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 성폭행 범죄 의혹이 또 터졌다. 양향자 의원의 사촌동생이자 지역사무실 회계책임자가 여직원에게 상습적인 성폭행과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더불어민주당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이 지난 14일 접수됐는데도 언론에 보도가 되고 나서야 이 같은 사실에 대한 입장을 내놓아 또 다시 성폭행 사건에 대한 원칙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하지 않으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뉴스1 등 광주지역 언론들은 지난 22일 저녁 ‘양향자 지역사무소 회계책임자 여직원 성폭행 의혹…직무배제’에서 “광주의 한 국회의원 지역사무소 직원이 부하 여직원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며 “22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광주서구을 국회의원 지역사무소 회계책임자인 A씨가 여직원 B씨를 상습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최근 직무배제됐다”고 보도했다. 이 회계책임자는 50대이며 양 의원의 사촌 동생으로 지역사무소에서 회계책임을 맡고 있다고 뉴스1은 전했다. 이 매체는 “A씨가 지난해 총선에서 양 의원이 당선된 이후 지역사무소에서 근무하며 수개월에 걸쳐 B씨에게 성폭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피해 여성은 최근 민주당 중앙당에 신고하기 위해 찾아갔으나 구두로 진술하고 피해신고서는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대변인은 23일 오후 논평에서 “권력형 성범죄로 얼룩진 민주당, 집권 여당의 현주소”라며 “이쯤 되면 과연 대한민국 집권 여당에 기본적인 성인지 감수성, 그리고 최소한의 자정 능력이 존재하는지조차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특위 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특위 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보 의원은 “민주당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난 14일 당에 신고한 후 열흘 가까이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과연 이번 사건에 대해 해결 의지가 있는지, 행여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가해자가 양 의원의 사촌 동생이었다고 하니, 제대로 된 항변조차 하지 못했을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보 의원은 “사실상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의 행태와 같은 ‘위계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나 다름없다”며 “양 의원은 단순히 보좌진들을 직무배제 시키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번 의혹의 인지 여부와 시점을 국민 앞에 밝히고,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공식입장을 이날 퇴근 무렵에야 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23일 오후 6시가 넘긴 뒤 서면으로 낸 브리핑에서 “양향자 의원 지역사무실 회계책임자의 성범죄 의혹, 무관용 원칙으로 철저히 조사하고, 최대한의 엄중하고 신속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언론 보도를 들어 “우리 당은 보도된 의혹에 대한 확인 및 조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그 모든 것에 앞서, 큰 고통을 겪었을 피해자분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난 14일, 윤호중 원내대표는 양향자 의원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처음 보고 받았고, 16일 송갑석 광주광역시당위원장에게 시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건이 뒤늦게 밝힌 이유와 관련 이 대변인은 “광주광역시당은 해당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즉각 착수했으나, 성범죄의 특성상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그동안 조사내용에 대한 과도한 노출을 삼가고 내부적으로 조사를 진행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피해자 격리, 관련자 직무배제, 지역사무실 폐쇄, 중앙당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의 피해자 상담 등 후속 조치가 진행되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본인 및 직계가족의 입시·취업 비리, 부동산 투기, 성추행 연루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이 사건에 대한 사법절차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당 차원의 가해자 조사를 신속하게 병행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당 차원에서도 엄중하고 철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이 추가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양 의원과 이소영 대변인, 송갑석 의원 등에 여러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 등을 남겼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아직 답변을 얻지 못했다. 양 의원에게 △사촌동생이자 지역사무실 회계책임자가 보좌진 여직원을 장기간 상습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인지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은 무엇인지 △지난 14일 당에 신고한 이후 취한 조치는 무엇인지 △사건이 뒤늦게 알려진 이유가 양 의원이 언론과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고자 쉬쉬해서가 아닌지 등을 질의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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