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얀센 백신을 예비역 대상으로 접종하자 여초 커뮤니티에서 ‘남녀차별’이라는 반발이 있다는 내용을 전한 기사가 주목 받았다. 뉴시스는 특정 여성 커뮤니티 글을 전하며 이 같은 반응이 ‘많았다’고 단정적으로 썼다. 시민 참여 팩트체크 서비스 팩트체크넷에 관련 기사에 대한 검증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와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포털에서 주목 받은 뉴시스·중앙 ‘남녀차별’ 기사

“‘얀센 女 먼저 맞으면 나라 뒤집히나’ 여초서 남녀차별 논란”(중앙일보)
“‘건장한 남자들이 왜 먼저냐’....일각서 얀센 접종 ‘남녀차별’ 불만”(뉴시스)

▲ 뉴시스 기사 갈무리
▲ 뉴시스 기사 갈무리

6월 1일 오후 두 언론사의 기사가 나란히 나왔다. 오후 5시10분에 포털에 송고된 뉴시스 기사에는 네이버 댓글 1545건, 다음 댓글 1008건이 달렸다. 이어 6시44분 포털에 송고된 중앙일보 기사에는 네이버 댓글 4509건, 다음 댓글 2123건이 달렸다. 두 기사 모두 포털에서 큰 주목을 받은 것이다.

뉴시스는 해당 기사를 통해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 중심으로 대상자가 선정되자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한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회사에 제일 건장한 남자들이 백신 먼저 다 맞네. 이게 순서가 맞는 거야?’, ‘얀센 여자가 먼저 맞으면 나라가 뒤집혔겠지’ 등의 불만 섞인 반응의 글들이 많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얀센 여자가 먼저 맞으면 나라가 뒤집혔겠지”라는 글을 기사 첫 구절에 배치해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 여초 커뮤니티 등에선 백신 남녀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예비군과 민방위 대원을 중심으로 접종 대상자를 선정해 차별을 당했다는 주장”이라며 “‘회사에 제일 건장한 남자들이 백신 먼저 다 맞네. 이게 순서가 맞느냐’ ‘이것도 남녀 차별’ 등의 주장이 네티즌 사이에서 이어졌다”고 전했다.

두 언론이 인용한 내용이 일치했는데 정작 출처가 어느 커뮤니티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해당 기사를 쓴 뉴시스, 중앙일보 기자에게 출처에 대해 물었으나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 

▲ 출처=Getty Images Bank
▲ 출처=Getty Images Bank

‘남녀차별’ 문제제기 글 정말 많았을까?

주요 여초 커뮤니티를 확인한 결과 두 기사에 언급된 글은 모두 A커뮤니티(카페)에 있었다. 뉴시스 기사 내용처럼 실제 이 같은 주장이 많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이 커뮤니티에서 얀센 백신 국내 도입이 확정된 5월30일부터 해당 기사가 작성된 시점인 6월1일 오후 5시까지 얀센 백신에 대한 게시글을 집계했다. 

이 시기 A커뮤니티의 얀센 백신 관련 게시글은 68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남녀차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글은 3건이었다. 게시글의 유형별로 보면 예약 및 접종 관련 내용(29건)과 효과 및 이상반응 관련 내용(17건)이 많았다. 이외에는 △ 기타 14건 △ 얀센 백신 국내 도입 관련 3건 △ 차별 주장 3건 △ 얀센에 대한 설명 2건 등이다. ‘많았다’는 표현이 모호한 면이 있지만 3건을 두고 많았다고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수 게시글을 보면 ”얀센은 한번만 맞아도 되네 신기방기루” “첨에 얀센은 또 뭐여 이러다가 타이레놀 회사라고 해서 신뢰도 급상승” 등 얀센 백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얀센 티켓팅 빡세네 남친 겨우 예약했다” 등 남자친구 또는 남편이 백신을 접종하게 됐다는 글, 그리고 “군가족 맘시들 얀센 접종 할거야?” 등 여성 가운데 접종 대상자들이 쓴 글이 있었다.

차별을 주장하는 3건의 글이 이 커뮤니티를 대표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은 것도 아니다. ‘얀센 ㅋㅋ 2,30대 여성 우선접종이였음 한남들 난리났겠지’ 글은 조회수 780회에 댓글이 5개가 붙었다. ‘여자가 먼저 맞으면 나라가 뒤집혔겠지’ 글은 조회수 828회에 댓글은 3개였다. ‘순서가 맞는 거야’는 글은 조회수 1201회에 댓글 2개 였다. 해당 커뮤니티는 회원이 80만 명이 넘는 규모로 이들 글이 언론이 주목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더구나 3개 글 가운데 2개 글에선 ‘미국이 제시한 조건에 맞춘 것’이라는 취지의 댓글이 있었다. 

▲ 언론이 부각해 인용 보도한 여성 커뮤니티의 남녀차별 주장 게시글. 게시글에 동조하지 않고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 언론이 부각해 인용 보도한 여성 커뮤니티의 남녀차별 주장 게시글. 게시글에 동조하지 않고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을 통해 차별을 주장하거나, 왜 예비역 대상으로 접종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남자 우선 신청 아냐~ 군인 가족도 신청받아~ 나도 신청했어”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약속한 백신지원으로 들어오는 건데 애초에 조건이 군인들 대상 접종이었어ㅠ 그런데 이미 우리나라는 현역들 다 AZ 맞춰 놔서 예비군으로 확대시킨 거임” “군인들 주라는 게 조건이었어” 등 상황을 설명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이 같은 글에 “그렇구나 알려줘서 고마워”처럼 답글을 단 경우도 있다.

어느 글 전하냐에 따라 180도 달라질 수 있어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에 해당 글이 올라온 건 맞지만, ‘많다’고 보기 힘들고 주목도가 높은 글도 아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특성상 다양한 글이 올라오기에 언론이 어떤 글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기사를 쓸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 익명으로 편하게 글을 쓰는 공간의 글 하나 하나를 부각해 기사화를 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논평을 통해 ”대표적인 여초 커뮤니티로 꼽히는 ‘여성시대’는 회원 수만 약 80만 명, ‘쭉빵카페’는 약 160만 명이다. 이 중 누군가 관련된 이야기를 했고, 기자가 이를 포착하여 보도했다면 기자는 ‘결백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자가 먼저 맞으면 나라가 뒤집어졌겠지’와 같은 자극적인 말을 인용해 보도하는 것은 결론적으로 젠더 갈등을 키우는 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은 온라인상에서 일어나는 논쟁을 기사화할 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해당 기사를 작성한 뉴시스 기자에게 “모니터를 해보니 얀센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많고, 차별 주장은 큰 주목을 받지 않았는데, 이런 점이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이유”를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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