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눈에 띈 건 ‘유튜브 온라인 채팅창’이었다. MBC가 중계한 당대표 토론에서 시청자 5만명이 유튜브 생중계 채팅에 참여하고 있었고, 도네이션(인터넷 방송에서 오가는 금전적 후원을 의미)과 리액션으로 상징되는 인터넷 게임 방송을 연상케 하는 분위기였다. 이준석은 청년 남성이 원했던 이미지를 잘 수행했고 그들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세를 모았다고 생각한다.”(임명묵 작가)

온라인매체 ‘피렌체의 식탁’이 16일 오후 유튜브 생중계한 긴급대담 ‘이준석이라는 현실-세대교체인가? 시대교체인가?’에서 1994년생 임명묵 작가가 진단한 ‘이준석 현상’이다. 임 작가는 지난달 출간한 ‘K를 생각한다’를 통해 90년대생을 세계화와 정보화라는 키워드로 세밀히 분석해 주목을 받고 있다.

▲ 온라인매체 ‘피렌체의 식탁’이 16일 오후 유튜브 생중계한 긴급대담 ‘이준석이라는 현실-세대교체인가? 시대교체인가?’에 참석한 1994년생 임명묵 작가. 사진=피렌체의 식탁 유튜브
▲ 온라인매체 ‘피렌체의 식탁’이 16일 오후 유튜브 생중계한 긴급대담 ‘이준석이라는 현실-세대교체인가? 시대교체인가?’에 참석한 1994년생 임명묵 작가. 사진=피렌체의 식탁 유튜브

임 작가는 현 한국 정치를 ‘의제 상실 상태’로 분석했다. 아버지 박정희와 태극기부대로 상징됐던 박근혜의 보수정권은 ‘대통령 탄핵’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 역시 소득주도성장 같은 의제와 부동산 정책이 실패로 나타나거나 조국 사태로 도덕성까지 의심 받으면서 한국사회 정치의제가 공백기를 겪고 있다는 것. 정치권이 2030세대를 대의할 능력과 준비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임 작가는 “양대 정당 모두 90년대생 혹은 2030 청년층의 관심사와 문제의식을 소화하지 못했다”며 “이준석이 대중을 차별과 혐오로 선동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청년 남성층으로 대변되는 인구 집단은 자신들 의제가 보수 진보 양쪽에 반영되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품다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그 여론을 폭발시켰다. ‘온라인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것처럼 이준석을 자신의 아바타로 키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 작가는 “당대표 토론에서 논리적인 30대 청년이 말이 어눌한 50~60대 중년을 압도하는 모습은 기성세대에 위축된 청년층에 카타르시스를 안겨줬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준석의 ‘공정과 능력주의’는 큰 영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논리보다는 즉각적 감정을 배출하고 싶은 욕망과 불만을 ‘공정’이라는 레토릭으로 발화하고 있을 뿐이다. ‘2030세대 공정’이 정치 철학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한 소재는 아니다”라고 했다.

임 작가는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 대해선 “이준석 당대표 선출 이후 민주당 반응은 ‘경멸과 무시’가 아니라 ‘불안과 공포’인 것 같다. 한국은 젊음을 숭배하고 새로운 것에 강박이 있는 사회”라며 “민주당은 젊음을 바탕으로 세대교체를 이뤄내고 헤게모니를 잡게 된 정당이었다. 민주당 문제는 10대, 20대 젊은층 지지가 당연하게 자신들에게 계승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작가는 “민주당은 자신들이 무시했던 고령층과 같은 대우를 받지 않을까 두려움과 불안을 느낄 수 있다”면서 “국민의당은 오랜 시간 패배했기 때문에 불안하더라도 청년층에 힘을 실은 것이라면, 민주당은 5년째 승리를 해왔고 그 과정에 자신감과 네트워크가 공고해졌다. 이에 비춰봤을 때 세대 이슈에선 상대적으로 국민의힘보다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 작가는 “정의당은 류호정, 장혜영 의원 등이 도전적 모습을 보여줬고 청년 여성층에 반향이 있었다”며 “이준석 역시 당내 중진들을 공격하고 깨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민주당 3040 의원들과 청년 최고위원들은 순치된 모습을 주로 보였다. 말 잘 듣는 모범생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 온라인매체 ‘피렌체의 식탁’이 16일 오후 유튜브 생중계한 긴급대담 ‘이준석이라는 현실-세대교체인가? 시대교체인가?’에 참석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사진=피렌체의 식탁 유튜브
▲ 온라인매체 ‘피렌체의 식탁’이 16일 오후 유튜브 생중계한 긴급대담 ‘이준석이라는 현실-세대교체인가? 시대교체인가?’에 참석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사진=피렌체의 식탁 유튜브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을 분석하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그가 말하는 ‘공정한 경쟁’의 다른 말은 ‘경쟁해야 공정하다’라고 본다”며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조국 사태 등에서 알 수 있듯 공정은 그동안 강자를 향한 칼로 활용됐다. 이준석 대표가 꺼낸 공정이 당내 기득권으로 향할 때는 ‘강자를 향하는 공정’으로 이야기되지만 여성이라든지 이런 사람들에게 공정을 꺼낼 때는 칼날이 약자를 향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대기업 갑질과 시장 독점을 겨냥해 ‘시장경제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고 이 대표에게 묻고 싶다. 정치권에서 이재용 사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재벌이라는 이유로, 이 사람이 풀려나면 경제가 살 것 같다는 식의 근거없는 주장을 이유로, (이재용이) 사면이나 가석방 되는 게 공정한지 묻고 싶다”며 “이 세상은 출발선부터 공정하지 않다. 경쟁이 100미터 달리기라면 50미터 앞에서 뛰는 사람이 있고, 50미터 뒤에서 뛰는 사람이 있다. 청년들이 출발선의 공정함을 만들기 위한 구조적 변화를 꿈꾸는 데 있어 포기하는 마음까지 들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했다.

강 대표는 “예를 들면,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있어서 원래 이 사회 전반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뤄졌어야 했다”며 “그런 구조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는 확신으로 실제 변화가 이뤄졌다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가 논란이 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정치가 그런 확신을 주지 못했다. 출발선부터 구조적으로 공정해질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니까 청년들은 그 과정이라도 공정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 대표는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대기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이 질문에 이 대표가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따라 이준석의 공정이 진짜 공정인 것인지, 아니면 불공정과 불평등을 은폐하는 공정인지 분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 온라인매체 ‘피렌체의 식탁’이 16일 오후 유튜브 생중계한 긴급대담 ‘이준석이라는 현실-세대교체인가? 시대교체인가?’에 참석한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사진=피렌체의 식탁 유튜브
▲ 온라인매체 ‘피렌체의 식탁’이 16일 오후 유튜브 생중계한 긴급대담 ‘이준석이라는 현실-세대교체인가? 시대교체인가?’에 참석한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사진=피렌체의 식탁 유튜브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이준석 대표는 세력과 시간이 별로 없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성 기자는 “오는 9월부터는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이 정치 뉴스 주인공이 될 것이다. 대선주자가 확정되면 그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갖는다. 대선후보 중심으로 당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 대표에게 남은 시간은 3~4개월 밖에 없다”고 했다.

성 기자는 ‘이준석 현상이 곧 세대교체’라는 시각에 비판적이다. 그는 “세대교체가 이준석 당선 하나로 완수되는 게 아니다. 물론 먼훗날 세대교체에 있어서 (이준석 당대표 당선은) 중요한 장면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지금 이 자체가 곧바로 세대교체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성 기자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성 기자는 “민주당은 2030대 유권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며 “청년층 박탈감과 상실감, 분노를 제대로 읽고 대처했어야 했는데 조국 사태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 등이 불거졌을 때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고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참패했다. 지금은 보수야당이 청년정치로 넘어가는 것을 부러워하며 지켜보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엄청난 일을 할 거라고 보지 않으면서도 그의 철학과 가치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성 기자는 “당내 초선 5명이 조국 사태에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가 열성 지지층에게 진압을 당했다”며 “걱정스러운 장면이다. 재선 의원들 중 대선 주자인 박용진, 박주민 의원 등은 당내에 세를 모으지 못했다. 현재는 민주당 지지층한테도 큰 호소력이 없다”고 진단했다.

성 기자는 ‘586 세대교체론’에 대해 “한국 정치사에서 앞 세대가 ‘우리가 누릴 만큼 누렸으니 물러나겠다. 우리 후배들이 정치를 잘 이끌어 달라’ 이런 적 한 번도 없었다”며 “장강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듯 MZ 세대 등이 586 정치인을 상대로 권력 투쟁에 나서고 제 발로 밀고 올라가야 한다. 민주당 안에서도 젊은 초재선들이 586을 밀어내는 게 옳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 온라인매체 ‘피렌체의 식탁’이 16일 오후 유튜브 생중계한 긴급대담 ‘이준석이라는 현실-세대교체인가? 시대교체인가?’에 참석한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 사진=피렌체의 식탁 유튜브
▲ 온라인매체 ‘피렌체의 식탁’이 16일 오후 유튜브 생중계한 긴급대담 ‘이준석이라는 현실-세대교체인가? 시대교체인가?’에 참석한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 사진=피렌체의 식탁 유튜브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은 “이준석 현상이 야당 대표 선거로 표출됐지만 대선 후보 선출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현재 야권 대선후보를 보면, 보수정당 안에 있는 분들은 약세고 당 밖 새 인물이 강세다. 보수정당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수는 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패널들 발제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준석 현상에서 얻은 교훈은 정치세력은 확실하고 직설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라며 “우물쭈물하면 위선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정의당은 거대 양당과 비교하면 비교적 선명했지만 보다 더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지 구체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기자는 “이 대표가 만들어지는 데 10년 걸렸다.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스타 정치인이 탄생했다고 민주당에서도 갑자기 누가 나올 수 있나? 당장 세력 교체는 불가능하다”며 “결국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젊은 유권자에게 인기가 있었던 것은 그들이 내세웠던 정책과 가치와 노선이 지지를 받아서”라고 말했다.

임명묵 작가는 “지금 젊은 세대에게 산업화와 민주화 서사 모두 새로움을 잃었다”며 “반공을 기반으로 한 산업화와 그로 인해 탄생한 기업집단과 국위선양 등의 서사는 전혀 새롭지 않다. 또 민주화 서사 역시 박현채‧리영희의 ‘해방전후사의 인식’에서 하나도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대선후보들이 어떤 참신한 서사와 콘텐츠를 제공할 것인지가 내년 대선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지난 13일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지난 13일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강 대표는 “윤석열과 안철수가 국민의힘으로 들어가게 되면, 정의당이 제3지대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기존 주자들이 대변하지 못할 기후위기, 다양성, 인권, 젠더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며 “청년층이 지금은 이준석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준석에 대한) 반대편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장 국장은 “2030세대에게 불공정 중 하나는 할당제”라며 “청년, 여성, 농촌 할당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진보진영은 ‘약자가 정의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해야 한다. 강자 자체가 불의가 아니듯 약자도 그 자체로 정의가 아니다. 정의는 강자냐, 약자냐로 나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2030세대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강 대표는 “물론 약자가 그 자체로 선은 아니다”라면서도 “청년들이 착해서 할당을 주자는 게 아니다. 여성들이 남성보다 더 도덕적이어서 할당제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정치, 국회만 보면 2030세대는 4% 밖에 안 된다. 여성은 19% 밖에 안 된다. 이 구조가 계속 유지돼 왔다.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확실한 조치로서 할당제가 논의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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