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언론과 유튜버 등이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에 대한 음모론을 부추겨 논란이 된 가운데 YTN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YTN이 지난 4일 홈페이지에 올린 YTN 시청자위원회 5월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회의에서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보도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시청자위원(이하 위원)들은 YTN 보도가 다른 언론보다 문제가 덜하다고 보면서도 지나치게 집중적인 보도와 음모론을 부추길 수 있는 정황을 제공한 점을 지적했다. 

YTN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이봉우 시청자위원(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은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을 다룬 YTN 보도에 대해 “타사처럼 심한 사례들이 많이 나가진 않았지만 YTN도 완전히 책임을 면키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5월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고(故) 손정민 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 연합뉴스
▲ 5월 10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경찰이 고(故) 손정민 씨 친구의 휴대폰을 수색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봉우 위원은 YTN이 5월2일 보도한 세 명의 학생이 뛰어다니는 CCTV 장면을 다룬 리포트를 지적했다. YTN은 CCTV를 보여주며 “또 다른 일행 2~3명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갑자기 전력질주하는 이상한 모습도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YTN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57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등 다른 언론도 같은 영상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이봉우 위원은 “사건 현장에 세 명이 뛰어다니고 있으니 조금 의심해 볼 수 있다는 뉘앙스의 보도였다. 하지만 세 명은 CCTV가 공개된 다음날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며 “영상을 내리진 않더라도 최소한 그 영상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속으로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것을 보도했지만 이 영상이 지금도 남아있어 시청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보라미 위원(법무법인 디케 변호사)도 “같이 있었던 친구에 대한 성급한 보도라든지 너무나 비전문적인 CCTV 분석 뉴스가 쏟아져 나왔는데, YTN 역시 그러한 대열에서 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을 다룬 YTN 보도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봉우 위원은 “YTN이 노골적으로 몰아가기 보도를 한 사례는 제가 확인한 바로는 없다. 하지만 뉴스채널 특성상 기본적으로 타사보다 보도량이 훨씬 많고, 반복되고 있다”며 “보도량이 많을 수밖에 없는 YTN은 이런 민감한 사안을 보도할 때 조금 더 조심해야 하고 (친구가) 사건과 무관하다는 것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 YTN의 한강 사건 CCTV 보도 갈무리
▲ YTN의 한강 사건 CCTV 보도 갈무리

임태훈 위원(군인권센터 소장)은 “보도량을 보면 대중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확증 편향을 부추기는 경향성도 보인다. 그런 지점에서 오히려 편중되는 것을 막고 감성주의적이거나 음모론적인 것을 지양하면서 논리적이고 과학 수사적이며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면서 접근해야 하는데 그런 절제력은 총량에서는 보이지 않는 거 같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태훈 위원은 “고 손정민씨 사망 사건 보도가 145건이 넘지만 그에 비해 고 이선호씨 사망 사건은 53건 밖에 보도가 안 됐다”며 “전체적인 보도량을 분명히 통제했어야 한다고 보는데 통제하지 않은 것은 YTN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YTN이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과 ‘이선호씨 산재 사망 사건’을 같은 리포트에서 보도한 데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임태훈 위원은 “본질적으로 다른 이야기다. 그런데 같은 청년이란 카테고리에 놓고 보는 보도들도 보이는 거 같아 매우 안타깝다”며 “전자는 아직 사건이 규명이 안 된 사건으로 변사 사건이냐, 익사냐, 또는 외인사인가 등에 대한 부분이고 후자는 안전 관리, 산업재해 부분이다. 같은 선상에 놓고 보도를 했다는 거 자체가 YTN이 이 사안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지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정재훈 YTN 보도국장 “대학생 사망 사건과 이선호씨 죽음 보도의 절대량에 차이가 크다는 지적 감사하게 받고 있다”며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의 경우) 추측을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최대한 억제한다고 했는데 관심이 지속적으로 있었기에 (보도) 양은 많아졌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다룰 때마다 무리한 부분은 없는지 시청자들한테 괜한 오해를 사는 게 아닌지 이런 점을 계속 신경을 쓰면서 하고 있다는 말씀은 다시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정재훈 보도국장은 “(두 사건을) 묶어서 보도한 것은 저도 보도 직후부터 방향을 이렇게 잡아서는 안 되는 거였다는 생각을 했다. 지적 감사하게 받아들인다. 좀더 세심하게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용어 설명]

△ 시청자위원회= 방송법에 따라 해당 방송사가 시청자를 대표할 수 있는 각계각층의 추천을 받아 운영하는 기구다. 월 1회씩 회의를 하고 추후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록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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