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비롯해 구글 법인세, 미디어 교과목 채택, 포털 공정성, 가짜뉴스 대응방안, OTT 정책 등 미디어이슈에 대한 정부 입장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우리는 아시아 최고의 언론자유 국가다. 반면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조사한 뉴스 신뢰도는 정반대로 46개국 중 하위권이다. 언론이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왜 이렇게 신뢰도가 낮다고 생각하나”고 질의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우리 국민이 우리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여전히 책임질 수 없는 가짜뉴스가 가장 큰 요인이라 생각한다”면서 “가짜뉴스는 공동체 전체에 위해를 가하는 범죄행위”라고 답했다. 정 의원은 “정말 심각한 것은 가짜뉴스가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이다. 우리는 허위정보와 모욕의 산업화시대에 살고 있다”며 대책을 물었다.

김부겸 총리는 “기성 언론은 비교적 자정 능력이 있지만 1인미디어 등 소셜 미디어 쪽은 워낙 통제가 없는 것 같다. 우리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신념이 있는 국민들이다. 자칫 정부가 나서면 여러 반발을 살 수 있으니 내부에서 자정 노력을 하고 결국 제도적으로 몇 가지 국민을 위한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어떤 형태로든지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했을 때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부분과, 사회적으로 가짜뉴스를 걸러낼 수 있는 국민적 운동도 함께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24일 국회 대정부질문 모습.
▲24일 국회 대정부질문 모습.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왼쪽)과 정필모 민주당 의원.

 

방통위원장 “포털, 일부 언론 기능 수행…사회적 책임 필요”

정필모 의원은 이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향해서는 “포털이 언론인가”라고 물었다. 한상혁 위원장은 “일부 언론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포털은 뉴스의 편집·배치를 통해 사실상 언론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럼 포털뉴스 편집의 공정성·책임성· 투명성이 담보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상혁 위원장은 “포털의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커진 만큼 추천의 투명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윤추구와 더불어서 포털이 영향력을 갖는 미디어로서 사회적 책임성 또한 준수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필모 의원은 “언론은 포털의 선택을 받기 위해 낚시성 기사 장사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포털 구조가 기사 질을 떨어뜨린다는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면서 “포털이 알고리즘으로 필터링해서 제공하는 맞춤 뉴스에 문제가 많다. 필터버블에 갇히면 확증편향에 빠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여론의 양극화, 탈진실 현상이 사회갈등과 분열 원인이 되고 있다”며 방통위의 대응을 주문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국회에 포털의 책임을 부과하는 다양한 법안들이 제출되어 있고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방통위도 각계 개별 법안에 충분한 의견을 제시했다”며 “회사들의 자율규범을 체계화하고 정비할 수 있는 행정지도나 지원업무도 하고자 한다”고 답했다. 

정 의원은 “자율규제가 최선이지만 잘 안 된다면 차라리 포털의 뉴스추천편집 기능을 폐지하고 단순 검색을 통한 아웃링크로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그 부분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법제로 강제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고 본다”고 답했으며 “사회적 영향력에 따른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내부적 제도를 포털에서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국회 대정부질문 모습.
▲24일 국회 대정부질문 모습. 유은혜 교육부 장관(왼쪽)과 정필모 의원. 

 

교육부장관 “미디어 교과목 채택, 취지는 이해하지만…”

정필모 의원은 이날 유은혜 교육부장관을 향해서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디지털정보 문해력이 OECD 평균에 못 미친다는 충격적 결과가 나와 있다.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은 바닥 수준이다. 스마트폰 보급률 높은 IT강국에서 이래서야 되겠나”라며 “이 문제를 개선하려면 우리도 미디어 교육을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은혜 장관은 “교과목으로 하느냐 문제는 종합적 의견수렴이 필요해 보인다”며 유보적 입장을 밝힌 뒤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발생한 한계와 부정적 측면은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미디어교육지원법을 국회에서 빠르게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학생부터 어린아이, 노인들까지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전 국민에게 체계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면서 “지금은 국어·사회·정보 과목에서 미디어 교육을 하고 있지만 이 부분을 더 강화해서 특정 교과가 아니더라도 여러 과목에서 미디어에 대한 비판 의식과 윤리의식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필모 의원은 “미디어교육 제도화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 우리나라 초중고 학교가 1만1700여개다. 학교마다 1명의 미디어 담당교사를 배치하면 1만 명 넘는 교사가 필요하다. 전국 대학에 많은 미디어 관련 학과가 있다. 이들이 교직 이수 해서 교사로 진출하면 어떤가”라고 재차 교과목 채택여부를 물었으나 유 장관은 “제안의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하나의 교과목으로 정식 편성하는 것에 대해서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이러한 역할을 하는 교사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 공감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이용자들이 미디어를 읽고 해석하는 문해력, 미디어리터러시가 굉장히 중요하다. 각 부처에서 다양한 미디어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기관별로 사업이 분절되어 있고 연계가 부족하다”면서 “체계적 교육을 위해 미디어교육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동의한다.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24일 국회 대정부질문 모습.
▲24일 국회 대정부질문 모습. 김부겸 총리(왼쪽)와 정필모 의원. 

 

김부겸 총리 “공영방송 지배구조 국민 참여, 어떤 방법으로 가능할지…”

정필모 의원은 이날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권의 근거 없는 영향력 행사, 이것을 근절하기 위해 국민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총리의 의견을 물었다. 

김부겸 총리는 “여야가 입장만 바뀌면 항상 (공영방송 제도와 관련해) 말씀이 달라져서 이 문제를 안타깝게 생각하는데 그래도 공영방송의 지위,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부단히 계속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김 총리는 그러나 “국민 참여라는 게 어떤 방법으로 가능할지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공영방송 이사 및 사장) 선택과정에서 더 많은 중립적인, 국민 목소리가 들어가야 하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어떤 방식을 통해 가능할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유보적 입장을 내놨다.

그러자 정필모 의원은 지난해 11월 자신이 발의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안을 소개하며 “인구통계학적 무작위 추출을 통해 국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한 뒤 숙의 과정을 거쳐 그분들이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을 선출하는 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들은 김 총리는 “국민 숙의 과정이 미국의 배심원제도처럼 보인다”면서 “정 의원의 견해에 공감한다. 그렇게 해서 공영방송의 위상이 선다면 정치권에 휘둘리는 걱정은 한 단계 넘어서지 않겠나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김 총리를 향해 “지난해 구글은 우리나라에서 2200억 매출액을 신고했다. 하지만 실제 매출액은 6조원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 구글이 낸 법인세는 96억으로 네이버의 50분의1 정도다. 터무니없이 적은 것 아닌가”라며 대책을 묻기도 했다. 

김부겸 총리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G7 국가 정상들이 15%로 법인세 최저세율을 물게 하자는 합의가 있었는데, 이게 플랫폼 기업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IT업계 전체에 해당 되어서 우리 기업도 어려움에 처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 문제는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김 총리는 “그러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어가면서 이익을 벌어가는 국가에 기여하는 건 너무 적다는 문제의식에는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정 의원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며 국제적 추세가 바뀌고 있다. 조세 주권 확립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다. 우리도 바로잡을 안을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정 의원은 이날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향해 “외국계 OTT 넷플릭스가 지난해까지 (국내에) 7700억 투자했다. 올해도 5500억 더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내OTT인) 티빙과 웨이브는 올해 투자액이 2200억원 넘는 수준이다. 외국계 자본에 콘텐츠 제작비를 이렇게 의존하게 되면 콘텐츠 하청기지로 전락하게 된다. 문화 주권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황 장관은 “올해부터 300억 정도 국내 OTT 지원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내년에도 콘텐츠제작지원 예산을 편성했다”며 “우리 문화가 귀속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 쓰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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