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야권 대선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공식 선임한 첫 번째 인사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이 전 위원은 다음주부터 공식 대변인으로 활동한다. 윤 전 총장이 본격적으로 인재 영입에 나선 것이다. 

이동훈 전 위원은 11일 뉴시스에 “윤 전 총장이 ‘대변인이 기자와 후보 사이 중간 연결 다리이니 그런 역할을 충실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이 자신에게 자리를 제안한 시점은 “지난달 이전”이라고 했다. 

잠행을 거듭했던 윤 전 총장은 주로 법조 기자들을 통해 메시지를 내놨다. 검찰총장 사퇴 직전인 지난 3월2일자 이경원 국민일보 사회부 법조팀장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중앙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법조 기자들을 통해 자기 입장을 밝혔다.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대변인에 선임했다.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이동훈의 촉 갈무리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대변인에 선임했다.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이동훈의 촉 갈무리

그랬던 윤 전 총장이 ‘대변인’에는 정치부 기자를 앉혔다. 정치부 기자 강점인 인맥과 정무감각 등 요인도 고려한 인사인 듯하다. 대변인에 낙점된 이 전 위원은 1970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중·고교(대건중-대구고)도 대구에서 다녔다. 89학번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이 전 위원은 1996년 1월 한국일보에 입사해 17년간 사회부와 정치부 기자로 일했다. 보수 정당을 오래 취재했다. 그는 2013년 당시 한국일보 사주 장재구 회장 퇴진을 요구했던 기자들과 사측이 격렬하게 대립했던 ‘한국일보 사태’ 이후 조선일보로 이직했다. 조선일보에 입사해서도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다. 한국일보에서는 의견을 강하게 드러내는 기사보다 스트레이트 정치 기사를 주로 썼다. 반면 조선일보에선 논설위원 등을 맡으며 강한 보수 색채를 드러냈다. 

이 전 위원은 조선일보 입사 직후인 2013년 10월 조선일보 사보에 “짧지 않게 여권을, 길지 않게 야권을 담당했다. 회사를 옮기기 직전 출입처는 청와대였다”며 “비교적 호흡이 긴 기사 쓰기를 좋아했고, ‘사람 속에 기사 있다’는 생각에 사람들 만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저에게 조선일보는 매일 아침 두려움과 함께 열어보던 신문이었고, 넘고 싶었던 거대한 산이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났던 조선일보 동기, 선후배들의 열정과 실력 앞에 주눅 든 경험이 적지 않았음을 이 자리에서 고백한다”면서 “‘그랬던 조선일보’ 편집국 문을 열고 들어서던 날이 생각난다. 팽팽한 긴장감과 오롯한 자부심이 한데 버무려져 편집국 곳곳에서 무섭게 뿜어 나오고 있었다”고 전한 뒤 “그날 받아든 조선일보 사원증은 무거웠다. 쟁쟁한 선후배들이 즐비한 최고신문의 진용에 이름을 걸쳤다는 점에선 무한한 자부심의 표식이었지만 책임감의 무게 역시 적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게 “당당한 조선일보의 식구가 되겠다”던 그가 곧바로 정치권에 새 둥지를 틀었다는 점에서 조선일보에 부담을 주고 떠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선일보는 불과 3개월 전인 지난 3월8일자 1면에 유튜브·팟캐스트 개편 소식을 알리며 “평일 오후 6시에는 이동훈 논설위원이 ‘이동훈의 촉’을 선보인다. 이 위원은 20여 년의 정치부 기자, 정치 담당 논설위원 경력을 살려 ‘판세를 읽는 눈’을 시청자 여러분과 나눌 것”이라고 홍보했다. 주력 유튜브 콘텐츠인 ‘이동훈의 촉’ 주인공이 돌연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이 콘텐츠 마지막 영상은 지난 2일 게시됐다.

이 전 위원은 미디어오늘에 “언론인으로서 사실에 근거해 내 나름의 논리를 갖고 정치 현안을 논평해왔다.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서도 견제와 비판 입장을 견지해왔다”며 “이와 같은 언론 활동이 대변인의 결격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직 언론인이 정치권으로 직행했다는 지적에는 “(대변인 역할은) 내가 해왔던 활동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활동하면서 보여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 2013년 10월18일자 조선일보 사보.
▲ 2013년 10월18일자 조선일보 사보.

정치부 기자 생활을 오래한 만큼 정치권에서도 평가가 나왔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동훈 논설위원은) 기자 시절부터 개인적으로 잘 알고 있다. 저는 상급으로 아주 높이 평가하는 기자”라며 “(윤석열 전 총장이) 그런 분을 픽업하는 걸 보면, 좋은 사람을 잘 선택한 것이다. 현재 선택은 아주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11일 선출된 가운데, 윤석열 전 총장의 국민의힘 합류 여부 등이 관심을 모은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이동훈 전 위원의 과거 논평은 다소 오락가락했다. 이동훈 전 위원은 지난 2일 이동훈의 촉에서 ‘이준석 현상’에 대해 “이준석이 과연 성공할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동력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같은 방송에선 “이번 (국민의힘) 당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연대를 이끌어내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합당도 매듭지어야 한다”며 “이준석이 혁신과 개혁의 아이콘이지만 낮고 겸손하게 대선주자를 모실 수 있을지 회의감이 있다”고 우려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평가도 일관되지는 않는다. 이 전 위원은 최근 논평에서는 윤 전 총장을 적극 띄웠다. 이를 테면, 지난 3월 이동훈의 촉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온갖 좋은 말, 옳은 말, 선한 말을 다 했는데 모두 쇼였다. 거짓이었다. 사기 공정, 가짜 정의”라고 비판한 뒤 “시청자 여러분은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공정, 윤석열 총장이 말한 공정, 어느 쪽에 더 공감이 가시나. 어느 쪽이 거짓이고 어느 쪽이 진실이라고 보시나”라고 밝혔다. 

▲ 지난해 11월12일자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 칼럼.
▲ 지난해 11월12일자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 칼럼.

반면 지난해 11월 ‘윤석열 현상’이라는 조선일보 칼럼에선 “스스로 발광 못하는 정치인은 오래가지 못한다. 윤 총장이 정치권 가시밭길을 걸을 각오가 돼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윤 총장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사람이다. 야권에도 원한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는 현직 검찰총장이다. 현직 총장이 대선 주자 1위가 돼 있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보다 앞서 2019년 7월 칼럼에선 “윤석열의 검찰은 야당을 압박해 들어가고, 남북 관계도 선거에 이용할 것”이라는 이유로 2020년 총선에서의 야권 패배를 예상했다. ‘윤석열의 검찰’에 정치적 중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논조다. 문재인 정부가 막 출범한 2017년 8월 칼럼에선 “국정원과 검찰 중심의 ‘과거 뒤지기’가 또 시작됐다”면서 보수진영에 대한 적폐 수사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해 10월에도 “문재인 정부 검찰은 우파 NGO들을 제대로 잡도리할 태세”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이 시기 윤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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