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의 TV 4737만원 (2위·시사), 유재일 4492만원 (3위·정치), 가로세로연구소 3253만원 (6위·시사), 냉철TV 3050만원 (7위·전업투자), 오뽀가디언-비트코인TV 2985만원 (9위·코인), 너알아TV 2842만원 (10위·시사), 시사타파TV 2658만원 (12위·시사), 교수점쟁이-코인의집 2648만원 (13위·코인), 도리도리 비트코인 2357만원 (15위·코인), 슈퍼개미 김정환 2021만원 (17위·주식), 슈콘 1803만원 (20위·코인).

플레이보드가 제공하는 지난 5월 한 달 유튜브 슈퍼챗 순위 중, 정치시사 채널과 경제투자 채널을 추린 것이다. 슈퍼챗이란 유튜브 시청자가 유튜버에게 1000원부터 50만 원까지 돈을 보내는 행위다. 20위 가운데 11개 채널이 시사를 다루거나 투자 정보를 주는 채널들이다. 한 달 동안 광고나 협찬 제외 시청자들이 보낸 슈퍼챗으로만 천만원 이상을 번다.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콘텐츠에 돈을 안 쓴다’고 말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시사나 경제-투자를 다루지 않는 채널들은 유흥(김해꼬마tv, 따이TV, 태국푸차이), 라이브콘서트 등 음악(수와진TV, 질래’s 펌핑tv), 게임(강민TV, 자빱TV, 스트리머 사또), 동물(팔천사와강아지세상)을 주제로 삼았다. 슈퍼챗 상위 순위 채널들이 다루는 주제 가운데 언론사가 상시 다룰 수 있는 주제는 역시 경제 분야나 정치시사분야다.

▲유튜브 이미지.
▲유튜브 이미지.
▲플레이보드가 제공하는 한국 유튜브 슈퍼챗 순위. (5월 기준) 사진출처=플레이보드.
▲플레이보드가 제공하는 한국 유튜브 슈퍼챗 순위. (5월 기준) 사진출처=플레이보드.

전업 투자 유튜버에게 슈퍼챗을 준 적이 있고, 특정 유튜버의 멤버십(월 3만원)을 사용하는 한 30대 남성은 “주식 투자 유튜브를 자주 본다. 해당 주식 유튜버가 알려준 정보로 인해 수익을 창출한 날은 슈퍼챗을 사용해 고마움을 표시한다”며 “예를 들어 해당 유튜버가 준 정보 때문에 10만원을 벌었다면, 1~2만원을 사용하는 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실용적 정보를 받기 때문에 유튜버의 특별 멤버십도 계속 사용할 예정”이라며 “3만원을 내면 독점적 정보를 먼저 받아볼 수 있고 유튜버의 인사이트를 정리한 보고서 등을 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에게 ‘구독료’란 지지의 표현이라기보다 실용적 정보를 통한 이익에 대한 배분이다.

한정훈 JTBC 미디어전문기자는 1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유튜브 속 인플루언서들에게 사람들이 돈을 많이 쓰는 것과 달리 유료 뉴스에는 돈을 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현재 유료화된 뉴스들 가운데 볼만한 가치가 있는 뉴스들이 적다. 기자들도 어떤 걸 유료로 서비스해야 할지 모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기자는 “돈을 내고 뉴스를 본다는 것은 목적이 매우 뚜렷한 소비인데 자신이 얻는 정보의 가치에 효용을 즉각적으로 느껴야 한다”며 “경제 뉴스라든가, 뉴욕타임스 사례처럼 뉴스와 함께 게임, 레시피(쿠킹)와 같이 실용적 콘텐츠로 구독자를 늘린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2021년 전체 구독자 780만 명 중 뉴스 구독자는 525만 명이며, 173만 명 정도가 게임이나 쿠킹 등 뉴스가 아닌 콘텐츠를 즐기는 구독자들이다.

한정훈 기자는 “미국 미디어 그룹 가넷(Garnett)의 대표 신문인 USA투데이도 온라인 유료 뉴스 시장에 뛰어들었다”며 “USA투데이의 경우 전국 종합지인 셈인데 지난 4월 초부터 신문 유료화에 시동을 걸었고 경제 뉴스에 방점을 찍었다”고 말했다.

'돈 버는 정보' 주는 매체들의 약진 

독자들이 경제 관련 실용적 정보를 원하는 경향은 경제지의 약진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경제매체인 한국경제와 매일경제가 지난해부터 종이 매체 구독자 수가 늘고 있다. 매일경제는 전년 동기간 대비 올해 구독 신청이 2.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021년 1월부터 4월까지 신청 건수가 2019년 전체 건수를 뛰어넘었다. 2020년 하반기부터 구독자 수가 크게 늘었다”며 “최근 경제가 롤러코스터를 타듯 큰 변화를 겪으면서 경제 기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예상한다”고 전했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한국경제는 부동산 투자나 한국 주식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해외 주식’ 정보를 다루는 코너를 만들었다. 또한 ‘집코노미’, ‘주코노미’ 등 유튜브 채널도 활성화하는 등 실용적 정보를 주는 채널을 넓혀가고 있다”며 “경제 기사는 특히 맥락이나 역사 등을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텍스트보다 유튜브로 차근차근 설명할 수 있으니 사랑을 받고 있다. 투자와 관련해 유튜브에서 가짜뉴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 기존 경제 매체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조선일보는 지난 5월 경제 전문 콘텐츠를 다루는 새 채널 ‘조선일보 머니’를 시작했다. 5월22일 사보엔 이를 두고 “디지털 동영상 콘텐츠 강화에 박차를 가한 것”이라 설명했다. 한국은행 출신 방현철 기자가 비트코인이나 테슬라 주식, 중국 가상화폐 금지 이슈 등 경제 현안을 다룬다.

한겨레는 전면적으로는 ‘후원’ 제도를 도입했다.  한겨레 자회사가 만든 블록체인 전문지 코인데스크코리아는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입점했다. 후원이 아닌 구독에 맞는 콘텐츠는 경제 콘텐츠처럼 실용적인 콘텐츠라고 판단한 셈이다.

류이근 한겨레 미디어전략실장은 1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후원과는 다르게 유료화 콘텐츠가 작동하려면 당연히 실용적인 부분이 압도적”이라며 “구독료를 내는 독자들은 코인데스크코리아라는 매체를 지지해서라기보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움직임과 실용적 정보에 대한 욕구가 반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독과 후원 개념 달라, 실용적 정보에 '구독'한다면 저널리즘 가치에 대한 동의는 '후원'

정치 시사 분야의 경우 어떨까. 유튜버들은 일관된 정치적 관점을 제공하면서 구독자들을 늘려갈 수 있다. 물론 자극적이거나 편향적인 관점 때문에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해당 채널을 구독하면서 자기 생각과 비슷하거나 자기 생각에 근거를 업데이트해주는 정보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종합일간지 등 기존 미디어가 기사를 다룰 경우, 유튜버들보다 덜 자극적이기도 하지만 여러 부서와 여러 기자가 동시에 기사를 내기 때문에 정치 성향이 다르거나 매체의 주된 구독자들의 정치 성향과 다른 기사들이 나오기도 한다.

매체를 구독하는 주요 독자들의 성향과 다른 기사가 나올 경우, ‘절독’ 압박이 들어오기도 한다. 1인 미디어나 유튜버와 달리 여러 부서와 여러 기자가 있는 ‘종합 일간지’라면 필연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다.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모바일 메인화면.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모바일 메인화면.

류이근 한겨레 미디어전략실장은 “독자들이 자신의 정치 성향 혹은 가치와 지향, 관점에 따라 구독한 신문이 충분한 효능감을 주지 못했을 때 절독을 이야기하는 가능성도 있다”며 “1인 유튜버나 한쪽에 경도된 선정적인 입장을 가진 채널들은 그 입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통해 돈을 번다. 그러나 언론은 그렇게 한 관점을 대변해줄 수도 없고 극단적 견해를 가질 수 없다. 언론에게 (유튜버와 같은) 그러한 모델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류 실장은 유튜브와 같이 슈퍼챗으로 돈을 버는 행위나 ‘구독’ 행위로 돈을 버는 것과는 다른 ‘후원’ 제도를 강조했다. 구독과 후원은 다르다는 것이다. 류 실장은 “후원 독자의 경우 한 이슈에 관한 판단을 넘어 저널리즘 본질적 가치에 대해 동의한다. 어떤 특정한 정치적 인물, 사건 이슈에 대해선 해당 신문이 자신의 관점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언론 본연의 기능을 한다면 후원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결국 후원은 저널리즘 가치에 대한 지지를 말한다”고 전했다.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뉴스타파의 경우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해 어떤 콘텐츠를 개발하자'는 고민은 하지 않는다. 뉴스타파의 존재 이유가 다른 매체들이 하지 않고 못하는 탐사보도를 하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계속 탐사보도를 하면 구독도 늘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죄수와 검사' 책 관련 기획이나 영화 '족벌'이후 후원 회원들이 늘어났다. 실제로 유튜브 구독자수나 후원 회원들이 어떤 보도를 내놓으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반복적으로 늘어나는 경험을 했고 현재도 견고하게 후원회원들이 유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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