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체제가 출현하면서 거대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은 뭐하느냐, 민주당 내엔 이런 돌풍과 혁신이 왜 안되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7 재보선 패배후 출범한 송영길 대표는 1963년생, 58세로 이준석 대표(36)에 비해 22세나 많다. 졸지에 조카뻘 청년 정치인인 당 대표와 마주하게 됐다. 나이만 젊은 것으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당내 변화를 이끌지 지켜봐야 하지만 민주당 역시 이 자체가 갖는 변화의 무게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초선의원도 81명이나 되고, 30대 정치인만 해도 오영환(33)·이소영(36)·장경태(37)·장철민(38)·전용기(30) 등 ‘청준민주’ 그룹 의원과 김남국(38) 의원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당내에 주요 현안을 주도하고, 목소리를 내거나 소장파로서 지도부에 쓴소리를 하는 등 젊은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충실하느냐는 데엔 여전히 물음표가 있다.

조선일보는 14일자 3면 기사 ‘청년의원 배출했지만 강성 親文에 주눅… 與의 고민’에서 “2030세대가 관심을 갖는 이슈에 대한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민주당 주류 세력이 젊은 정치인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자성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민주당이 지난 4·7 재보선에서 참패하고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조국 사태’에 대한 반성 메시지를 냈다가 강성 당원들로부터 ‘초선 5적’이라고 공격당한 게 대표적으로 꼽힌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신현영 의원은 1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민주당에서도 실력있는 청년정치인이 꽤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들이 정책적 역량을 더 잘 펼 수 있는 내부에서의 여러 시스템 개선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청년에 관련된 목소리를 더 잘 들어야 한다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등장에 긍정적”이라며 “청년정책에 대해 유익하고 성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원내대변인)이 지난 11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청년 보건/복지 종사자들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현영 페이스북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원내대변인)이 지난 11일 대전 카이스트에서 열린 청년 보건/복지 종사자들과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현영 페이스북

 

젊은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였느냐는 질의에 신 의원은 “그들이 역량을 채울 수 있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더 기회를 주고, 더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그들의 목소리를 더 잘 들어줄 수 있고, 이런 것들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장철민 의원도 “쓴소리가 정당의 혁신인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지만, 기존 당이 규모와 관계없이 여러 다양한 목소리 내고 담아내는 과정이 충분히 거쳤느냐, 에너지 많았느냐면 반성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진단했다. 장 의원은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응원하는 과정 필요한데,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당 자체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혁신의 정도도 미흡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청년 정치인들이 강성친문(문파)에 주눅들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평가를 두고 신현영 의원은 “그래서 더 국민의힘 당이 쇄신한게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보선이 패배 이후 쇄신과 변화를 위해 목소리를 냈을 때 그 목소리를 누구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신 의원은 “정치의 새 바람에 대한 긍정적인 기운들이 민주당에도 오고 있다고 본다”며 “소신껏 목소리를 내는 소장파의 역할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그런 분위기가 있었느냐는 질의에 신 의원은 “저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껏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런 분위기를 인정하느냐 여부에 큰 의미는 없다”고 답했다.

장철민 의원은 “그런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의미 있는 얘기를 지속적으로 해야겠다고 판단하면 무슨 욕을 먹어도 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조국 사태 관련 성명을 두고 “문자에 주눅들 것 같으면 정치하면 안 된다”며 “오히려 (다시 성명을 낸 이후) 외부에서 평가를 하는 것 때문에 오히려 얘기하고 싶어도 못하는 면이 있다. 강성 지지층 저항으로 또는 ‘주눅들어서’라는 프레임이 붙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2030 의원(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들이 지난 4월9일 재보선 패배이후 반성과 비판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초선 2030 의원(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전용기)들이 지난 4월9일 재보선 패배이후 반성과 비판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소영 의원은 “당내에 그런 구조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소장파가 소신이 있으면 얘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당심에서는 나경원 후보에 밀렸고, 당내 견제를 뚫고 이뤄냈다는 점에서 민주당 내 청년정치인들이 더 소신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더불어민주의 혁신은 제대로 하고 있나

한편, 민주당은 젊은 정치인의 등장과 출현을 떠나 당내 혁신이라도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의문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 4·7 재보선 패배 이후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재보선 이후 정치지형 변화 분석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조사결과 보고서는 더불어민주당에는 2020년 총선 당시 ‘촛불’, ‘등대’와 같은 긍정적 이미지에서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는 ‘위선적’, ‘내로남불’, ‘무능력’과 같은부정적 이미지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독단적이며, 말만 잘하고 겉과 속이 다른, 성과 없는 무능한 40~50대 남성”이라고 표현했고, 신뢰에 대해서는 “촛불시위할 때 ‘이 사람들이 뭔가 잘못된 것을 바꾸겠구나’ 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지우개나 이런 걸로 땜빵하는 정도”라며 배신감을 낳았다고 전했다. 말과 행동이 맞지 않으며, 성추행과 LH사건에서 감춰진 도덕성이 노출됐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 같은 평가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보고서는 “우리 살을 베어내는 혁신적인 모습이 필요하며, 네거티브로는 이길 수 없고 우리가 먼저 변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국민 깊숙이 들어가 경청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이 필요하고, 잘못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반성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선 패배후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정치지형 변화 분석을 위한 여론조사결과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사진=더불어민주당 보고서 갈무리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선 패배후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정치지형 변화 분석을 위한 여론조사결과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사진=더불어민주당 보고서 갈무리

 

이 같은 진단과 처방 대로 민주당이 혁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물음표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정책을 개선하기 위해 세제완화 카드를 추진하는가 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문제가 나왔을 때도 국정농단 경제사범과 유전무죄 사면 불가와 같이 원칙있는 대응을 못한채 눈치보며 오락가락 행보를 했다. 뭘 반성하고, 뭘 지켜야 하는지 불분명하다는 평가도 있다.

장철민 의원은 “하루 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라면 벌써 바뀌었을 것이겠으나, 혁신방안도 설득력을 갖춰가면서 확대돼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민주적 절차와 과정, 소통체계를 가 어떤 식으로 가져갈지, 아직 뚜렷한 아이디어가 나오지는 않은 상태”라고 답했다. 장 의원은 “즉흥적이고 인위적으로 뭔가 혁신이 이뤄진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물론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꾸준한) 노력의 결과물로 나와야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소영 의원은 “(혁신이 미흡하다는) 그런 평가를 할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부동산 전수조사를 통해 정치사에서 찾아보기 드문, 탈당 권고 조치도 하는등 그런 (내로남불, 위선) 이미지 개선을 하고자 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내부 혁신이) 미흡하고 부족한 면도 있다고 본다”며 “더 과감하고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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