조가 절대로 필요하다”며 사실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신문협회·광고주협회·제3자 전문가 집단이 동등한 비율로 ABC협회 이사회에 참여하게 하는 지배구조 개선 권고에 대해선 ‘개선 수용’이라 밝히면서도 “제3자 참여가 옳은지 여부는 ABC협회가 답변할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회원사 의견과 감독부서 입장을 존중하고 모든 과정은 정관과 규정에 따라 진행하겠다”며 유보적 입장을 냈다. 이는 수용하겠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과 같다. 

▲ABC협회.
▲ABC협회.

문체부가 ‘정책적 활용 중단’ 입장을 내면 ABC협회의 부수공사결과 활용을 명시한 정부광고법이나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등이 빠르게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관련 개정안이 있거나 준비 중이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한 충청지역 지방자치단체의 홍보비 집행계획 광고단가(2019년 기준)에 의하면 △1만부 이상 220만원 △5000부~1만부 165만원 △1000부~5000부 110만원 △이외는 55만원(VAT포함)으로 구분, 여전히 ABC협회 유료부수 공사결과를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광고집행을 위한 대안 지표를 마련하는 작업 역시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올라온 개정안을 기준으로 보면 두 가지 안이 있는데, 하나는 종이신문에 바코드를 넣어 국세청에 잡히는 정확한 유료부수를 근거로 정부광고 단가를 산정하는 방안이다. 또 하나는 여론조사 기반의 종이신문 열독률을 정교화해 단가를 산정하는 방안이다. 두 방법 모두 신문사 협조를 받지 않으며, 신문지국 현장 실사에 나서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향후 ABC협회를 대체할 부수 공사기관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맡게 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광고를 독점적으로 대행하며 지난해 900억 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고, 현재 정부광고 집행기준이 필요한 만큼 이를 위한 합당한 역할을 부여받는 게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심영섭 교수는 “정부 입장에선 유료든 무료든 많이 배포해 홍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향후 유통부수 중심의 측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 “유료부수는 유통부수의 절반 수준일 것”이라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문체부 입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방통위는 ‘정책적 활용 중단’ 첫 사례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 방통위는 매년 통합시청점유율을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게 환산 시청점유율이다. 특정 방송사가 소유한 일간신문의 구독률에 매체 교환율(2019년 기준 0.41)을 곱한 뒤 전체 TV채널 시청률의 합(2019년 기준 24.591)으로 나눈 값이다. 일간신문 구독률은 ABC협회에서 일간신문 유료부수로 추산하고 있다.

방통위 미디어다양성정책과 관계자는 “신문 구독률을 환산해 넣어야 하는데 못 쓰는 자료라고 문체부 입장이 나오면 우리로선 구독률이 없어서 못 쓰는 상황이 된다”며 “문체부 입장을 보고 판단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이 경우 방통위는 기존 통합시청점유율을 발표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ABC협회는 어떻게 될까. 신문사들은 지금껏 정부 광고를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매체사로 참여하며 부수 공사에 협조해왔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매체사들은 자연 탈퇴하고, 매체사 회비에 의존하는 ABC협회는 경영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