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조국 사태’와 관련해 “청년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점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조국 사태에 대한 민주당의 두 번째 사과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최근 저서 ‘조국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변론한 가운데 대선을 앞두고 당에 불똥이 튀지 않게 하려는 메시지로 보인다. 송 대표의 해당 발언을 주목하면 사과의 메시지로 보이지만 일부 언론에선 이날 송 대표 발언 전체를 볼 때 ‘반쪽 사과’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내놨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3일 송 대표의 사과 메시지를 제목으로 올렸다. 

경향신문 1면 ‘송영길, 조국 사태 사과…“청년들에게 실망 줬다”’의 부제로 ‘여당 대표로는 이해찬 이어 두 번째, “상처받은 마음 헤아리지 못했다”’로 정했다. 한겨레도 1면 ‘조국 사태 사과한 송영길 “청년에 상처, 통렬히 반성”’이란 기사 부제를 ‘박원순·오거돈 성폭력엔 “속죄”’로 뽑았다. 일단 두 신문은 1면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송 대표의 워딩 그 자체를 강조했다. 

이러한 논조는 사설에서도 나타났다. 한겨레는 사설 “송영길 ‘조국 사과’, 민생·공정 실천으로 이어져야”에서 “집권여당 대표들이 하나의 사건에 대해 두 번이나 사과를 한 것은, 더 이상 이 문제에 발목을 잡혀서는 이탈한 지지층의 복원도,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도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며 “민주당은 송 대표 사과의 진정성을 정책과 입법을 통해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조국 사태 등의 갈등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해 일하라는 주문이자, 결과적으로 조국 사태와 선을 긋고 대선 준비에 집중하고자 하는 민주당 지도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보도라고 할 수 있다. 

▲ 3일 경향신문 1면 기사
▲ 3일 경향신문 1면 기사

하지만 조 전 장관이 이 시점에 책을 내면서 주목도를 높이고 있다. 대선 레이스에 하나둘 뛰어드는 가운데 여론에선 대선주자들에게 조국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꼴이 됐다. 이미 이낙연·정세균 두 주자는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조국 사태에 다시 불이 붙으며 자칫 대선 경선에서 이 문제가 ‘친문 판별의 리트머스’처럼 작용할지도 모른다. 

‘조국의 시간’은 야권에서도 놓칠 수 없는 이슈다. 국민의힘은 연일 조 전 장관을 비판하고 있다. ‘이준석 돌풍’으로 당이 쇄신 이미지를 가져가는 가운데 조국 사태로 갈등하는 여권과 대비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조 전 장관의 등장은 대척점에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관심을 받는 기회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이 현 정권의 대립분위기가 세지만 제3지대 논의보다는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의 연대가능성이 커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조건 하에 송 대표의 2일 기자회견을 보도하는 3일자 보수언론의 논조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조선일보는 1면 “與, 사과 같지 않은 ‘조국 사과’”에서 부제로 ‘“청년에게 좌절 안겼다”면서도 입시 미리 유죄엔 “法 저촉 안돼”’, ‘돌연 윤석열 가족 언급하며 “검찰, 같은 기준으로 수사해야”’라고 뽑았다. 송 대표가 말로는 사과를 말하지만 실제로 반성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라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실상은 조 전 장관을 비호하고 윤 전 총장을 공격하는 메시지라는 뜻이다. 

▲ 3일자 조선일보 사설
▲ 3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사과한다더니 尹 공격한 與 대표, 10만부 책 자랑한 조국”에서 “말로는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라더니 조 전 장관 비리를 수사한 윤 전 총장을 공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해석대로라면 민주당은 사과하는 듯 했지만 ‘조국 사태’와 전혀 선을 긋지 못한 것이다. 

실제 송 대표의 발언은 논란의 불씨를 담았다. 그는 조 전 장관 책에 대해 “언론이 검찰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쓰기 한 것에 대한 반론 요지서”라며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지위, 인맥으로 서로 인턴 시켜주고 품앗이하듯이 스펙 쌓게 해주는 것은 딱히 법률에 저촉되지는 않더라도 수많은 청년들에게 좌절과 실망을 줬다”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지도부가 여전히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조국 사태’가 여전히 논란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검찰과 언론이 조 전 장관과 그 일가에 대해 과한 태도를 보인 점은 있지만 또 한편으론 조 전 장관에게 도덕적으로 실망했기 때문이다. 평소 바른말을 해왔고, 교육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더 높은 윤리의식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에 실망한 여론은 조 전 장관이 불법을 했는지에 관심있는 게 아니라 송 대표의 말대로 “품앗이하듯이 스펙 쌓게 해주는 것”을 아무런 부채감없이 했다는데 있다. 

조선일보는 송 대표의 나이브한 인식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사설에서 “허위 위조 경력으로 대학에 입학한 것이 불법은 아닌데 국민 정서상 문제라는 것”이라고 송 대표 발언을 평가했다. 

▲ 2일 문화일보 1면 기사
▲ 2일 문화일보 1면 기사

석간인 문화일보는 지난 2일 1면 톱기사 제목을 “與대표, 조국 사태에 ‘반쪽 사과’”라고 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악어의 눈물에 국민은 속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조 전 장관 사태에 대해 선택적 사과를 하고 윤 전 총장의 가족을 거론한 데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말한 것도 함께 인용했다. 

한편 강성 친문들은 “송 대표 탄핵”, “송 대표 사퇴하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래저래 비판만 쌓여가는 형국이다. 이럴 바엔 송 대표가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날 하루만이라도 진정성 있게 ‘사과’만 했다면 어땠을까. 동아일보는 3일자 1면 톱기사 제목을 “조국 털어내고 윤석열 겨누는 與”라고 정하고 “‘조국 사태’를 둘러싼 여권 내부 갈등을 정계 등판이 임박한 윤 전 총장을 향한 공세로 돌리겠다는 의도”라고 보도했다. 결국 보는 이들 입장에선 윤 전 총장 탓하는 것으로 비친다. 

송 대표의 기자회견이 진심이었든 ‘반쪽 사과’였든, 결국 하루만에 그 취지가 무색해졌다. 3일 오전 TV조선 “청년들 내쫓고 ‘송영길 청년 민심’ 행사 개최 논란”이란 보도를 보면 민주당은 지난달 25일 송 대표가 참석하는 청년과의 간담회를 개최하기 위해 원래 해당 행사장을 사용하려던 청년들의 예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그 청년들은 행사 하루 전 갑작스럽게 계획이 무산됐고 취소사유로 “내부 시설정비로 인한 휴관”이라고 공지했지만 이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에 박기녕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의 보여주기식 억지 행사 덕분에 청년이 민주당에 등 돌린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며 “민주당은 위선적인 모습으로 하는 청년팔이를 중단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건설적인 대안 제시에 나서는 것이 여당의 의무이자 책임임을 명심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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