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들 “과천이 나쁜 선례 남겨” 비판

지난해 8·4 부동산대책에서 국토교통부는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아파트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일 당정 협의에서 원래 공급 부지로 정했던 과천청사 대신 다른 지역에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과천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정부는 30·40 젊은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직주근접의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려고 했으나, 지자체와 주민들은 “해당 지역에는 공원 조성 등이 요구된다”며 임대주택 공급으로 인한 집값 하락 우려에 반발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신청하기도 했다.

▲7일자 아침종합일간지 1면.
▲7일자 아침종합일간지 1면.

갈수록 오르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공공주택을 공급하려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 이에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들은 일제히 “과천이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2면 기사에서 “문제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정부의 공급대책이 좌초되는 선례를 남기면서 과천과 유사하게 지자체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다른 도심 내 공급부지에서도 백지화 사례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과천청사를 포함해 노원구 태릉골프장(1만호),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호), 용산구 용산캠프킴(3100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1천호) 등 지난해 8·4 대책 발표 당시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도심 내 공급부지 가운데 지자체 협의를 완료한 뒤 인허가 단계에 들어간 곳은 한 곳도 없다”고 우려했다.

▲7일자 한겨레 3면.
▲7일자 한겨레 3면.
▲7일자 한겨레 사설.
▲7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왜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지 정부·여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신규 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집값 안정이 국가적 과제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면서도 집값 하락 등을 걱정해 자신들이 사는 지역의 주택 공급은 반대하는 것이 ‘님비’다. 하지만 사전에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계획을 발표한 정부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어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땅이어서 밀어붙일 수 있다고 쉽게 판단했던 것 같다. 치밀한 검토 없이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 주택 공급 물량만 그럴듯하게 발표해놓고 뒷감당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한 뒤 “문제는 다른 지역들이다. 과천이 나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제는 이 사안을 내년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엮어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6면에 “내년 6월1일 치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의 주택 공급책이 서울에서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천은 2002년 이후 내리 보수정당 소속 시장을 뽑다가 2018년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시장을 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16년 만에 처음으로 진보정당이 차지한 과천시장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짚었다.

▲7일자 한국경제 6면.
▲7일자 한국경제 6면.
▲7일자 한국경제 사설.
▲7일자 한국경제 사설.

한국경제는 “정부·여당이 지난 4일 과천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급대책을 백지화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임박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주민 간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주민 반발로 중요 정책이 바로 뒤집혔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한 뒤 “궁극적으로 ‘공공 주도 공급’의 취약성·허구성도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부 땅에 정부가 집 짓는 것도 무산됐다. 비어있는 청사 유휴부지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판국에 민간 주택지역의 재개발·재건축을 공공 주도로 하는 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와 한국경제 모두 정부의 이런 태도로는 집값을 안정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정부 대책이 오락가락하면 국민의 믿음을 잃게 되고 집값 안정을 물건너가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했고, 한국경제도 “오락가락할수록 서민 주거복지도, 시장 안정도 더 요원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여성 부사관 사망 사건 대통령 사과에 ‘박원순’ 꺼내든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성추행 피해로 숨진 이아무개 공군 부사관의 추모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이 부사관의 부모에게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서도 “아직도 일부 남아 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게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7일자 한국일보 1면.
▲7일자 한국일보 1면.
▲7일자 한국일보 3면.
▲7일자 한국일보 3면.

조선일보는 2개의 사설로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우선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식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6·25 전범인 ‘북한’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5년 연속이다. ‘6·25’ 언급도 없었다. 국군 통수권자가 ‘북한’과 ‘6·25 남침’을 번번이 빠뜨리는 연설을 한다. 삼일절날 독립 얘기 안 하고, 5·18 기념식에서 5·18을 언급 않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짚었다.

조선일보는 또 “지난 4년간 우리 군이 탈북민은 물론 취객과 치매 노인에게도 뚫리고 북 미사일을 놓치는 등 경계와 감시에 실패했을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급식’과 ‘성추행’에는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군 기강이 총체적으로 붕괴한 현실에 대해 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현충일에 천안함 용사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대통령은 군 성추행을 사과한다. 그 비정상적인 풍경이 참담한 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7일자 조선일보 사설들.
▲7일자 조선일보 사설들.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사설에서 ‘박원순’ ‘김어준’ 이야기를 꺼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어 공군 참모총장을 사실상 경질했다. 그런데 이 내용을 전한 기사에 ‘어떨 때 침묵하고 어떨 때 엄중 수사 지시냐’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박원순·오거돈의 성범죄엔 침묵했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상관이 부하에게 저지른 성범죄란 점에서 박원순·오거돈 사건은 공군 부사관 사건과 다르지 않다. 조직적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고, 2차 가해까지 있었던 점도 같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민주당 시장들의 성범죄에 대해선 수사 지시는 물론이고 입장조차 제대로 내놓은 적이 없다. 피해자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박원순 사망 6개월 뒤에야 무슨 뜻인지도 모를 ‘안타깝다’는 말만 했고, 오거돈 성범죄에 대해선 언급조차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불리한 뉴스만 나오면 ‘언론개혁’ 타령인 정권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국민 눈을 속여온 정치 장사꾼을 ‘언론자유’라며 감싼다. 아무리 내로남불 정권이라지만 이 정도면 병적 수준”이라고 썼다. TBS 교통방송에서 김어준씨를 하차시켜달라는 국민청원에 개입할 수 없다고 한 청와대 답변에 대한 비판이다. 

한국일보 “윤석열, ‘간보기 정치’ 그만하고 검증대 오르길”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 전날인 지난 5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지난 6일 현충일 당일엔 군 폭발사고 피해자와 천안함 생존자를 만나기도 했다.

▲7일자 동아일보 5면.
▲7일자 동아일보 5면.
▲7일자 한겨레 5면.
▲7일자 한겨레 5면.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사실상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그가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안보 일정’으로 대선 행보를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만나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고 말한 사실을 전하면서 “김 전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검찰총장을 그만둔 지 석달이 지나도록 유력 대선주자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지 않은 채 ‘잠행 정치’를 거듭해온 윤 전 총장에 대한 회의론을 드러내면서 ‘킹메이커’로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7일자 한국일보 사설.
▲7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윤석열에게 ‘간보기 정치’를 그만하라고 경고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정치를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가 이어진다. 공식적으로 정계 진출을 밝히지 않고서도 대선 주자 지지율이 늘 수위에 꼽히는 기이한 일이 수개월째다. 윤 전 총장으로서야 검증을 최대한 늦추는 게 대선으로 가기 위한 유리한 전략이라고 판단했을지 모르나 전면에 나서지 않고 메시지만 내는 것은 당당하지 않은 행동이다. ‘간보기 정치’를 그만두고 출마 선언을 해서 정치력을 보이고 국민의 검증을 받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현충원에 찾아 방명록에 쓴 윤 전 총장의 글은 정치하겠다는 신호가 아닐 수 없다고 짚은 뒤 “그렇다면 이제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그에 책임지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 국민입장에서는 당연히 유력 대선 주자를 꼼꼼히 따져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검증은 피하고 지지율만 얻겠다는 계산이라면 큰 정치인이 될 수 없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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