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다. 조국 전 법무가 회고록을 내며 민주당에 파장을 일으키는 것은 자유다. 문파가 책 보급운동을 펼치는 것도 자유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서둘러 “국민과 청년의 상처를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한 송영길 대표를 겨냥해 ‘깨시민’들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도, “송 대표 말씀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던 조국이 바로 글을 올려 윤석열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양복 안에 백넘버 2번 옷을 입고 있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도 다 자유다.

하지만 명토박아둔다. 내년 봄까지 그와 문파가 지금처럼 행동할 때, 민주당은 정권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문파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대선 후보들 흠집 내기를 이어간다면 정권은 벅벅이 바뀐다.

그럼에도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면 하릴없는 일이다. 다만 도무지 넘길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조국이 검찰개혁과 함께 언론개혁을 재촉한 대목이다. 나는 ‘조국 사태’ 초기에 그의 결단을 기대했다. 고교생이 학술지 제1저자로 오르거나 낙제하고도 장학금을 받은 사실, 표창장과 인턴증명서를 둘러싼 의혹들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후보자가 모든 의혹을 정면 부인하고 문파가 ‘음모’를 내세움으로써 사태는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한국인 모두에게 예민할 수밖에 없는 ‘입시 의혹’이 이미 제기된 상황이기에 다음과 같이 썼다.

▲ 5월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 진열돼있다. ⓒ 연합뉴스
▲ 5월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이 진열돼있다. ⓒ 연합뉴스

“의문이 불거진 상황에서 덮고 갈 수는 없잖은가. 그것에 합리적 의심을 던지는 언론이 ‘기레기’인가. 법무장관 후보자에게 나타난 의혹을 두고 정쟁이 전혀 접점을 찾지 못할 때 진실을 밝히려 나선 검찰이 ‘정치 검찰’인가.”(2019년 9월17일 ‘기득권의 어둠과 촛불’).

그가 의혹 초기에 조용히 물러났다면 본인과 가족은 물론 문재인 정부도 좋았다. 검찰개혁이 소명이기에 그럴 수 없었다는 말은 삼가기 바란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판단은 옳지 않을뿐더러 여러 의혹이 표면화 된 상황에서 검찰개혁은 전략적으로도 다른 이가 맡아야 했다. 주창자와 실행자는 다를 수 있거니와 그 쪽이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보라. 검찰개혁의 현주소는 어떤가. 검찰개혁의 상징이라던 공수처의 첫 수사 대상이 해직교사를 구제한 조희연 서울교육감이다. 추미애 법무시절 ‘윤석열 끝장내기’는 접고라도 한동훈의 연이은 좌천 또한 해괴하다. 앞으로 박범계마저 행여 추미애를 닮는다면, 검찰개혁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언론개혁은 어떤가. ‘조국 사태’와 언론개혁을 연결 짓는 것은 딱 떨어지지 않는다. 만일 언론이 조국 가족의 입시 의혹을 보도하거나 대통령을 비판하기에 ‘기레기’로 몰아친다면 자칫 언론개혁마저 산으로 갈 수 있다. ‘조중동 신방복합체’와 언제나 권력의 풍향을 좇는 공영방송 문제는 한낱 정파 관점으로 풀 일이 아니다. 그런 접근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을뿐더러 역풍만 불러올 뿐이다.

전국언론노조는 지금 70‧80대의 백발성성한 해직 언론인들과 더불어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임기 말에 접어들었고 민생 정책이 절실함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르쇠는 옳지 않다. 언론단체들의 요구처럼 집권당이 공영방송 이사 추천의 기득권을 먼저 내려놓음으로써 야당을 견인하고 신문법의 편집위원회 조항 개정과 지역신문 살리기 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더 나아가 미디어의 미래를 설계하겠다면 아직도 길이 있다. 가령 대통령 직속의 독립기구로 미디어미래위원회 구성에 결단을 내린다면, 위원회를 친문인사가 주도하지 않고 퇴임 뒤에 개혁 청사진을 제출케 한다면, 문파들이 정파적 관점에서 벗어나 언론단체들의 운동에 힘을 더한다면 언론의 미래는 물론 나라의 품격이 달라질 수 있다. 어느 길을 갈 것인가. 그 선택 또한 그렇다.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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