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를 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돌연 일주일만에 다시 기자간담회를 열면서 비보도 비공개를 요구해 논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 오후 국회 등록돼 있는 민주당 인터넷출입기자단 등에 연락해 다음날인 8일 송영길 대표 기자간담회 개최 계획을 알렸다. 배정된 인원이 한정돼 인터넷기자단은 추첨(사다리타기)을 통해 참가인원을 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은 간담회가 비보도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윤영승 더불어민주당 정무부실장은 7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보통 언론인과 잔디밭에서 차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데 그런 시간을 한번도 못 가졌으니 한번 갖자고 해서 마련됐다”며 “원래는 차담 자리인데 코로나 때문에 차를 마실수 없으니 간담회를 하자고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윤 부실장은 1시간 동안 25명의 젊은 기자들(2030기자들)과 만나서 소통하는 자리이며 다음에 또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를 했던 송영길 대표가 일주일 만에 뭔가 기자들에게 알려야 할 내용이 있느냐는 질의에 윤 부실장은 “뭘 알리고자 한다기 보다 젊은 기자를 만나 의견을 듣는 자리로 계획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자들과 소통하겠다며 만남을 통째로 비보도로 하겠다는 데 있다. 윤 부실장은 “기자들의 생각 등을 알 기회가 없으니 서로 편하게 소통하자는 자리”라며 “과거 차담이나 도시락 간담회를 했을 때도 보도를 전제로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편한 자리에서 소통하겠다는 것이 여당 대표와 기자들의 공식 간담회를 비보도로 할 만큼 시급한 이유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의에 윤 부실장은 “그 얘기는 간담회를 하지 말라, 기자들과 소통하지 말라는 말 아니냐”고 했다. ‘비보도로 해야 기자들과 소통이 되느냐’고 되묻자 윤 부실장은 “편하게 소통하는 자리”라며 “그럼 취소하라는거냐”고 했다. ‘공개로, 보도를 전제로 간담회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의에 윤 부실장은 “보도전제로 할 거면 편하게 소통이 되겠느냐”며 “정치인과 당대표가 언론에 설명할 의무가 있으니 백그라운드를 편하게 얘기할 기회를 가져보려고 하는건데 문제를 삼는다면 우리는 소통하지 말라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당의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비보도를 전제로 대화를 나누면 국민들은 그 대화내용을 알 수 없고, 기자들도 그 순간은 기사를 안쓰려고 취재하는 상황이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윤 부실장은 “그런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순수한 의도에서 소통하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송영길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밤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자들과 현안을 얘기하기 보다 우리 당에 개선할 방법이 뭔지 민주당의 문제가 뭔지 취재 불만이 뭔지 듣고 싶다는 것”이라며 “비보도를 전제로 허심탄회한 얘기하고 싶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송 대표가 청년 기자들에게 어떤 생각과 인식이 있다는 것인지 듣고자 하는 것인데, 비보도 전제가 안되면 말을 가려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당대표와 기자들의 공식적인 간담회를 비보도로 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국회 출입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자 25명을 모아놓고 간담회를 비보도로 할 것이면 뭐하러 기자간담회를 하느냐”며 “민감한 현안도 많은데 고, 비보도로 하자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 기자는 “소통을 중시한다는 당대표가 비보도 간담회 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당 대표와 기자들의 대화를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겠다는 그런 발상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집권 여당이 당 대표와 언론의 소통을 하겠다고 만든 자리부터 비보도로 칸막이를 친다면 제대로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퇴색될 것”이라며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김영호 비서실장은 “문제제기를 충분히 할 수 있으나 이런 시도를 당대표들이 잘 하지 않는다”며 “보도가 전제되면 말을 가려서 하고 방어적으로 하게 돼 허심탄회한 대화의 의미가 퇴색한다. 대표와 기자들 간의 솔직한 의견교환을 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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