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결과 이준석 42%, 나경원 31%, 주호영 14%, 홍문표 5%, 조경태 6%로 집계됐다.”

이 지지율을 인용한 기사들은 전부 ‘오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진행된 11일 당대표 경선 결과를 허위로 기재한 ‘지라시’가 확산되면서 이를 인용한 속보가 쏟아졌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진행된 전당대회는, 당 공식 유튜브 채널인 ‘오른소리’를 비롯해 여러 언론사 채널 등으로 실시간 중계됐다.

그러다 10시30분경 카카오톡 등 메신저에서 “(엠바고) 10시 40분 이후 보도가능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결과※”라는 제목의 메시지가 확산·공유되기 시작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이준석(1위), 나경원(2위), 홍문표(5위), 조경태(4위) 순의 후보별 합산득표율 뿐만 아니라 ‘당원 조사 득표율’ ‘국민여론조사 득표율’ 등도 함께 기재돼있었다. ‘엠바고’ 표기와 보도 가능 시한이 적혀있다는 점 등에서 실제 득표 내용으로 혼동할 수 있는 형식이었다.

▲ 6월11일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득표율 ‘지라시’를 인용한 보도들
▲ 6월11일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득표율 ‘지라시’를 인용한 보도들

당시에는 당사에서 개표가 진행 중이던 시점이었다. 개표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개표 결과와 후보별 순위가 적힌 정보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라시는 틀린 내용이었다. 지라시를 통해 확산된 득표율와 국민의힘 공보국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득표율을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앞이 공식 자료, 뒤가 지라시 득표율이다.

이준석: 공식 43.92%→지라시 42% (선거인단 37.41%→37%, 여론조사 58.76%→55%)
나경원: 37.14%→31% (선거인단 40.93%→33%, 여론조사 28.27%→27%)
주호영: 14.02%→14% (선거인단 16.82%→16%, 여론조사 7.47%→9%)
조경태: 2.81%→6% (선거인단 2.91%→7%, 여론조사 2.57%→3%)
홍문표: 2.22%→5% (선거인단 1.90%→5%, 여론조사 2.94%→3%)

그러나 공식 보도자료가 배포됐을 때 이미 수많은 매체들이 지라시를 인용해 가짜뉴스를 생산한 상태였다. 11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포털 다음·네이버 모두 60여건의 관련 기사가 확인됐다. 한 매체는 “[속보] 국민의힘 당대표에 이준석.... 득표율 42%, 당원 조사 득표율 37% 국민여론조사 득표율 55%”에서 “[속보] 국민의힘 당대표에 이준석.... 득표율 43.82%, 당원 조사 득표율 37.41% 국민여론조사 득표율 58.78%”로 기사 제목과 내용을 수정했다. 그러나 여전히 잘못된 정보가 담긴 기사를 게재해둔 기사도 적지 않다.

진위가 의심스러운 정보는 왜 속보가 됐을까. 복수의 기자들 대답을 정리해보면 △출입기자가 아닌 온라인 전담팀에서 바로 기사화한 경우 △데스크의 판단에 따른 경우 △작성여부를 고민하던 중 일간지 등 공신력 있다고 판단하는 매체가 쓴 뒤 따라 쓴 경우 등으로 나타났다. 

한 정당 출입 기자는 “쓰면 안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조선일보, 동아일보 같은 매체들이 쓰고 나니 우리도 써도 되겠다고 판단을 한 것 같다.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부끄러움을 전했다.

또 다른 기자는 “요즘 메신저 등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데 그 중에 가짜정보가 상당하다. 최근엔 마치 공식 자료인 것처럼 꾸며서 자료를 돌리거나 하는 일이 많은 것 같아 매우 위험한 것 같다”면서도 “더 심각한 건 그 자료를 사실 관계 확인도 없이 사용해 기사를 쓰는 언론들이다. 세월호 때를 잊지 못했나. 주요 언론들까지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기사를 쏟아내는 게 참 부끄럽고 한심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공보국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과는) 전혀 관련 없는 내용”이라면서 “개표현장을 참관한 실무자들은 전부 다 휴대전화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애초 개표 중의 정보가 바깥으로 흘러나갈 수 없는 환경이었다는 설명이다. 지라시가 어떻게 유포되기 시작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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