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대상이 아니라고 했던 발언을 철회하고 사면 대상이 맞고, 가석방도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꿔 그 배경에 의문이 나온다. 이 부회장을 풀어줘야 반도체 백신 등의 일을 해야 한다는 국민 공감대가 높아진다는 주장도 했다.

이에 투자결정과 사회기여를 하기 위해 풀어줘야 한다는 논리가 타당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이 이재용 사면 여론몰이에 법과 원칙의 기준을 세우지 못한채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꼭 사면으로 한정될 것이 아니고 가석방으로도 풀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 부회장이 구속돼서 활동을 못 하고 있고 이 부회장이 나와야 투자도 되는 것 아니냐는 점”이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이 부회장이 나와서 반도체, 백신 등 재난적 상황에서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해 청와대가 깊게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앞서 송 대표는 지난 2일 민심경청 보고대회 겸 취임 한 달 기자간담회에서 “이재용 사면 문제는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고 실제로 지금 재판 과정이 종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면대상이 될 수 없다”며 “현재 상태로는 법적 요건 충족된 다음에 국민들의 정서와 여론을 청와대가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흘 만에 가석방까지 가능하다고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백브리핑에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재용 가석방 가능성까지 언급했는데,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면 대상이 아니라면서 부정적이고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던 것에서 번복한 이유가 뭔가, 아니면 원래 입장이 뭔가’라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질의에 “지난주 송 대표가 민심경청 보고대회 발언을 한 뒤에 일부 바로잡았다”고 말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는 ‘법적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면 논의가 어렵다’는 취지였는데, 뒤에 ‘이미 유죄판결 받은 것은 이미 결론이 났으니 사면대상이며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고, 다른 재판 부분은 불구속 기소된 사건이니 별도로 사면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정정했다”며 “가석방은 대통령 권한으로서가 아니라 요건 갖춰지면 취할 수 있다는 조치”라고 답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 대표는 이재용이 가석방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냐’는 이어진 기자 질의에 고 수석대변인은 “그런 방법도 있다는 얘기고,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논의는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기술패권, 반도체 전쟁 중에 대규모 투자 등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에 총수의 부재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경제적인, 또는 국익의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여러 우려가 제기된 것이고, 그것에 대한 일정 정도의 공감대가 있다는 차원을 깔고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결정은 결정대로 하더라도 범죄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재벌총수라고) 다하지 못하는 것은 사법정의를 훼손시킨다는 반론은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는 미디어온늘 기자의 반문에 고 수석대변인은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사법정의와 형평성을 언급했고, 기타 국익을 감안하고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특정인 범죄 행위에 대해 국민이 용서해주거나 국민 화합이나 여러 사회적 공감대에 기반해서 만들어준 사면이 아니라 (이재용) 사면 논의는 지금 우리가 처한 세계의 경제전쟁의 필요성 때문에 얘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재용 사면에 대한) 국민공감대라는 게 뭐냐’는 기자 질의에 “(사면의) 공감대가 있느냐 없느냐는 제가 말씀드릴 수 없고, 그런 문제제기가 있고, 대통령도 언급하신 바가 있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높게 나온 것을 근거로 얘기하는 것이냐’는 질의에 그는 “그런 것도 있을 수 있고, 더 이상 그 문제는 노코멘트 하겠다”고 답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후 기자와 만나 ‘송 대표가 당 대표 취임 이후 삼성 쪽 인사들과 접촉한 일이 있느냐’고 묻자 “별도로는 없는 것으로는 안다. 공식적인 것은 기억으로는 없다. 비공식 일정 내가 아는 한은 없다”고 답했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7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백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7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백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국민적 공감대라는 주장에 반대하는 공감대가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고 수석대변인은 “물론이다. 그래서 어렵다고 하는 거다. 그래서 고민이라고 했다. 그런 것들도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일방적인 주장이자, 주관적 표현 아니냐’는 질문에 고 수석 대변인은 “대통령 사면권에 정량지표가 있느냐”며 “모든 범죄자를 형기 완료되지 않고 사면해주는 것은 모두다 반론 제기가 가능하다. 사면이 헌법에 규정돼 있어서 ‘사면은 과연 사법정의에 부합하느냐’는 헌법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대선후보 출마선언을 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업체를 가진 사람만 대상이고, 권한과 기여도가 큰 사람만 풀어주라는 것이냐며 이견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7일 오전 국회앞 장애인 평등소득 실현 기자회견을 한 뒤 미디어오늘 기자와 만나 송 대표의 이재용 가석방 가능성 발언을 두고 “송영길 대표의 의견은 의견대로 존중하지만 당의 공식적인 건의로 하신다면 적절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실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송 대표가 이 부회장 가석방 근거로 반도체 결정을 든 것에 관해 “사업상의 결정을 어떻게 할지를 갖고 풀어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고 법치주의에 원칙에 맞다면 대통령이 판단할 문제”라며 “사업체가 있는 사람만 그러면 사면대상이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권한이 더 세고 기여도가 더 높아서 대상이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가석방 논의도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삼성전자가 총수가 감옥에 있어도 중요한 결정은 다 투자를 하고 있고, 본인의 중요한 상속문제도 다 결정했다”며 “대통령이 법의 원칙과 국가통합에 도움이 되는지를 놓고 판단할 문제이지 기여도나 역할의 문제 때문에 풀어주고 말지는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장애인 평등소득 실현 기자회견을 마친후 참석자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전 국회 본청앞 계단에서 장애인 평등소득 실현 기자회견을 마친후 참석자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박 의원은 지난 3일 국회 기자회견을 한 뒤 백브리핑에서 이재용 사면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한민국의 근간이 뭐냐. 법이다. 사회적 합의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만 법을 안 지키면. 검찰은 수사도 않고 기소도 안하지 않느냐”며 “언론은 재벌총수가 죄 저질러도 미담기사만 내보내니까 언론 개혁하라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박 의원은 “재판 가면 제일 비싼 변호사 쓰고,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니까 사법 개혁하라고 요구하는 거 아니냐”며 “그런데 돈 있고, 힘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이 맨날 사면대상 1순위에 오르느냐. 그게 법치주의이며 대한민국 공정과 정의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의원은 “이재용 수감생활 두 번 진행하는데 그 기간 동안 삼성 주가가 떨어지고, 삼성전자가 필요한 투자를 못했느냐”며 “이러니까 자꾸 국민들이 자녀들에게 법 잘 지켜라, 기본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지 않고, 돈 많이 벌어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박 의원은 “법치주의 원칙 어려운 것 아니다”라며 ”그거만 지키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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