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째 은평구청-은평시민신문 갈등 봉합 안되는 내막은
8개월째 은평구청-은평시민신문 갈등 봉합 안되는 내막은
은평구청, 은평시민신문에 이례적 강경대응…배경으로 구청에 종속된 시민사회 지적
신문사 이사 등 다수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 구청에서 용역…1·2·3대 협치담당관 모두 신문사 출신

서울 은평구청과 은평시민신문의 ‘갈등’이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에 따르면 ‘전쟁’이고 해당 지역신문에 따르면 ‘언론탄압’이 이례적으로 지역사회 밖으로 공론화하면서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은평구 부구청장 전용차량 운전직 공무원의 노동시간이 길다는 비판기사 이후 구청장을 비롯해 구청 주요 인사의 개인 통신비를 세금으로 대납하는 문제,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마땅히 공개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은평시민신문에는 공개하지 않는 문제 등으로 언론중재위와 법적 다툼까지 이어졌다. 지속적으로 언론탄압이란 비판이 이어지자 은평구는 보도 관련한 민사소송을 취하하고 가압류를 해지했다. 

대신 ‘돈줄’을 끊기로 했다. 지난 15일 은평구청은 은평시민신문이 이사회가 총사퇴(지난 10일)한 것 등을 이유로 정상적인 지역신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신문구독과 광고를 중단했다. 또한 지난 2월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육성사업 대상자로 은평시민신문이 선정돼 지원금을 받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은평구는 해당 신문사와 약정을 체결해야 하지만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은평구청은 지난 11일 경찰에 마을기업 선정 관련해 은평시민신문을 서류 허위작성 등으로 고발했다. 

▲ 은평구가 은평시민신문에 보낸 신문구독중지 알림 공문
▲ 은평구가 은평시민신문에 보낸 신문구독중지 알림 공문

대체 은평구청은 왜 이렇게 강경 일변도로 나갈까. 신봉규 은평구의원은 지난 17일 구정질의에서 협동조합 형태인 은평시민신문의 조합 이사들의 행태에 대해 지적했다. 지난 5월14일 협동조합 게시판에는 전직 구청 공무원이자 협동조합원인 A씨가 게시물을 작성했는데 마을기업 사업 관련 문제점이었다. 그런데 해당 내용이 5월31일 은평구청이 마을기업 지정요건 관련 신문사에 보낸 공문에 그대로 반영됐다. 

지난 5월27일 당시 협동조합 이사 B·C·D 3명이 부구청장 면담을 진행했다. 이후 해당 이사들은 은평시민신문의 마을기업 지정취소를 주장했다. 신 의원은 “상식적으로 조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이사가 부구청장 면담후 조합의 사업을 포기하자는 얘기를 하는 건 납득하기 힘든일”이라며 이들이 은평구와 어떤 관계인지 밝혔다. 

B씨는 은평구청 연구용역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현재 활동하고 있고 은평구에서 지난해에만 약 7000만원의 연구용역을 수주했다. C씨는 은평구청 시민사회 관련 사업에 활동하고 있고 지난해 본인이 대표인 협동조합을 통해 은평구에서 3000만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D씨는 현재 은평구청과 민간위탁 계약을 맺고 있는 단체의 이사장이다. 즉 은평지역 시민사회 인사들이 구청에서 용역을 받으면서 구청을 감시해야 할 신문사 이사로 참여한 것이다. 

B씨와 과거 희망제작소에서 함께 지자체 용역사업 등을 한 E씨는 은평시민신문 지면평가 단체대화방에서 신문사를 비판했다. E씨 역시 지역 내 한 협동조합 이사장이자 전직 은평구 협치조정관이었다.

신 의원은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미경 구청장 취임 이후 은평구의원 연봉의 두배인 협치조정관 1·2·3대가 모두 은평시민신문 편집장이나 이사 출신, 조합원 등 관계자”라며 “특히 최근 부임한 협치조정관은 은평구와 민간위탁협약을 맺고 있는 단체 이사장이었는데 이 단체는 은평지역 시민단체의 대부격”이라고 덧붙였다. 

시민사회라고 할만한 행정견제세력이 구청에서 각종 용역사업을 받는 가운데 최근 은평시민신문에 조합원이나 이사로 참여하며 구청 비판기사를 쓰는 편집국을 압박했다는 지적이다. 

김 구청장은 해당 질의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구정질의는 구의원이 일괄 질의하면 구청장이 일괄 답변하는 형식이다. 김 구청장은 통신비는 JTBC 보도 이후 반납했으며 사문서 위조 등의 이유로 (은평시민신문의) 마을기업을 취소에 이를 만한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지역신문사 문제점만 언급한 것이다. 

▲ JTBC 3월24일자 보도
▲ JTBC 3월24일자 보도

이날 임동국 부구청장도 답했다. 임 부구청장은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은 은평구청과 전혀 관계없는 연구용역을 한번도 한 적이 없느냐”며 “은평시민신문은 신문구독료, 광고료 등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억7000여만원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은평시민신문은 계도지 예산을 거부하며 2018년 김 구청장 취임 초기부터 구청의 잘못된 행정을 비판해왔다. 

당사자들은 용역사업 때문에 구청 편을 든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거나 침묵했다. 

E씨는 지난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내막은 이사를 지냈던 다른 분들에게 물어보는 게 좋겠다”고만 말했다. B씨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은미 편집장에 신문사가 사유화된 것이 문제”라며 “편집장을 해임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에서 용역을 받아 구청을 편드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관련없다”며 부인했다. 

은평시민신문 편집국은 비판기사에 대해 구청이 민사소송 등 거세게 탄압할 때는 해당 이사들이 침묵하다가 마을기업 사업에 꼬투리를 잡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신 의원은 “내가 지난해 10월 구청 각 부서별 핸드폰 사용명세 세부자료를 요청했는데 아직도 제출하지 않는다”며 “그런데 최근 은평시민신문 마을기업 취소 절차를 보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이번 구청장 취임 이후 시민사회가 구청에 종속됐으며 구의원 19명 중 15명이 민주당인 가운데 구청에 대한 견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은평구청장은 지난 2010년부터 세차례 연속 민주당 소속 구청장이 당선됐다. 

신 의원은 “사실 저는 보수정당이고 은평시민신문은 진보성향에 가깝고, 내가 초선인데 처음 선거나왔을 때 민주당이 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는데 이 내용을 1면으로 보도했던 신문”이라며 “인간적으론 내가 이 신문을 옹호하고 싶겠느냐. 그런데 개인적인 감정으로 공적인 일을 바라봐선 안 되지 않나”라고 은평구를 우회 비판했다. 신 의원은 “핵심은 시민사회가 몰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지난 17일 은평구의회에서 진행한 구정질의 당시 김미경 은평구청장(왼쪽)과 신봉규 구의원. 신 의원은 "국회에서 국무총리도 그렇고 서울시장도 국민의 대리인인 의원이 질의하면 서서 답변을 하고 다른 구청장들도 마찬가지"라며 "의원이 질의하는데 앉아서 답변하는 곳은 아마 은평구 한 곳일텐데"라며 이를 현재 은평구청의 막강한 행정권력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 지난 17일 은평구의회에서 진행한 구정질의 당시 김미경 은평구청장(왼쪽)과 신봉규 구의원. 신 의원은 "국회에서 국무총리도 그렇고 서울시장도 국민의 대리인인 의원이 질의하면 서서 답변을 하고 다른 구청장들도 마찬가지"라며 "의원이 질의하는데 앉아서 답변하는 곳은 아마 은평구 한 곳일텐데"라며 이를 현재 은평구청의 막강한 행정권력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견제시스템이 미약한 가운데 은평구에선 공익활동을 하면 구청이 세금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조례가 발의되기도 했다. 신 의원은 “공익활동을 3명이서 하면 지원금을 주는데 구의회에서 반대하니까 5명으로 올려서 또 발의했다”며 “알아보니 조례를 만든 사람 중에 은평시민신문 이사가 있더라”라고 지적했다. 순찰, 화재예방 등 특정한 목적을 정해 지원하는 게 아니라 모호한 조례를 만들어 영향력있는 단체에 지원금 지급을 쉽게 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게 신 의원 생각이다. 

은평시민신문은 편집장과 기자 1명, 총 두명이 기사를 쓴다. 구의원은 야당이 4명. 시민사회가 행정에 종속된 분위기까지 구청이 신문사를 무시할 수 있는 배경이다. 신 의원은 “보좌진도 없는 구의원 하나가 떠들어봐야 공허한 메아리일 것이고 구정질의도 할게 많아 밤새 준비하다가 결국 반으로 줄였다”며 의정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시는 마을기업 취소 관련 심의위원회를 29일 개최한다.

이에 은평시민신문 전직 이사들은 미디어오늘에 5월 27일 부구청장 면담에 대해 “구청 측에서 마을기업과 관련해 서류검토한 결과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서류를 검토한 후 마을기업 담당 국장과 소통하겠다고 했고, 편집장에게 마을기업 관련 서류를 이사회에 제출하라고 했으나 제출하지 않았고 이사회 자체 조사 결과 마을기업을 자진 반납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시민사회 인사들이 구청에서 용역을 받으며 구청을 감시해야 할 신문사 이사로 참여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전직 이사들은 “이사들이 급여를 받거나 신문사 일만 하는 상임이사로 구성돼 있지 않고 이사회는 다양한 시민사회 인사들이 이사로 참여하는 구조”라며 “구청의 용역은 사리사욕이 아니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했다.

또한 일부 이사들이 은평구 용역사업 때문에 구청 편을 든다는 지적에 대해 전직 이사들은 “그런 지적을 받은 바도 없지만, 지적을 하는 것도 맞지 않다. 왜냐하면 이사들이 속한 단체라고 해서단체가 해야할 일들이 있는데 용역사업을 받지 않아야 할 근거는 없다”고 전했다.

[기사 수정 : 7월 30일 19시 은평시민신문 전직 이사들 반론 반영. 미디어오늘은 “C씨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박은미 편집장에 신문사가 사유화된 것이 문제’라며 ‘편집장을 해임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지만 해당 발언의 주체는 C씨가 아니라 B씨입니다. C이사에 사과 드립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