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광주 학동 건축물 붕괴사고를 두고 버스운전사가 현장을 지나면서 본능적으로 엑셀만 조금 밟았어도 살 수 있었다고 말해 논란이다.

사고의 본질과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도록 해도 모자랄 판에 버스정류장 문제, 운전기사의 문제로 오인할 수 있는 가벼운 언행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송 대표는 1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정책위회의실에서 열린 ‘광주 학동 건축물 붕괴사고 대책 당정협의’ 인사말에서 이번 사고가 인재인 것 같다면서 “현장 관리 소홀, 안전 불감증, 전반적인 관리 부실이라는 산업현장의 고질적인 병폐가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안타까운 것은 버스정류장 앞에 이런 5층 건물 해체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전문가가 아닌 시민이 지나가다 보더라도 위험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대로변”이라며 “위험성 경고 민원이 접수됐는데도 왜 현장 확인 조치가 안됐는지 답답한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 뒤의 발언이었다. 송 대표는 “바로 그 버스정류장만 아니었다 할지라도 운전자의 본능적인 감각으로 뭐가 무너지면 엑셀레이터만 조금 밟았어도 사실 살아날 수 있는 상황인데”라며 “하필 버스정류장 앞에 이런 공사현장이 되어 있으니 그게 정확히 시간대가 맞아서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묘사했다. 송 대표는 “정말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재난현장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306호에서 열린 광주 학동 건축물 붕괴사고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하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306호에서 열린 광주 학동 건축물 붕괴사고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하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사건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내서 책임자에 책임을 묻고 대책 마련을 하도록 하지 않고, 버스정류장, 버스운전사 탓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경솔한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광주 붕괴 참사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2차 가해나 다름없다”며 “집권여당 대표가 제대로 된 원인진단과 개선책을 내놓기는커녕 황당한 인식을 갖고 있으니 이러한 인재(人災)가 반복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황보 대변인은 “가슴 아픈 참사의 책임을 애꿎은 피해자에게 전가하지 말라”라며 “숱한 구설을 낳은 송 대표이기에, 오늘 발언 역시 왜곡되고 가벼운 집권여당 대표의 인식이 드러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즉시 피해자들과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포털 다음에 전송된 연합뉴스의 ‘宋, 광주참사에 “하필 버스정류장 앞..액셀만 조금 밟았어도”’ 기사의 댓글에는 “그걸 말이라로 하느냐” “말 참 쉽게 한다” “송영길 당신 미쳤군요” 등 황당해하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포털 다음에 올라온 송영길 대표 발언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 사진=다음카카오 뉴스페이지 갈무리
▲포털 다음에 올라온 송영길 대표 발언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 사진=다음카카오 뉴스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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