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자신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서 2019년 당시 ‘언론의 시간’을 적어 내려가며 “죽을 때까지 못 잊을 장면이 있다. 2019년 9월23일 집 압수수색 후 기자들이 식당 배달원에게 질문을 던지며 희희낙락하던 장면”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장면을 가리켜 “기자들의 마음과 진면목을 본 듯했다. 검찰에게 나와 내 가족이 사냥감이었다면, 기자들에게는 동물원의 원숭이었다”고 술회했다.  

조 전 장관은 이 책에서 “검찰이 정보를 흘리면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야당은 맹공을 퍼부었다. 검찰·언론·야당은 이심전심 또는 일심동체로 스크럼을 짰다. 이들에게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심 없는 무오류의 영웅이었으며 법치는 검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언론은 OECD 국가 최고 수준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사실확인 의무를 방기하고 자신들이 반대하는 정치권력에 대한 저주와 매도에 몰입하면서 사실상의 정치 활동을 벌여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가 “초미세먼지떨이 수사”였다며 검찰의 ‘선택적 수사’를 비판하는 동시에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 이후 “기사 하나하나가 몸에 박히는 표창 같았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해명문을 냈지만, 융단폭격처럼 퍼부어지는 뉴스에 압도되어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적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아래와 같이 떠올렸다.

“언론은 나와 내 가족에 대해 스토킹에 가까운 취재행태를 보였다. 자택 입구에서 새벽부터 심야까지 진을 치고는 가족들이 나가고 들어올 때마다 카메라를 들이대고 질문을 퍼부었다. 온 가족이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가 되었다. (기자들은) 집에서 나온 물품을 확인하려고 재활용 쓰레기통을 뒤졌다. 가족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눈은 번들거렸고, 입에는 가학성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조선일보 기자는 내가 치료받은 병원까지 찾아가 무슨 치료였는지 묻고 갔다. 동네 카페와 세탁소 등 상점을 방문해 나와 내 가족에 대한 불만이 없는지도 탐문했다. 채널A는 등교하는 아들을 따라붙어 버스에 올라타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질문을 퍼부었다.”

▲신간 '조국의 시간'. 한길사. 1만7000원.
▲신간 '조국의 시간'. 한길사. 1만7000원.

장관 후보자를 향한 ‘유례없던’ 취재행태에 대한 회고는 책의 곳곳에서 등장했다. 

“매일경제 기자는 내가 차를 타려는데 차 문을 붙잡고 닫지 못하게 막았다. 차 문을 닫고 떠난 후 이 기자는 ‘굳은 표정 조국…차 문 쾅 닫고 외출’이라는 제목을 뽑아 올렸다. 더팩트 기자는 일요일 가족 외식 장면을 찍어 ‘단독 포착, 조국 부부의 재충전 휴일 외식’이란 제목의 기사와 함께 올렸다. TV조선 기자 두 명은 딸이 혼자 사는 오피스텔 1층 보안문을 통과해 집 앞에서 소란을 피웠다. 조선일보 기자는 딸이 중요한 시험을 보는 날 시험장 입구에서 질문을 던지고,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는 화장실까지 따라가 질문하며 답을 요구한 후 딸이 시험을 쳤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 전 장관은 이 같은 취재행태를 두고 “기자의 질문할 특권은 어디까지인가? 공직을 떠난 사람의 가족 식사 사진을 올리는 것도 알 권리를 위한 것인가? 나와 내 가족 사건만큼 의미 있는 다른 사건, 예컨대 재벌 일가 또는 언론사 사주 일가의 범죄혐의,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와 배우자 등에 대해서는 왜 위와 같은 방식으로 취재하지 않는가? 윤 총장의 애완견 산책 사진은 찍으면서도 질문은 왜 던지지 않는가? 나와 내 가족 사건에서 보여준 광기는 왜 선택적으로 작동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조 전 장관은 언론이 정경심 교수가 조서 열람 당시 시간을 많이 쓴다는 비판기사를 내보냈다면서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자기 방어권을 행사하는 피의자에게 비난이 가도록 조서 열람 시간을 흘리는 검찰 관계자와 이를 그대로 받아쓰는 기자는 도대체 어떠한 뇌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고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한국언론은 취재 대상이 누구인가에 따라 ‘광견’ 또는 ‘애완견’처럼 취재한다. 자사 사주의 범죄나 비리에 대해서는 ‘무無취재’는 물론이고, ‘회장님 힘내세요!’를 외친다. 언론은 사주와 광고주 외에는 눈치 보지 않는 강력한 사회적 강자가 되었다”고 적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연합뉴스

 

“SBS 표창장 보도, ‘노무현 대통령 논두렁 시계’ 같은 효과”

 조 전 장관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향했던 ‘문제적 보도’를 “패악적 행태”라며 하나하나 언급했다. “채널A와 TV조선은 내가 민정수석 때인 2018년 지방선거 직전 울산에 내려가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를 만나 송 후보 및 일행 등과 울산의 사찰을 방문해 송 후보 지지를 부탁했다는 허위보도를 내보냈다. 세계일보는 단독으로 정경심 교수가 사모펀드 관련자들에게 해외 도피를 지시했다는 허위보도를 했다. 펜앤드마이크는 정겸심 교수가 착용한 안경테가 200만원 짜리 외제라는 허위사실과 내가 민정수석 때 모델 바라라 팔빈 상반신 누드 사진 등을 업로드했다는 허위기사를 보도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내 딸이 세브란스 병원 피부과 교수를 찾아가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고 말했다는 허위사실을 보도했다”고 했으며 “2019년 9월28일 조선일보 강다은 기자는 ‘딸 생일 케이크 든 뒷모습 찍힌 조국, 기획인가 우연인가’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강 기자의 악의적 상상력에 기가 막혔다”고 적었다. 이어 “중앙일보는 보건복지부가 내 딸을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레지던트 자리를 증원했고, 이 자리를 노리고 내 딸이 그 병원에 인턴을 지원했다는 황당무계한 허위기사와 칼럼을 내보냈다”고 적었다. 대부분 민·형사소송이 제기된 상황이다. 

SBS ‘표창장’ 관련 보도는 특별히 강조했다. “9월6일 자정 인사청문회가 끝나갈 무렵, 검찰은 정경심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다음날 SBS는 정 교수가 연구실 PC를 이용해 위조한 표창장 파일이 나왔다고 단독 보도했다. 그런데 검찰이 강사휴게실 PC를 임의제출 형식을 빌려 확보한 것은 9월10일이었고, 포렌식을 한 것은 9월11일이었다. SBS는 무려 나흘 전에 예언 보도를 한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보도를 가리켜 “SBS의 2009년 5월13일 ‘노무현 대통령 논두렁 시계’ 보도와 같은 효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로세로연구소 강용석·김용호·김세의 등은 ‘조국이 모 여배우가 여러 작품을 하고 CF도 찍을 수 있도록 밀어줬다. 사람들 만나는 자리에 조국이 그 여배우를 대동했다’, ‘조국 딸이 빨간색 포르쉐 타고 다닌다’, ‘조국 아들이 고교 시절 여학생을 성희롱 했는데 엄마가 등장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꿨다’ 등 완벽한 허위사실을 알리며 희희낙락했다”고 적었다. 그는 지난달 25일 김용호씨의 명예훼손 소송 관련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해당 여배우를 만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든 접촉한 사실이 없다”며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악의적인 것은 블루펀드(블루코어 밸류업 1호)가 투자한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의 관급공사 숫자가 급증했고 내가 민정수석으로서 이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제기였다”고 했다. 그는 “동아일보(2019.8.17.)가 보도하고 자유한국당 정점식 의원이 주장하자 검찰이 웰스씨앤티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동아일보 보도 출처는 검찰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이 관급공사 개입 의혹은 나는 물론 정경심 교수 공소장에도 들어가지 못한 허무맹랑한 것이었다”고 적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019년 9월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기자들 앞에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2019년 9월2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며 기자들 앞에 인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언론, 벌써부터 윤비어천가 부르고 있다” 

2019년 서초동 촛불집회를 두고서는 “대규모 집회의 기폭제는 9월23일 집 압수수색이었던 것 같다. 11시간에 걸친 압수수색, 딸의 중학교 2학년 시절 일기장 압수, 기자들의 희희낙락한 표정 등이 보도되면서 시민들이 분노한 것”이라고 해석하며 “시민들은 폭주하는 검찰에 공포를 느꼈고, 일방적으로 검찰 편을 드는 언론에 분노했다”며 자신을 향했던 언론의 칼끝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조 전 장관은 “언론과 야당은 동생 부부의 내밀한 사적 영역을 위장 이혼 의혹이라며 파헤쳤다. 검찰로부터 입수했을 것이 분명한 두 사람의 이혼 합의 내용까지 공개됐다. 제수씨는 보도 이후 휴직을 해야 했고, 아직도 복직하지 못했다”고 밝히면서 “언론은 제수씨의 증여세 납부 여부도 공격했다. 동생과 이혼한 제수씨 증여세가 고위 공직자 검증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2019년 8월19일 한국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부산대 의전원에 다니던 딸이 지도교수인 노환중 원장 개인 장학재단의 장학금을 받은 것에 대한 비판 기사가 쏟아졌다. 노 원장은 지도 학생에게 힘을 북돋아주기 위해 2016년 1학기부터 장학금을 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장학금은 성적과 관계없이 주어진 것인데, 2016년 당시는 박근혜정권 시절로, 노 원장께서 딸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나에게 얻을 이익은 없었다”고 적었다. 

이어 “한국일보 등은 나아가 이 장학금을 노 원장의 부산의료원장 선임과 연결하는 보도를 했지만 민정수석 권한 밖의 사안이었고, 나는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2017년 5월 내가 민정수석이 된 후 딸이 받은 장학금 600만 원을 뇌물로 규정하고 나와 노 원장님을 기소했다”고 분개한 뒤 “부산대 의전원의 장학금 수혜율은 2016년 81.4%, 2017년 78.6%, 2018년 95.4%라는 점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는 또한 “웅동학원 의혹이 제기되었을 때 언론은 나의 범죄인 듯 보도했지만, (허위 소송건) 판결이 (무죄로) 나자 동생이 교사채용 대가를 받은 혐의로 유죄를 받은 것만 부각하면서 ‘조국 동생 유죄, 실형 1년’으로 헤드라인을 뽑아 보도했다”고 했으며 “동생은 경추인대골화증이 발병해 영장실질심사 연기를 요청했으나 조선일보, TV조선, 채널A 등은 동생이 ‘꾀병을 부리고 있다’, ‘혼자 걸어서 구급차에 탔다’ 등의 보도를 내보냈다. 특히 채널A는 동생이 병원을 옮길 때마다 따라다니면서 취재해 동생을 괴롭혔다. 검찰과 언론의 표적은 동생이 아니라 나였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그는 “지난 10년간 검사 징계 사건을 조사한 2020년 JTBC 보도에 따르면 검사가 피의자가 되어야 할 뇌물수수나 성추행처럼 중대한 사건이 50건 넘는데, 수사나 기소를 하지 않은 비율이 70%에 육박했다”며 대표적 예로 ‘채널A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 사건’을 꼽았다. 그는 “비검사 출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한동훈) 압수수색을 하려 했으나, 윤석열 검찰총장은 감찰을 중지시키고 대검 인권부에 조사를 지시했다. 참으로 특이한 조치”라고 적었다. 더불어 그는 “언론이 철저한 검증은커녕, 벌써부터 윤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다. 목불인견”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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