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비정규직 문제 ‘동일직장,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으로 풀어야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 ‘동일직장,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으로 풀어야
불평등을 제도화한 방송 제작 구조는 적폐–‘돌마고’ 잊지 말아야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하순부터 실시 중인 지상파 방송사 3곳에 대한 근로감독에 대해 방송사들이 50여일 동안 보인 태도는 대단히 심각하다. 언론노조와 미디어비정규공동사업단가 21일 밝힌 바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사 3곳은 근로감독 대상 명단을 노동부에 제출하지 않거나 비정규직의 노동자성이 드러날 증거를 없애는 등의 방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비정규직과 관련된 후진적인 현실을 감추면서 개선하지 않으려 하는 것은 사회의 목탁, 소금을 자처하는 언론사의 심각한 내로남불이라 하겠다. 이들 방송사는 일상적으로 자사를 제외한 전체 사회의 부당노동행위나 노사갈등 등을 보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 모순에 대한 심각한 불감증과 부도덕성을 드러낸 것이다.

방송 3사들의 태도는 방송사 내부의 생산 구조 속에 고착화되어 있는 비정규직 고용을 통한 불평등 노동과 분배 제도의 실태를 감추면서 정규직원들이 방송사 전체의 생산 이익을 부당하게 챙기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을 자초한다.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는 1991년 외주제작 의무편성제도 도입으로 촉발됐고,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가속화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지만 실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동 생산한 결과물을 정규직이 비정규직의 몫 일부까지 착취하고 있는 제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방송사는 PD·영상·아나운서·작가 등의 직종에서 ‘프리랜서·계약직·파견직‧인턴직’이라는 여러 형태의 고용제도를 운영하면서 동일한 노동 현장에서 불평등과 불이익을 일상화 해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뒤섞여 일하지만 결과적으로 생산비 절감을 통한 경영합리화. 정규직 처우 개선 등의 이유를 앞세운 방송사 생산구조는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비극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는 MBC 뉴스투데이 방송작가가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방송작가 근로자성을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적폐로 자리매김했다.

▲ 언론노조와 미디어비정규직공동사업단 등이 6월21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상파 3사는 근로감독에 제대로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언론노조와 미디어비정규직공동사업단 등이 6월21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상파 3사는 근로감독에 제대로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방송 3사의 비정규직에 대한 태도는 유럽연합(EU)의 노동법에 규정한 ‘동일 직장,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원칙에 크게 벗어난다. 유럽연합 노동법은 27개 소속 국가들이 경제 수준 등에서 동일하지 않지만 회원국 노동자들이 원하는 데로 국경을 넘나들면서 국적, 성, 종교 등의 차이로 인한 차별을 받지 않고 인권을 보장받으면서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게 만든 제도이다.

유럽연합의 노동자에 대한 정책은, 회원국들이 공존공영을 위해 공동화폐를 유통시켜 경제통합과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 달성을 촉지하려는 제도의 하나로 채택되었다. 유럽연합 소속국가들의 기업주들은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동일 직장에서 동일한 노동을 할 경우 동일한 급여와 근무 시간, 보험 등 제공 등을 의무적으로 이행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원국 노동자의 합리적 직업선택이 제도화 되어 노사갈등이 거의 발생치 않아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인권침해와 경제적 착취 등의 고통에서 해방돼 있다.

유럽연합의 노동정책은 그 창립 목적에 부합한다. 즉 유럽 내 단일시장을 구축하고 단일통화를 실현하여 유럽의 경제·사회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유럽시민권제도를 도입하면서 회원국 국민의 권리와 이익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노동자 권익 보호, ‘자유·안전·정의’ 실천을 공동의 목표로 실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노동자 인권 보호를 위해 국제노동기구(ILO)가 1951년 만든 ‘동일 급여’ 선언을 유럽연합 인권 헌장과 노동법에 2002년 포함시켜 ‘유럽 연합 소속 국가 노동자들은 유럽연합 내 어느 곳으로든지 이동해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노동할 권리를 갖는다’고 규정했다. 유럽연합 노동법은 노동 현장에서 능력, 성, 종교와 신념, 연령 등을 이유로 차별받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법은 고용주가 동일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의 작업장소를 빈번하게 바꾸는 것도 금지했다.

그 결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동일 직장에서 동일 시간을 노동할 경우 고용 기간만이 차이가 있을 뿐 동일한 급여 제공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고용주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어느 쪽이 기업 이익에 부합하느냐에 따라 선택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정규직을 선호하기도 한다.

자살률 세계 최고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 유럽연합 노동법에서 해법 찾아야

유럽연합이 일부 화원국간 경제적 격차가 큰 데도 불구하고 단일한 화폐와 노동 제도를 만들어 시행하는 것은 분단해소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한국 사회가 벤치마킹해야 할 중요한 사례이고 방송사가 앞장서야 할 과제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1천만명 비정규직이 당면한 고통과 불이익은 이 사회를 자살률 세계 최고라는 생지옥으로 만들어 버린 주요인 가운데 하나다. 비정규직 문제는 현 정권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강조해왔지만 이 대책 또한 많은 문제를 낳고 있어 전 사회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 3사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저극 나서지 않는다는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방송사가 갑질을 하면서 사내 약자인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나몰라라 하는 것은 언론 존재 이유조차 외면한 반이성적 처사라는 손가락질을 면할 수 없다. 특히 KBS, MBC 등 공영방송을 자처하는 방송사의 경우 이명박, 박근혜 정권 시절 일부 직원이 부당해고를 당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장기간의 돌마고 행사를 통해 방송 정상화를 외쳤던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방송사가 사회 도처에 널려 있는 적폐청산에 앞장서려면 내부 모순이나 부조리부터 해소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전체 사회가 방송사의 비인간적 태도를 주시하고 있다는 점은 방송사 정규직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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