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의 ‘등 타투’가 정치권의 화제로 떠올랐다. 1992년 대법원 판례로 인해 ‘불법 의료행위’가 되어버린 타투를 합법화하자며 기자회견에서 선보인 퍼포먼스 덕이다. 보라색 타투 스티커를 한가득 붙인 등을, 뒷부분이 깊이 파인 보라색 원피스 사이로 드러낸 류 의원 사진이 뉴스와 SNS, 커뮤니티를 장식했다. 이를 환영하고 비판하는 목소리 사이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기존에 발의한 타투 합법화 법안도 다시금 회자된다.

함께 법안을 만들고 기자회견에 참여한 전국화학석유식품산업노동조합 타투유니온도 연일 언론에 등장한. 2018년 문신염료 제조사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반영구 화장 등 타투 경험자는 1300만명에 이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조사에서 20대 26.9%, 30대 25.5%는 타투 시술을 받아봤다고 답했다. 그만큼 많은 타투이스트들이 노동자로 살고 있다. 왜 지금 타투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21일 서울 종로구에서 김도윤 타투유니온 지회장을 만났다.

-요즘 인터뷰 요청이 많겠다.

“많은 정도가 아니다. 이번에 류호정 의원이 기자회견 앞두고 ‘국회의원 월급엔 욕 먹는 것까지 포함된다. 이슈를 만들 테니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정책 필요성과 내용을 철저하게 설명해달라’면서 퍼포먼스를 했다. 감사한 일이고, 이번 퍼포먼스 덕분에 법·제도를 만드는 데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류 의원 타투 스티커는 도안을 같이 준비했나.

“법안 만들고 기자회견까지 시간이 없어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골랐다. 저희 딴에 가장 미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타투스티커를 골라서 류 의원에게 보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타투 합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등에 타투 스티커를 붙인 류호정 의원과 전국화섬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조합원들. 사진=류호정 의원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타투 합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등에 타투 스티커를 붙인 류호정 의원과 전국화섬노조 타투유니온지회 조합원들. 사진=류호정 의원실

-2010년부터 법안 발의 자체는 이뤄져왔다. 이번엔 좀 다르다는 느낌이 있나.

“너무 많이 달라졌다. 우선 인터뷰를 하러 온 기자분들이 타투 산업에 대해 이해하는 깊이 자체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사실 우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질문은 하지 않을뿐더러, 타투시즌’이니까 타투 이야기를 하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정도였다. 이제는 하나의 노동문제, 국가적으로 꽤 많은 영역에 영향을 미칠 현안으로 공감해주는 것 같다.”

-민생, 노동 이슈로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노동자들의 어려움, 국가의 어려움이 동일한 지점이 세금이다. 타투 시장 규모가 연간 1조원 정도라 한다. 그 비용이 세금에서 사라지는 건 국가적으로 손해다. 2020년도부터 문신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할 수는 있게 됐다. 타투유니온에 많은 분들이 전화해서 ‘사업자 내고 일하면 안 되냐’ 물어보시는데, 안 된다.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서 영리목적으로 타투 시술을 하면 최저 형량 2년이다. 사업자등록 자체가 영리행위 증거가 된다.”

-신고하는 즉시 범법자가 된다는 건데.

“오히려 ‘함정’이 된다. 사법과 행정이 얼마나 안 맞게 돌아가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2015년엔 고용노동부가 유망한 신직업으로 타투이스트를 선정했다. 직업분류 코드도 나왔다. 국세청이 제대로 신고해서 세금 낼 기회를 준 건 굉장히 감사한데, 올 4월만 해도 조합원 두분이 각각 1년반, 2년형 선고를 받았다. 조합원이 590명 정도인데 징역형에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분이 제가 아는 것만 5명 정도다. 기소돼서 벌금내고 전과자가 되는 경우는 셀 수 없다.”

-보통 신고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고객이 타투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들거나 변심했을 때,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이거 불법이잖아’ 협박하거나 과한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다. 돈을 벌 목적으로 한달 간 10여회 저렴한 시술을 골라서 받고 돈을 받아내는 사람들도 있다. 신고 당하면 벌금이 300~500만원 정도니까 280만원을 요구하는 거다. 타투유니온이 돕고는 있지만, 처벌할 수도 없어 중재가 최선이다.”

-일하다 다쳐도 산업재해 인정이 안 되는 문제도 있다. 녹색병원의 타투산업 현장 건강 실태 조사에서 공통적 질환이 확인됐는데.

“미술 관련 노동하는 사람들의 고질병이 근골격계 질환이다. 직업특성에 의한 경우는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분위긴데, 타투이스트는 고용보험 대상이 아니고 직업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타투이스트 '도이'로 활동하고 잇는 김도윤 전국화섬노조 타투유니온지회장 사진=본인 제공
▲타투이스트 '도이'로 활동하고 잇는 김도윤 전국화섬노조 타투유니온지회장 사진=본인 제공

-생각보다 꽤 많은 타투샵이 있다. 소비자가 1300만명이라는 통계는 놀라웠다.

“저희도 놀랐다. 국민 4명 중에 한명이라니까 실제로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몇 명 모이면 타투한 분이 몇 분인지 테스트도 해보고.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는 후보 네 명 중 안철수 후보가 눈썹 문신을 했더라.”

-지난해 문화예술노동연대가 주최한 문화예술노동자 산재실태 보고 현장에서 ‘국회의원 30%가 눈썹 문신하고 있다’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다.

“국회 사이트 등에서 의원들 사진을 확인해보니 꽤 많더라. 이분들이 눈썹문신을 병원에 가서 했어도 불법이다. 1992년 ‘타투는 의료행위’라는 판례 때문에 병원에서 하면 괜찮은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 의사가 타투하는 경우는 잘 없고, 다른 직원들이 하는 건 의사면허 대여다. 잉크부터 바늘까지 비의료기기를 이용한 의료시술이라는 점에서 불법이 된다. 제 손님 중 의사분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전부 의료행위라 보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의사단체는 타투가 의료행위라는 대법원 판례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나.

“그래서 의사들이 화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료는 숭고한 영역이고 높은 수준의 기술·지식이 요구되는 특별한 직업이다. 왜 의료단체는 그렇게 의료행위라 고집하는지 궁금하다.”

-류호정 의원이 낸 법안 이름이 ‘타투업법’이다. ‘타투’ ‘문신’을 구분해야 하나.

“사실 문신사법이 등장하기 전에도 저희 직업을 ‘문신사’로 부르지 않았다. ‘게임산업진흥법’을 ‘놀이법’이라 하지 않는다. ‘디자인한다’는 것도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에서 ‘도안한다’했는데 이제는 어딜 가도 ‘디자인’은 ‘디자인’이다. 문신이란 단어가 갖는 편견도 있다. 개인에게, 노비에게 낙인 찍는 용도였다 나중엔 ‘조폭’ 문화가 됐고, 그 인식이 1992년 판례로 이어졌다. 국제적으로 ‘타투’란 언어가 통용되는데 고집을 부려 ‘문화지체’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2019년 타투 시술을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음달 1심 선고는 어떻게 예상하나.

“보통 1심은 판례를 기준으로 하기에 유죄 나오면 항소하고 고등법원에서 법리를 다투자는 기조였다. 지금은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재판 자체가 타투 시술을 받은 연예인을 누군가 신고했던 게 작업자인 제게 넘어온 사건이다. 그 연예인분이 오늘 오전 친필로 탄원서를 써주셨다. 피해를 본 사람이 없고, 귀책이 없어 법리를 따지기에 좋은 사건이라 기대하고 있다.”

▲타투이스트 '도이'로 활동하고 잇는 김도윤 전국화섬노조 타투유니온지회장 사진=본인 제공
▲타투이스트 '도이'로 활동하고 잇는 김도윤 전국화섬노조 타투유니온지회장 사진=본인 제공

-연예인들 타투는 방송에서 테이핑으로 가려진다. 

“일상에서 타투를 대하는 가장 기분 나쁜 모습이다. 영상에서 블러처리되는 것들은 살해현장, 피, 흉기, 담배 등이다. 타투는 누군가의 외모다. 타투를 가리는 건 누군가의 외모를 가리는 거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누군가의 외모를 칭찬하는 것조차 실례가 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타투는 가려야 하는 걸로 인식되면서, 아무렇지 않게 남의 타투를 평가하고 지적해도 된다는 편견이 생겼다. 미디어가 타투를 범죄현장처럼 만들어서, 타투를 지적하는 걸 마치 도덕적 우위에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타투가 합법화되고 양지에서 문화를 소비하면 불과 길게는 3년 안에 남의 타투를 평가하지 않는 에티켓이 자리잡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기존의 편견이 얼마나 후진지 돌아보며 살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책으로 남기려 한다.”

-무분별한 타투 시술 우려도 있다. 유튜브에도 ‘타투 셀프 시술’류 영상이 많다.

“타투는 위험하다. 아무나 하면 안 된다. 공부하고 교육 받아야 한다. 요즘엔 타투 용품을 멸균하는 방법도 녹색병원에서 반복적으로 훈련 받는다. 라이센스가 남발되면 어마어마하게 많은 소비자들이 지울 수 없는 엄청나게 큰 흉터를 가지게 될 거다. 실력이 담보되지 않고, 갖춰야 할 걸 갖추지 못하면 법으로 철퇴를 가해서 이 산업을 지켜야 한다. 뒤늦게 합법화하는 만큼 제도를 잘 만들어서 예견된 문제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요구한 것 중 하나가 저희를 포함한 어떠한 사적단체도 영리목적으로 사업을 관장할 권한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타투가 합법화되면 신용카드로 결제 받고 싶다고.

“그동안 계속 타투 받느라 현금 쓴 분들은 세금 공제 받으셔야 하지 않나. 가끔 ‘세금이나 내고 말하라’ 욕하는 분들 있는데 맞는 말이다. 타투유니온 첫 슬로건도 ‘세금 낼 수 있게 해 달라’는 거다. 그분들 보시기에 ‘저놈들도 세금 내겠네’하고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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