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의 임기중 사퇴 선언에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 외에도 ‘배신’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쿠데타’ ‘즉시 직무감찰해야 한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최 원장은 임기가 오는 2022년 1월까지로 6개월 여를 남긴채 중도 사퇴한 감사원장이 됐다. 대선출마를 위한 사퇴냐는 질문에도 차차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부정하지 않았다. 감사원장 재직시절 본인의 감사가 정치감사였다는 우려에 대한 해명도 없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오전 최 원장 사퇴 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가”라며 “바야흐로 배신의 계절인가. 한번 배신한 사람은 또 배신하게 돼 있고 누군가 배신의 길을 열면 우르르 따라쟁이가 줄을 선다”고 개탄했다. 정 의원은 “독립운동하다가 독립운동 노선이 맞지 않는다고 곧바로 친일파가 되면 되겠는가”라며 “세상에서 제일 멍청한 사람이 평생 독립운동하다가 8월 14일 친일파로 돌아선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정 의원은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꼴뚜기나 망둥이나 욕망의 산물일 뿐”이라며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겠지만 국민의 눈에는 그저 그물에 걸리는 잡어들”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꼴뚜기나 망둥이나 꼴불견이 될 것”이라고 풍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이광재 의원도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정세균 전 총리와 단일화를 하겠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감사원장의 대선 출마는 연성 쿠데타”라며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누구나 선거에 출마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있지만 중립성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사정기관의 수장인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이 사퇴 후 곧바로 대선 출마 논란을 벌이는 것 자체로도 부적절한 처신이며, 정치사에도 대단히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감사원장이 숙고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한 만큼 시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받아들여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현명한 선택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검찰과 감사원이 진영대결과 정쟁화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두 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된 것에 대한 정부 여당의 책임있는 자성이 먼저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비판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자신의 감사원장직 사의표명 사실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자신의 감사원장직 사의표명 사실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양이원영 의원은 최 원장이 정치감사부터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이 의원은 이날 논평에서 “정치적 중립을 심각하게 훼손했던 월성1호기 감사원 감사 때부터 우려했던 일이 결국 현실이 됐다”며 “오늘 발표로 최재형 원장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월성1호기를 표적하고, 정치감사했다는 사실이 확고해졌다”고 비판했다.

양이 의원은 “최재형 원장이 대권경쟁에 뛰어들기에 앞서 감사원 정치적 중립을 훼손한 것에 대한 책임부터 져야 한다”며 “국회도 검찰과 감사원 등 준사법기관 출신이 사퇴 후 바로 정계진출을 할 수 있는 법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최재형 원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행보를 성토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7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최재형을 두고 “두분은 국민들께 정중히 사과하고 대선출마를 비롯한 정치행위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며 “국회도 최재형 감사원장의 정치적 중립 위반에 대하여 특별직무감찰을 요구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과 감사원의 수장들이 직접 정치적 중립 위반하고 국민들이 임한 권력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을 의미하며 이런 일들이 용인된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윤석열, 최재형이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원장의 경우 감사헌법 제10조, 정치행동의 금지조항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도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전 최재형 감사원장 사퇴에 대해 본인의 견해를 밝힌 글. 사진=정청래 페이스북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오전 최재형 감사원장 사퇴에 대해 본인의 견해를 밝힌 글. 사진=정청래 페이스북

 

양승조 충남지사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윤석열·최재형 방지법 제정’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윤석열 전 총장과 최 원장의 사퇴의 대선 행보를 두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감사원장이 파렴치한 정치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대한민국 헌정질서의 기본과 원칙을 허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 지사는 “국민이 부여한 국가기관의 직무와 권한을 개인의 대권 욕심을 향한 제물로 전락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직무수행 동일기간 공직후보자 선거출마 제한’이 ‘윤석열ㆍ최재형 방지법’의 핵심”이라며 “직무를 이용한 정치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 ‘직무수행 동일기간 선거출마 제한’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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