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으로 네이버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네이버 노동조합이 소속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이하 화섬노조)가 네이버, IT기업,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네이버 직원 A씨가 업무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메모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지난달 28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객관적인 진상 조사를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화섬노조는 2일 입장문을 내고 △ 네이버 사측은 진상규명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하고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당사자를 즉각 처벌할 것 △ IT기업들은 IT노동자의 트라우마 회복을 위해 상담 인력 배치를 포함한 조직문화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할 것 △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도 중대재해로 볼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제도 개선을 할 것을 촉구했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화섬노조는 “고인이 생전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와 위계에 의한 괴롭힘을 겪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명백한 업무상 재해일 것"이라며 ”특히 회사 내 인사 제도적 결함으로 인해 고인이 힘든 상황을 토로하지 못하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부분이 있다면 제도 개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화섬노조는 “여러 증언에 따르면 고인을 괴롭힌 상사는 네이버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넷마블로 이직했다가 이직한 넷마블에서도 다시 직장 내 괴롭힘 등 문제를 일으켰던 인물”이라며 “문제적 인물이 다시 네이버 요직에 배치됐다는 사실은 학연, 지연 등에 경도된 인사 배치가 행해져 왔다는 사실의 방증”이라며 네이버에 책임을 물었다.

또한 화섬노조는 “IT업계는 업무 특성상 장시간 근로와 상시적인 과로에 노출돼 온갖 고통을 겪고 있다. 갑질로 통용되는 직장 내 괴롭힘과 스트레스까지 헤아린다면 IT노동자의 고통과 부담은 더욱 크고 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트레스와 무너지는 인간적 존엄 사이에서 누구도 의지할 수 없는 외로운 한 노동자가 얼마나 큰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지 생각하면 이 같은 직장 내 괴롭힘, 과로로 인한 죽음은 모두 중대재해”라고 덧붙였다.
 
화섬노조는 “네이버만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 전 다른 IT기업에서도 한 노동자가 폭력적인 인사평가로 인해 죽음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며 “IT기업들은 기존 대기업과의 차별점으로 수평적 조직문화를 내세웠다. 이 사건은 이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특정 몇몇 관리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부여해 왔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수평 조직’은 수평적 호칭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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