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이 천안함 침몰사건 발생 11년 여 만에 생존자와 최원일 전 함장을 중심으로 북한 어뢰공격설의 전후 과정을 조명했다.

제작진은 15일 밤 10시40분부터 50분간 방송한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에서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을 받았다는 근거로 △사건 발생 4개월 전 대청해전 패배를 당한 북한의 보복징후 △이에 대한 허술한 대비태세 △사건 직전 이상징후 사전 첩보 전달 묵살 △사건직후 어뢰공격 가능성 보고 묵살 △당시 새떼로 판명한 북상 물체에 대한 의심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임을 직접 과학적으로 검증하거나 어뢰공격설을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입증하는 내용까지 방송하지는 않았다. 이밖에 천안함에 대한 여러 의혹 가운데 이스라엘 잠수함 충돌설 검증을 위해 천안함 사건 당시 이스라엘 잠수함이 현장에 있었느냐는 질의를 통해 이스라엘군으로부터 “천안함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스라엘측 입장을 공식적으로 받은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2010년 3월26일 21시22분 사건 발생 직후 상황과 관련해 최초보고는 김광보 포술장(당시 대위)의 좌초 보고다.  제작진은 김 대위가 ‘좌초, 폭발음, 침몰 중, 구조바람’이라고 보고했다며 “이때 쓴 좌초라는 단어가 천안함의 좌초설의 빌미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 대위는 서면 답변에서 “좌초는 긴박한 상황에서 설명하는데 언급된 침몰, 조난 등과 같은 용어 중 하나였지 최초상황이 정확히 인지되어 사용한 용어는 아니었다”며 “이후 지속적인 중간보고로 상황을 설명하였다”고 밝혔다고 제잔진은 소개했다.

▲MBC PD수첩팀이 15일밤 방송한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 사진=MBC PD수첩 영상 갈무리
▲MBC PD수첩팀이 15일밤 방송한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 사진=MBC PD수첩 영상 갈무리

 

김덕원 부함장(소령)도 “포술장이 좌초라는 얘기를 했을 때 제가 딱히 거기에 대해서 용어를 수정하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저 역시 당시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는데, 이것을 어떻게 형용할 것인지 용어를 찾기 힘들었다”며 “(좌초라는 최초 보고가) 이렇게 나중에 문제가 될 줄 전혀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이 당시 판단한 원인은 어뢰공격, 조치는 보복공격 요청

최원일 전 함장은 “제가 가장 먼저 조치한게 바짝 엎드리도록 했다. 적에게 보이지 않게”라며 “어뢰공격을 가장 먼저생각했고, 갑판위에 올라와보니 장교들이 다들 하나같이 어뢰에 맞은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고 주장했다. 김덕원 전 부함장도 “교육을 받았을 때 어뢰쏘면 직접 쏘는 것이 아니고 밑을 공격해서 두동강 낸다라는 것을 제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어뢰밖에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주장했다.

최 전 함장은 전투정보관과 어뢰공격 당했으니 대응공격해줄 것을 요청하도록 지시했다고도 했다. 허순행 전 통신장도 최 전 함장의 지시에 의해 침몰사유를 적어뢰의 피격으로 판단된다고 함대에 보고했다고 전했다. 김정원 하사도 “북한 어뢰로 사료됨, 북한 어뢰에 맞아 피격중 침몰중이라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PD수첩 제작진은 북한 어뢰 공격이라고 보고 그렇다면 북한이 왜 공격했는지를 추적했다. 천안함 사건 4개월전인 2009년 11월 ‘대청해전’이 서해상에서 벌어져 북한 경비정이 우리 군에 의해 큰 피해를 입었다. 북한이 공개적으로 보복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원일 전 함장은 “잘 알려지지 않은 해전이 대청해전인데 대청해전의 결과가 천안함 피격사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전 함장은 이를 뒷받침하는 문건을 공개했다.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일행 부대방문 행사 결과’라는 제목으로 2010년 10월 작성된 문건이다. 제작진은 “우리 군의 대응이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문건”이라고 소개했다.

▲MBC PD수첩팀이 15일밤 방송한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에서 공개한 문건. 사진=MBC PD수첩 영상 갈무리
▲MBC PD수첩팀이 15일밤 방송한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에서 공개한 문건. 사진=MBC PD수첩 영상 갈무리

 

문건을 보면, 천안함 사고뒤 열린 국가안보총괄회의에서 김종태 기무사령관은 “천안함 사건 발생 며칠전 사건 징후를 인지하여 국방부 합참에 보고했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사전 징후가 뭐냐고 문의하자 김 사령관은 “북한의 수중침투 관련 징후였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온다. 김 사령관은 “침투징후를 예하부대에 전파도 하지 않았고,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음” “합참의장에게 조치를 취해주도록 여러번 요구했으나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음” “예하부대인 함대는 상급부대로부터 사전 징후가 전파되지 않아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었음” 등을 언급했다. 국방부와 합참이 기강해이로 북한의 수중 침투 징후를 묵살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두고 최원일 전 함장은 “어렵게 이 문서를 파기 직전에 구했다”며 “이게 결정적인 ‘정보의 실패’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건 발생 직전 북한 수중침투 징후 첩보 묵살

김종태 전 사령관 주장의 요지는 어뢰 함정이 들어올 때까지 이상징후가 있었는데도 국방부 장관 등이 묵살했다는 내용이다. 제작진은 김태영 장관에게 왜 예하부대에 이 같은 징후를 전파하지 않았느냐고 묻기 위해 사무실에 찾아갔으나 와병중이라 만날 수 없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앞서 지난 2010년 10월22일 국감 때 자신의 불찰이라고 시인했다.

또 최 전 함장이 천안함 침몰 직후 대응공격을 해달라고 여러차례 요청했으나 보복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최 전 함장은 우리 군이 확실한 적의 도발이라고 판단하지 않은 탓이라며 그렇다 해도 수중무기 투하 등 최소한 상응한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제작진은 더 큰 문제는 북한의 어뢰공격 가능성 보고가 누락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MBC PD수첩팀이 15일밤 방송한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에서 제시한 어뢰 보고 누락 과정. 사진=MBC PD수첩 영상 갈무리
▲MBC PD수첩팀이 15일밤 방송한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에서 제시한 어뢰 보고 누락 과정. 사진=MBC PD수첩 영상 갈무리

 

당시 천안함에서는 상급부대인 해군2함대 해작사에 어뢰공격이라고 보고했으나 해작사는 어뢰공격 보고를 상부로 전파하지 않았다. 당시 김동식 2함대사령관이 이를 상부에 누락했다. 김 중장은 정직3개월의 징계를 받아 불복소송 끝에 패소했다. 당시 해작사는 합참에 21시43분 천안함 선체파손으로 침수중이라고 보고했다.

이밖에 속초함이 북상하는 물체를 발견하고 추격하면서 76mm 함포 135발을 발사한 것과 관련해 제작진은 속초함이 자체적으로 반잠수정이라고 판단했음에도 2함대 사령부에 새떼로도 보고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속초함에 근무한 간부가 “북상하는 해상표적이 41노트(약 시속 76km)로 갈 수 있는 것은 반잠수함 밖에 없다고 속초함장에 보고했다”면서도 “잠수정이라는 문자를 본 2함대 사령부 22전대장이 전화해 ‘새떼가 아니냐’고 속초함장에게 물어봤을 때 함장은 머릿속에 여러가지가 많이 스쳐갔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함장이 ‘내가 판단하기엔 지금 천안함이 반으로 쪼개져서 지금 이러고 있는 시점에 왜 새떼를 갖고 (문제삼느냐) 빨리 끝내라 현장 종결해라’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어뢰보고, 속초함 반잠수정 판단 보고 묵살

다시 말해 이원보 대령(당시 22전대장)이 반잠수정 추정물체를 새떼로 보고하도록 종용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제작진은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사격표적과 새떼를 혼동하는 일이 없다는 군 출신 인사 인터뷰도 내보냈다. 해군은 북상하는 표적에 관한 영상을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제작진은 전했다.

제작진은 이런 논란 이후 2010년 5월15일 어뢰추진체를 인양한 상황도 설명했다. 김남식 당시 대평12호 선장은 “선원이 ‘어뢰다’라고 해서 내려가 보니 이게 어뢰구나, 프로펠러가 샤우드 하나에 두 개가 끼워진 것은 본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5월20일 합동조사단이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할 때 전혀 엉뚱한 천안함 어뢰설계도를 가져와 해당 어뢰추진체의 설계도라고 주장했다가 들통이 나 망신을 당했다고도 제작진은 설명했다.

무리하게 선거에 이용하려 한 탓이며, 이후 조사결과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게 제작진의 평가다.

한편, 제작진은 북한어뢰 공격이라는 민군합동조사단의 발표에 대한 대표적인 의혹 가설로 좌초설과 이스라엘 잠수함 충돌설도 소개했다. 좌초설의 경우 함미 침몰 지점의 수심이 47m 이며 그곳은 암초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원일 전 함장은 “좌초설의 경우 군이 논란을 일으킨 것은 비밀이라는 이유로 항적을 공개안한 것”이라며 “공개만 하면 지금 이런 논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잠수함 충돌설과 관련해 제작진이 직접 이스라엘 대사관에 문의한 결과를 공개했다. ‘2010년 3월 이스라엘 잠수함이 동아시아 해역 또는 서해 해역에 접근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스라엘 방위군 IDF 대변인은 서면답변서에서 “이스라엘 군함과 해당 사건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도 없다”면서도 “이스라엘 해군 작전활동 중의 군함 위치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천안함과 전혀 무관, 자세한 설명은 못해”

제작진은 의혹제기의 한편으로, 천안함 생존자를 아프게 한 조치를 두고 군이 전투준비 태만을 이유로 최원일 함장을 입건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경계실패의 책임을 함장에게 물었다는 점이다. 최 전 함장은 “저는 무한책임이 있기 때문에 전사한 전우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데, 이런 혐의를 받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MBC PD수첩팀이 15일밤 방송한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에서 이스라엘 군으로부터 받은 천안함 사건 답변서를 공개했다. 사진=MBC PD수첩 영상 갈무리
▲MBC PD수첩팀이 15일밤 방송한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에서 이스라엘 군으로부터 받은 천안함 사건 답변서를 공개했다. 사진=MBC PD수첩 영상 갈무리

 

제작진은 한쪽에서는 음모설을 터뜨리고 한쪽은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했다. 진행자인 서정문 PD는 “보수는 이용하고 진보는 외면한다”며 “정치권이 천안함의 진실을 밝히지 못한채 오히려 가장 큰 걸림돌이 돼 왔다”고 평가했다. 전종환 MC는 “진실을 알고싶다는 바람은 당연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온갖 억측과 음모론 속에서 가장 고통받고 있는 것은 아마도 천안함 생존자와 유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 PD는 “천안함 생존자들은 묻고 있다, 당시 군 지휘부는 왜 현장의 보고들을 묵살했을까. 천안함 사건 책임은 왜 현장의 군인들에게만 지워졌는가. 이 사건은 왜 일어났으며, 재발을 막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며 “여전히 천안함 의혹은 온전히 풀리지 않았다. 증언을 중심으로 진실규명에 한발 더 나아가고자 했다. 저희는 앞으로도 이 문제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작진은 북한 어뢰 공격으로 천안함이 폭침됐다는 직접적인 입증을 하는 내용을 방송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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